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안화 절하...충격
중국경제 파탄의 신호탄"

[르포] 세계 금융시장 뒤흔든 위안화 평가절하...외환은행 딜링룸을 가다

등록 2015.08.14 12:53수정 2015.08.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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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사흘째 이어진 13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원·위안화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표시 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13일 사흘 연속 이어진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을 딛고 반등에 성공해 7.99포인트(0.40%) 오른 1,983.46으로 마감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외환딜링룸. 최근 며칠새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 위안화 폭풍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기자가 찾은 이날 딜링룸은 생각보다 평온한 분위기였다.

다만, 사무실 정면에 놓인 14대의 대형 모니터에 나타난 어지러운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그래프 등이 최근 이틀동안 요동쳤던 금융시장을 말해주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갑자기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린 지난 11일. 이곳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었다. 딜러 A씨는 "아침에 갑자기 원달러 환율이 팍 튀니까 시장 보고 있던 딜러들이 '왜 이러지'하고 난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을 찾아보고 중국이 2% 가까이 위안화 가치를 하락시켰다는 걸 알았고, 그 뒤론 언론들 전화가 빗발쳤고 코스피(지수도) 빠지고 정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중국 주식시장 개장이 얼마남지 않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곳 딜러 13명은 각자 자신의 모니터를 응시했다. 잠시 몇 분간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곳저곳서 얕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흘연속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에, 외환딜링룸 곳곳서 탄식..."충격적"

또 다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소식 때문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하락에 맞춰 큰 폭으로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자, 딜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딜러 B씨는 "3일 연속 위안화 가치 하락은 충격적"이라며 "중국의 의중을 잘 모르겠고, 기업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들도 지금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우리에게 전망 보고서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1.11% 낮춘 달러당 6.4010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은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를 1.86% 낮춘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1.62% 또 내렸다. 지난 3일 동안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무려 4.66% 나 떨어진 것이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중국은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 폭을 고시환율의 ±2%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갑작스럽게 위안화 가치를 낮추면서 '일회성'일 뿐이라고 덧붙였지만 3일 연속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추가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중국발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겹치면서 외환시장이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국이 앞 다퉈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한번의 긴장...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환율 하락세로 시장 안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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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틀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오전에는 또 한 번의 긴장감이 흘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서다. 10시께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상했던 일"이라며 딜러들은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른 시장의 변화도 딱히 보이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되자 이날 1190원대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급락세로 전환하면서 장을 마감했다. 한 딜러는 "지난 이틀간은 환율이 1200원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에 팔려는 투자자들 전화가 많이 왔었다"면서 "근데 오늘은 시장이 다시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4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16.8원 내렸다. 이틀간 30원 가까이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동안 17원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이 전해지며 오전 한때 1960선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추가 절하 가능성이 적다는 중국 인민은행의 발표로 다시 반등했다. 어제보다 7.99포인트 오른 1983.46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이 2000억 원 넘게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19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도 1.97% 오른 731.36을 기록했다.

중국은 더는 추가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위안화 추가 절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외환은행 딜링룸의 서정훈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파탄 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절하 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중국이 또다시 위안화 가치를 낮출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중국은 7% 성장률을 유지하려 하지만, 이것이 힘들어지자 위안화 가치를 떨어트려 수출을 살리려는 의도"라면서 "결국 이 여파가 세계 경기가 회복보다는 둔화로 가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인 위안화 가치 하락, 중국 경제 파탄나고 있다는 신호"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 등 주변 경쟁국의 실물경제는 물론이고 향후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까지 크게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초 금융계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9월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수출업체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이를 12월 이후로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걱정은 위안화 가치 하락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일단 정부는 중국에 대한 우리 수출의 70%가 중간재 수출이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 하락이 우리 수출에 나쁘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지난 12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경쟁력 강화 목적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대부분이 중간재이기 때문에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중간재 수입을 줄이고 자급률을 높이는 추세다. 이 때문에 벌써 기업들 사이에선 이번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낙관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중간재 수출은 긍정적이라도 완제품 수출에서는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 100위안에 사 오던 제품을 이제 120위안에 사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으로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외환은행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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