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앵커는 “존 게 아니라니까요, 엎어져 잔 거라니까요”라며, “‘배 째라’ 공무원, 그냥두면 ‘갑질 공무원’ 된다”라고 쓴 스캐치북을 치켜들었다.
TV조선
그러나 이 처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엎드려 잔 교육생을 찾아보라고 지시 한 후, 김진수 인재개발국장이 한 "일벌백계 차원에서 해당 교육생을 징계하기 위해 찾아내려고 한 것"이라는 말과는 너무나 다르다. 교육생의 사정을 알아보려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의도로 찾은 것이 분명한데도, 교육생을 찾은 것이 그를 위한 조치였다는 항변이다. 변명치고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이 처장은 자신의 지시가 일파만파로 파장을 일으키자 부랴부랴 불을 끄기 위해 종편에 나와 변명을 한 것으로 밖엔 생각할 수 없다. 이 처장은 해당 교육생에 대해 "세금으로 양성되는 고위 공무원은 갖춰야 할 소양이 필요하다"며 "조직의 기본적인 철학과 사상을 배울 수 있는 시간에 엎드려 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처장의 이런 발언으로 미루어 봐도 교육 중에 잔 교육생을 찾은 의도는 분명하다. 이 처장은 사랑으로 교육생을 찾았는데(변명의 뉘앙스가 그렇다), 왜 그 메시지를 받은 교육생들은 모욕감을 느꼈을까. 이 점이 참 안 어울린다. 교육 시간 내 잔 교육생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박근혜 정부 들어 혁신적으로 도입한 인사혁신처의 수장의 행동치고는 너무 경솔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이근면 처장은 삼성에서 인사 분야 전문가로 일한 사람이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 팀장, 전무를 거쳐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소장, 삼성종합기술원 관리부 부장, 삼성코닝 인사과 과장, 삼성코닝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 발탁되었다. 일반 기업에서 인사를 맡았던 노하우를 공무원에게 접목하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여망이 짙게 깔려 있는 인사다.
이 처장은 벌주고 징계하려는 의도였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그리고 변명이 아니라 사과를 했어야 한다. 이 처장의 지시가 겉으로는 큰 잘못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처장의 사후 약방문은 아주 잘못되었다. 교육자가 교육 중에 일어난 일은 교육 시간에 고치고 넘어가야 옳지 않겠는가. 강의 중에 자고 있으면 왜 자는지 그 자리에서 물어 볼 일이다.
강의 후 그것이 그리 큰 문제여서 백방으로 찾을 것이었다면, 강의 도중에 깨우든지 아니라면 훈계를 해도 그 자리에서 했어야 맞다. 교육생들의 메신저를 통해 일벌백계의 원칙을 준용하여 찾았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물론 그것은 교육원에서 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의 속성상 상관이 지시하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찾으려는 게 교육원측 생각이 아니겠는가.
<조선일보>는 자회사를 동원하여 일단 보도한 내용에 대한 해명성 번복을 저질렀다. '박대장' 프로그램은 이 처장의 변명을 듣는 자리에 다름 아니었다. 방송에서 두 앵커는 솔직한 의견 개진이라는 마지막 부분에서, "졸 수 있지... 하지만! 내 월급 받고는 곤란 – 국민생각?"이라고 적은 스케치북은 남자 앵커가 치켜들었다. 이어 여자 앵커는 "존 게 아니라니까요, 엎어져 잔 거라니까요"라며, "'배 째라' 공무원, 그냥두면 '갑질 공무원' 된다"라고 쓴 스캐치북을 치켜들었다.
방송이 마치 이 처장을 옹호하고 강의 시간에 잔 교육생을 성토하는 농성장 같아 보였다. '정신 몽롱할 때 죄인이라고 말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의인이었다'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처장이 취임할 때 스스로 '미생을 완생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방송에 출연해 변명하는 것보다, 자신이 취임 때 했던 말을 반추함이 더 좋을 듯하다. 나라는 '삼성식 황제경영'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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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장 '엎드려 잔 교육생 색출 논란',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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