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삽질하기 전, 모래섬은 눈부셨다

[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⑦] 현장 탐사보도를 마치며

등록 2015.08.27 11:21수정 2015.08.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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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성원으로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 목표액이 달성됐지만 모금은 계속합니다. 31일까지 모인 후원금은 김종술 기자의 4대강 취재비로 전달합니다. 김종술 기자가 낙동강을 지키는 정수근 기자에게 카약을 선물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투명 카약 2대'로 진화했습니다. 두 기자는 8월 24일부터 2박 3일 동안 낙동강을 취재했습니다. 이 기사로 현장 탐사 취재 보도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안 기획 기사는 계속됩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절벽 위에 서니 숨이 탁 멈췄다. 시야가 확 트였다.

"아, 이게 강이다."

입 밖으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흐름을 멈춘 침묵의 강, 녹조가 끼고 큰빗이끼벌레가 우글거리던 그간의 낙동강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강의 아랫물과 윗물이 마구 섞여 뒹굴면서 산소를 물속에 주입하는 은빛 여울, 금빛 모래톱 위에 선 풀들은 싱싱했다.

심지어 아래쪽 물속 모래도 훤히 내비쳤다. 삼강 주막에서 내려온 낙동강 물이 휘돌아가는 곳이다. MB의 삽질이 가해졌던 곳이다. 상처 난 낙동강에 새살이 돋는 곳이다.

수장된 경천대 비경, 사라진 백사장... MB가 한 일이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기획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6일 오후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예천군 삼각주막 하류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기획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6일 오후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예천군 삼각주막 하류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이희훈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기획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6일 오후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예천군 삼각주막 하류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기획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6일 오후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예천군 삼각주막 하류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이희훈

 지난 26일 오후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예천군 삼강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
지난 26일 오후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예천군 삼강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권우성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 취재의 마지막 종착지인 삼강 전망대에 선 금강 종술과 낙동 수근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 비경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예정에도 없던 물놀이를 강행했다.


"우리 투명 카약 내립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4대강 투캅스'는 의기투합했다. 아래쪽에 보이는 경북 문경의 용궁마을로 내려갔다. 거대한 모래톱 한쪽 구석에 자동차를 세우고 국민 성금으로 마련한 투명카약을 내렸다. 노를 저었다. 투명카약 바닥으로 모래가 흐르는 게 훤히 보였다. 카약을 타고 강물 중간에 형성된 얕은 물 속 모래톱 위에 내려서 물장구도 쳤다. 4대강 공사 전에 낙동강에서 흔히 보던 풍경처럼. 그사이 붉은 석양이 강물 위에 떴다. 눈이 부셨다.


4대강 공사 전에 상주 경천대의 모습도 이랬다. 하지만 MB는 상주의 상징이자, 낙동강 제1경이었던 경천대 비경을 수장시켰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경북 상주시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이 간판의 배경이 바로 경천대와 앞 회상리 마을이다. 물길이 휘돌아가는 곳에 큼지막한 금빛 백사장이 형성돼 있던 곳이다.

4대강 사업 3년 뒤인 2015년 그곳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은 삼강에 가기 전에 그곳에 들렀다.

백사장은 남아있지 않았다. 물속에 잠겨버렸다. 강물은 힘차게 휘돌아가지 않았다. 상주보로 막혔기 때문이다. 수천 년 쌓이고 쌓인 자연경관이 불과 3년 만에... 하늘이 놀라고 땅을 뒤흔들, '경천동지'할 일이다. 믿기지 않는가? 아래 비교 사진을 보아주기 바란다.

낙동강 물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워서 '낙동강 제1경'으로 꼽힌다는 경북 상주시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이 4대강사업으로 인해 크게 변했다. (사진 왼쪽) 2009년 9월 최병성 시민기자 촬영. 넓은 모래밭이 펼쳐지고, 바닥의 고운 모래가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 오른쪽) 2015년 8월 26일 권우성 기자 촬영. 모래밭은 사라졌고, 준설작업으로 강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고, 멀지않은 하류에 상주보를 건설해서 물이 가둬지면서 물이 가득하다. ⓒ 권우성


낙동강 물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워서 '낙동강 제1경'으로 꼽힌다는 경북 상주시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이 4대강사업으로 인해 크게 변했다. (사진 왼쪽) 2009년 9월 최병성 시민기자 촬영. 넓은 모래밭이 펼쳐지고, 바닥의 고운 모래가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 오른쪽) 2015년 8월 26일 권우성 기자 촬영. 모래밭은 사라졌고, 준설작업으로 강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고, 멀지않은 하류에 상주보를 건설해서 물이 가둬지면서 물이 가득하다. ⓒ 권우성


 지난 26일 오후 경북 상주시 경천대 부근에서 찍은 낙동강의 모습. 4대강사업 이전에 보이던 넓은 모래밭은 모두 사라지고 준설작업으로 인해 깊고 넓어진 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5장의 사진을 이어 붙인 파노라마 사진이다.
지난 26일 오후 경북 상주시 경천대 부근에서 찍은 낙동강의 모습. 4대강사업 이전에 보이던 넓은 모래밭은 모두 사라지고 준설작업으로 인해 깊고 넓어진 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5장의 사진을 이어 붙인 파노라마 사진이다. 이희훈

그 많던 모래톱이 3년 만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수박을 먹으며 강 수욕을 즐겼던 사람들도 당연히 사라졌다. 1급수였던 이곳에 요즘은 녹조가 낀단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을 맑게 하겠다던 MB가 한 일이다. 녹색 성장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MB가 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영상을 소개한다. 탐사 취재 마지막 날(26일) 오전에 갔던 감천 합수부에서 찍은 영상이다.

