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여름을 따는 산밭을 가다

등록 2015.08.10 17:20수정 2015.08.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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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뿔도 녹는다는 대서를 지나 입추로 이르는 길목이다. 수도작이 주업인 예당평야에 비해 대술, 신양, 광시 산간지역에서는 삼복더위에도 농민들의 손길이 쉴틈없다.


태양 담은 고추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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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제철인 열매 중 고추가 으뜸이다. 신양면 만사리 김신규씨 밭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이재형


지난 4일 충남 예산군 신양면 만사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염 속에 다행스럽게도 산에서 내려온 바람과 개울 물소리 그리고 말매미의 절창이 농민들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고 있다.

산간마을 밭농사의 주작물은 고추다. 5월 초 모종을 끝낸 고추밭에는 삼복더위 태양의 열기를 담은 붉은 고추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마을길 옆 김신규씨의 고추밭 이랑에서 그의 부인이 파라솔을 펴고 앉아 붉은 고추를 따고 있다. 1200평의 밭에 9000포기를 심었단다.

고추값을 물으니 "지난 장(7월 30일 예산장)에 주민한테는 ㎏당 2300원에서 좋은 것은 2500원까지 받았는데 장사꾼(도매상)들은 2000원 밖에 안줄려고 하드라구"라고 한다. 고추농사로 연간 15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린다는 아주머니는 "고추농사는 가장 더울 때 수확해야 해서 따는 게 젤 힘들어"라면서도 예쁜 미소를 짓는다.

검붉어진 수염, 옥수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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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양식대용으로까지 먹었던 옥수수. 조원묵씨의 밭에서 수확이 한창이다. ⓒ <무한정보신문> 이재형


만사리를 지나 여래미리로 개울을 따라 올라가니 조원묵씨의 2000평 밭에서 옥수수 수확이 한창이다. 사람보다 훨씬 더 키를 키운 옥수수밭을 헤집고 들어서니 수염이 검붉게 변한 옥수수들이 마치 알통을 자랑하는 듯 실하게 달려 있다.

아주머니 두 분이 부지런히 옥수수를 포대에 따 담는다. 새파란 이파리들이 바람에 깃발처럼 흔들려 바라보는 것은 시원한데 수확하는 아주머니들은 땀에 흠뻑 젖었다.


"(밭을) 깔끔하게 해놓지도 못했는디 사진을 찍으면 챙피혀" 밭주인 조씨가 연신 손을 내젓는다.

축산이 주업인 조씨는 작년까지 고추를 심었는데 너무 바빠서 올해는 옥수수를 심었다고 한다.

가격을 묻자 "1망(8㎏, 30여개)에 만원 이상은 나와 줘야 하는디, 도매시장에서는 8000~9000원 밖에 안나와. 농사져서 남는 게 뭐있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갖다가 쪄 잡숴"하며 옥수수 한망을 선뜻 건넨 뒤 사람좋게 웃는다.

소득작물 가능성, 까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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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미리 꼭대기에 사는 귀농인 김경진씨가 슈퍼 까마중을 살펴보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이재형


여래미리는 골이 길고 깊다. 산으로 들어서는 마을 초입부터 개울을 따라 3㎞ 남짓이나 되는 긴 골망 안에 외롭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최동학 신양면장은 "다른 지역 같으면 살던 사람도 떠났을 시골인데 여래미리는 이상하리만큼 귀농·귀촌인들이 꾸준히 들어와 인구가 늘고 있다"고 설명하며 즐거워 한다.

산마을 끝자락 즈음에서 모종관리에 여념이 없는 귀농인 김경진씨를 만났다. 작년 1월에 직장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들어온 젊은 농부다. 농사짓는 주작물은 하수오이며, 산밭에서는 초석잠, 여주, 삼채, 도라지 등 여러 가지 약용작물을 시험재배하고 있다.

특히 밭 한 켠에서 눈길을 잡아당기는 까만 열매가 있으니 바로 거먹사리(까마중)이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베이비부머 세대라면 어린시설 밭둑이나 담장 밑에서 한줌씩 따서 요기를 했던 들큰한 맛의 귀여운 이 열매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열매가 귀여운 구슬 크기 아니라 블루베리 만큼이나 크다. 김씨가 소득작물로 시장성을 보기 위해 시험재배하고 있는 슈퍼 까마중이란다.

"우선 열매가 크기 때문에 상품성이 있다. 또 고혈압 등 성인병에 좋고 무좀에도 효과가 있어 재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게 귀농인 김씨의 설명이다.

그의 집주변으로 산이 내준 고만큼씩 자리잡은 텃밭을 둘러보니, 작물 하나하나를 돌보려면 긴 하루 해도 부족할 듯싶다.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고추 #옥수수 #까마중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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