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농활, '생태농활'을 소개합니다

20일부터 24일까지 커뮤니티 디자인 적용한 '생태농활' 펼쳐져

등록 2015.07.24 12:04수정 2015.07.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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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천태산 아래 시골마을, 젊은 대학생들 두세 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길을 걷는다. 어떤 이들는 천태산 등산로를 따라 걷기도 한다. 농번기 농부들도 낮잠을 자는 뜨거운 오후 시간, 이 대학생들이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뭘까?

[새로운 생태농활] 녹색 커뮤니티디자인

대전을 비롯해 공주·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15명의 젊은 대학생들은 천태산 아래 마을에 5일간 머물며 새로운 형태의 농활을 하고 있다.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이 새로운 생태농활은 '녹색 커뮤니티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대학생 농활 프로그램이다.

공주시 의당면 두만리, 덕학리, 도신리, 오룡리, 구만리 5개 마을에 흩어져 마을의 자원과 역사를 조사한 뒤, 마을 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만들어 보고 있다.

a 마을 조사 활동 중인 참가자들 생태농활 참가자들이 마을 조사 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마을 조사 활동 중인 참가자들 생태농활 참가자들이 마을 조사 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a 마을 주민과의 만남 마을조사 중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가자들은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과 직접 소통한다.

마을 주민과의 만남 마을조사 중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가자들은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과 직접 소통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이 생태농활 프로그램은 커뮤니티 디자인의 힘으로 마을의 요구와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생들이 마을의 과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하면, 주민들이 이를 참고하여 마을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농촌 개발 방식이 국가나 지자체에서 결정하고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위에서 아래로의' 개발 방식이었다면, 커뮤니티 디자인은 마을 공동체와 지역 네트워크들이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새로운 형태의 개발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 커뮤니티 디자인을 적용시킨 마을이 많다. 일본 쇼도시마 지역의 경우 대학생들과 주민들이 마을활성화를 위한 조사를 하면서 엄청난 양의 소형 간장용기가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는 걸 발견했다.


주민 인터뷰에서 간장을 빛에 비추어 간장의 색깔의 정도에 따라 숙성도를 판단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착안하여 8만 개의 간장 용기에 마을 주민들이 숙성도가 다른 간장을 주입하여 예술작품을 만들었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것을 보러 쇼도시마를 찾고 있다. 대학생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주민들의 참여가 어우러진 커뮤니티디자인의 성공적 사례다.

개발 아닌 자연 그대로의 천태산으로


학생들은 두세 명이 한 조를 이뤄 천태산 권역의 5개 마을로 각각 흩어진다. 각 마을 이장들이 학생들과 함께 이동하며 마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고, 조사에 필요한 도움을 준다.

학생들은 마을지도를 참고해 각 마을의 독특한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마을의 전설이나 지명유래, 역사 등을 듣고 정리한다. 매일 저녁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마을 발전을 위한 자신들만의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나간다.

조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마을 곳곳을 다니며 젊은 세대가 상상했던 시골마을의 모습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간다고 한다. 참가자 중 한 명인 이경민 학생(단국대,1학년)은 조사를 하면서 마을 자체에서 시작한 농촌체험 사업들이 더 진행되지 못하고 방치된 것에 안타까움을 전하며 이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a 의당면 예하지마을에서 바라본 천태산 천태산은 석산개발의 위협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인정받았다.

의당면 예하지마을에서 바라본 천태산 천태산은 석산개발의 위협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인정받았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a 석산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현장 의당면 천태산을 지키려는 주민들은 석산개발을 반대하며 여섯차례의 집회를 펼쳤고 결국 석산개발을 막아냈다.

석산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현장 의당면 천태산을 지키려는 주민들은 석산개발을 반대하며 여섯차례의 집회를 펼쳤고 결국 석산개발을 막아냈다. ⓒ 김종술


지난 해 12월 석산개발의 위협에 처했던 천태산. 주민들이 '천태산 석산반대대책위'를 꾸려 여러 차례 저지운동을 펼쳤고,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 진행 결과 녹지자연도 7급으로 판정되어 금강유역환경청이 '부동의' 판정을 내림으로서 천태산을 지켜냈다(관련 기사 : 공주 '천태산 석산개발' 사실상 불가능...주민 손 들어줘).

이후 지역민들은 주민 갈등 해소와 의당면의 청정환경을 지키기 위해 '천태산을지키는사람들'을 오는 7월 24일 오후에 정식 발족한다. 이날 발족식과 더불어 생태농활 결과 보고회가 열린다.

창립준비위원회 박한규 준비위원장은 "의당면민의 눈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의 자원조사" 이며 "청정 천태산을 그대로 지키기 위한 목적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천태산 권역 자원 발굴 사업"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a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해 듣고 있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태농활을 시작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해 듣고 있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태농활을 시작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들을 주민들이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많은 한계와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석산을 막아낸 이후, 마을을 새롭고 친환경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가 이 생태농활을 지원하고 커뮤니티 디자인을 시도하려는 점, 젊은 대학생들의 새로운 생태농활 방식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들은 마을이 석산과 같은 개발사업 때문에 더불어 살아온 천태산이 오염되고, 더불어 지내온 이웃들이 등을 돌리게 될까 걱정이 크다. 이런 주민들의 걱정과 천태산을 지키고 살아온 터전을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 젊은 대학생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조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전충남녹색연합이 4년간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환경대상에서 환경행정아이디어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젊은 대학생들은 어떤 파릇파릇한 아이디어를 내놓게 될지, 천태산 아래 이 마을이 어떻게 디자인 될지, 24일 발표회가 기대된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커뮤니티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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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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