▲북인도 코사니 주변의 작은 마을에서의 전통결혼식. 신부 친구들이 신랑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송성영
인도 시골 마을에서는 농한기인 4월부터 5월 초순까지가 결혼 시즌이다. 북인도 코사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자 일주일에 한번 꼴로 결혼식을 알리는 인도의 전통 음악소리가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들려왔다. 결혼식 하객들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에서는 아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집에서는 늦은 밤까지 음악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코사니 상가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잡화점 부럼씨'의 조카 결혼식이 있는 날, 그와 오전 11시에 만났다. 그는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12시 무렵부터 결혼식이 시작된다며 잡화점 셔터를 내리면서 내게 말했다.
"걸어서 갈까요?""여기서 얼마나 걸리는데요?""걸어서 1시간 정도?""아이구, 됐습니다. 버스 탑시다."이 더운 날씨에 1시간 거리를 걸어가자니,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1800고지가 넘는 코사니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다. 한낮에는 영상 27도를 오락가락한다.
"나는 오늘 아침 델리까지 걸어갔다 왔어요.""뭐라구요? 걸어서 델리까지?""노 프라블럼!"그의 영어 실력은 나만큼이나 형편없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보다도 더 잘 통한다. 문법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몇 가지 단어를 나열하는 소통 방법이 서로에게 먹혀드는 것이다. 코사니에서 델리까지는 버스로 하루 종일 달려야 도착할까 말까 한다. 그런 거리를 그는 오늘 아침에 걸어서 다녀왔다며 농담을 건넨다. 앞니까지 빠져 있어 생김새는 영화 속이 악당처럼 무지막지하지만 알고 보면 참 재밌는 사람이다.
"아차, 아차(힌두어로 오케이), 당신 고향 마을까지 걸어갑시다." 내가 인도말로 "아차, 아차(오케이, '좋다'는 힌두어)" 해가며 농담으로 받아 넘기자 그는 앞니가 빠진 휑한 얼굴로 크게 웃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앞장서서 걷는다. 시간 맞춰 도착한 버스를 타고 버스비를 내려 하는데 그가 극구 말린다.
"당신은 손님입니다."
오늘은 내가 자신의 손님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