상처 회복한 감천 합수부, 낙동강은 위대했다



낙동강은 위대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감천 합수부는 모래가 사라진 상주 경천대와 다른 모습이었다. 감천은 수천 년 동안 자기 몸속에 품어왔던 모래 내장을 낙동강에 부어버렸다. 하늘에서 본 감천 합수부는 물속의 활화산이었다. 용암이 아니라 모래를 뿜어대는... 무인기에서 영상을 찍는 순간에도 모래는 꿈틀거리며, 때론 소용돌이치면서 낙동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자연은 MB가 만든 생채기, 수심 6m를 메워버렸다. 3년 만에 낙동강 본류 4분의 3을... 물만 있던 곳에 은빛 모래섬이 생겼고, 그 위에는 고라니 발자국이 나 있다. 풀이 자랐다. 물속 모래 위에선 송사리 떼들이 놀고 있었다. MB가 삽질하기 전,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은 원래 이랬었다. 눈부신 감천 모래섬에서 선 '낙동에 살어리랏다' 투명카약 탐사보도팀은 모처럼 강다운 강을 만나 반가웠지만, 한없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게 바로 희망이었다. 5년짜리 권력과 엄청난 자본도 결국 대자연의 놀라운 기억력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 4대강은 막을 수 없다. 4대강은 쉼 없이 흘러야 한다. 

태풍 맞고 도랑에 빠지고 무인기 추락하고...
[현장 탐사 보도를 마치며] 금강과 낙동강으로 돌아간 '4대강 투캅스'

2박 3일간의 탐사보도는 끝이 났다.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캠페인 후속 기획으로 마련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취재팀은 모두 집에 가지 못하고 경북 문경의 한 모텔에서 새벽까지 기사를 마무리 했다. 사건도 많았다. 첫째 날은 도동서원 앞 녹조밭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MB의 4대강을 고발했지만, 둘째 날은 태풍 고니의 비바람에 제대로 취재를 할 수가 없어서 애를 태웠다.


마지막 날인 26일 최종 취재 포인트에서는 탐사보도팀이 좌초될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삼강에 투명카약을 띄우려다가 낙동 수근의 차가 도랑에 빠져 뒤집힐 뻔했다. 잠시 눈앞이 캄캄했다. 해는 지는데, 견인차는 안 오고... 투명카약 '뱃놀이'의 마지막 신을 찍고 모래톱으로 귀환하던 무인기가 벼랑 끝 나뭇가지에 걸려 추락했다. 금강 종술이 맨발로 80도 깎아지른 절벽으로 올라가 무인기를 구출했다.



결국, 무사히 2박 3일간의 탐사보도 일정을 마쳤다. 이로써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현장 취재는 끝났다. 김종술 기자는 이제부터 금강을 홀로 걸으며 금강을 지킬 것이다.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서 지역의 환경 지킴이 역할을 하면서 낙동강의 재자연화를 위해 힘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간 현장 취재팀에 보내주신 독자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이후에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후원하기
☞[낙동에 살어리랏다①] "우리에겐 투명카약 2척이 있습니다"
☞[낙동에 살어리랏다②] '녹색성장' 약속한 MB, 낙동강은 온통 '녹조라떼'
☞[낙동에 살어리랏다③] 그물걷자 시궁창 냄새... MB 위한 특별 국밥 레시피
☞[낙동에 살어리랏다④] 여긴 괴기영화 세트장? 4대강의 또다른 비극
☞[낙동에 살어리랏다⑤] 4대강 홍수방지? MB탓에 침수 피해
☞[낙동에 살어리랏다⑥] MB가 파냈던 모래, 강 스스로 회복했다
☞[낙동에 살어리랏다⑦] MB 삽질하기 전, 모래섬은 눈부셨다
☞[낙동에 살어리랏다⑧] 비상사태도 선포했는데, 낙동강은 왜 잠잠하나

<4대강 1차 기획보도>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선물하기> 캠페인 보도 바로가기
☞ <금강에 살어리랏다> 탐사 기획보도 바로가기
☞ <김종술, 금강에 산다> 10만인리포트 연재 기사 바로가기
☞ 김종술 기자 : 금강에 가보셨나요

 
#김종술 #정수근 #투명카약 #4대강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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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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