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 본격시행 587일째, 그 현실은?

새우편번호 도입은 '도로명주소' 때문... 재조명이 필요하다

등록 2015.08.10 10:27수정 2015.08.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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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편번호 8월1일부터 새우편번호가 도입된다. 그 이유는 도로명주소 전면사용 때문이다. ⓒ epost.go.kr


2015년 8월 1일, 새우편번호 제도가 시행되었고, 10일이 지났다.

우편번호는 왜 바뀌는가?

새 우편번호의 도입은 작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도로명 주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 새로운 도로명주소는 '국가기초구역제도'를 근거로 하여 개편되었고, 그에 맞추어 새 우편번호의 도입 또한 필연적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결국, 도로명주소로 돌아왔다. 오늘부로 본격시행 587일째를 맞은 도로명주소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도로명주소' 본격시행 587일째, 현실은?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혼란만 야기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던 목소리는 현실이 되었다.

2015년 발행된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도로명주소의 활용도는 70.0% 수준이다. 하지만 단국대 도시계획과 조명래 교수는 SBS 전망대와의 대담에서 '도로명주소는 지번주소와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실질사용률이 굉장히 낮고, 유통업계에서는 10% 정도만이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2015년 7월 24일 공포한 '도로명주소법 일부개정법률을' 통해 '도로명주소 사용자 4/5 이상이 도로명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 해당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할 수 있게 되었다. 도로명은 쉽게 바뀔 수 있게 됐으며 혼란이 예상된다.

여러모로 개선이 절실한 '도로명주소'의 법안 제안은 2011년 이후 전혀 없다시피하다. 국회와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연간 4조 3천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 그 허무한 메아리

도로명주소 홍보자료에는 ''연간 4조 3천억 원의 사회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금액이 산출되었는지 궁금해졌다. 2011년 발행된 한국행정연구원의 '정책환경변화에 따른 도로명주소사업 경제성 분석' 보고서에 그 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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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정량적 기대효과 도로명주소사업 시행으로 인한 기대효과 추정액 ⓒ www.juso.go.kr


도로명주소 시행의 정량적 기대효과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초행길 찾기 어려워 소요되는 비용절감'이며 다른 항목들은 비교불가다. 사업성 검토의 기둥인 셈이다. 그러나 도로명주소 시행으로 매년 4조 3000억에 해당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가? 도로명주소가 시행된 지 587일이 지난 지금, 국민은 '초행길 찾기' 에 쉬워졌는가?

의문투성이 보고서, 합리적 의혹 제기 필요

보고서는 주로 기대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가정들을 나열하고, 이를 계산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의 합리성은 지녀야 한다. 보고서를 자세히 보니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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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사업 보고서 일부 발췌, 계산에 사용된 몇 가지 가정들은 의심스럽다. ⓒ 한국행정연구원


① '도로명주소' VS '지번주소' 의 탐색시간

국토연구원은 2001년 도로방식과 지번방식의 탐색시간을 놓고 조사를 한 결과 도로방식이 '8.4분'이 더 빠르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8.4분은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을 시 절감되는 시간'으로 2011년의 보고서에 반영되었다.
막대한 행정력이 동원돼야 하는 도로명주소 사업 기대효과의 근거자료는 보고서보다 10년 전의 것이었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할 시 절감되는 시간'은 도로방식이 '3분' 더 빠른 것으로 보고서는 가정한다. 이 시간 절감은 '광주 남부'에서 실시한 견본을 근거로 하고 있다. 왜 충분한 표본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빌딩이 과밀하고 체계가 정비된 서울, 경기 지역을 대상으로도 표본조사를 해야 했다.

게다가 국민은 GPS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이 내용은 보고서에도 잠시 언급되지만 결국 8.4분과 3분을 그대로 편익계산에 적용했다.

② 우리의 영업길은 언제나 초행이다

보고서는 위치탐색으로 절감되는 편익을 매년 통행량을 통해 추정한다. 출근, 귀가 등 위치탐색이 필요 없는 항목은 제외하였다. 이 부분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무상 통행', '친구 만나기' 등의 항목들을 매번 위치탐색이 필요한 과정으로 보았고, 언제나 시간 절감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계산했다. 즉 매번 초행길을 가정하고 편익을 산출했다는 이야기이다. 왜 '업무상 통행회수'에 조정상수를 도입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쉽게 말해서, 10번 중 1번이 초행이라 가정한다면 연간 4조의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4000억으로 토막 날 수도 있다. 보고서의 서두에서 '지금까지의 선행 연구에서 다소 과도하게 나열되거나 근거가 부족한 비용 절감 항목을 제외함으로써…신뢰성을 제고' 라는 문장이 무색해진다.

③ 홍보비용 0원

도로명주소로 인해 2014년 84억 7000만원이 투입되었으며, 2015년에는 57억 7000만원이 편성되었다고 런치리포트는 밝히고 있다. 주로 단순 홍보와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2011년 이후 지출되는 비용을 0원으로 책정했다. 보고서는 총체적으로 무기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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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추가사업비가 2012년 이후로 모두 0원으로 계산되어 있다. ⓒ 한국행정연구원


공감과 신뢰를 향한 멀고 험한 길

일찍이 플라톤은 <국가>에서 입법자가 법률을 제정하면서 목표로 삼아야 하는 첫 번째를 제시한 바 있다. 그의 '최대선(最大善)' 개념은 나라를 단결시켜 모든 시민이 기쁨과 고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었다.

도로명주소는 후대에 가서야 빛을 발하고, 지금 당장은 모두가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훌륭한 정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감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함은 명백하다.

'설명과 표본이 부족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보고서는 제시한 수조 원의 편익에 대해 충분한 설명력을 갖추었는가?' '도로명주소가 기존방식보다 훨씬 길을 찾기가 쉽다는 주장을 국민 대다수가 경험하고 납득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정상 데이터를 반영한 보고서를 만들고,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개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소통과 공감이 화두로 떠오르는 시대다. 국민과 언론은 끊임없이 국회를 지켜보아야 한다.

오늘은 도로명주소가 도입된 지 587일째이다.
#도로명주소 #새우편번호 #국가기초구역제도 #도로명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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