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4월 2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 들려 조문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이주영
퇴임사만 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현 전 위원장이 취임한 이래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권위는 지난 6년간 용산 참사, 통합진보당 해산, 세월호 참사 등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할만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 전 위원장은 재임 시절 시민단체나 인권 활동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지난해와 올해, ICC로부터 '인권위원 인사를 투명하게 진행하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 2004년 ICC 가입 당시부터 줄곧 A등급을 받아온 인권위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현병철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성호(58) 위원장 또한 지난 6년간 인권위가 퇴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병철 2편'이 되는 거 아닌가 우려된다"는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전임 위원장 시절에 퇴보가 있었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 전 위원장은 이 같은 인권위의 '퇴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않은 채 물러났다. '잃어버린 6년'의 시간은 그의 퇴임사에서조차 솔직하게 평가되지 못했다. 이성호 위원장이 앞으로 인권위를 복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위원장 또한 현 전 위원장처럼 인권 전문가가 아니며, 정통 법관 출신이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전부터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시절 성전환자에게 성기 사진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현 전 위원장이 떠난 인권위가 3년의 세월을 더 잃어버릴지, 되찾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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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입 닫은 인권위가 '모범적 인권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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