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딸의 고양이 따라하기, 어떻게 한다냥?

[다다와 함께 읽은 책24] 현덕 글, 이형진 그림 <고양이>

등록 2015.09.21 18:25수정 2015.09.21 18:25
0
원고료로 응원
요즘 고양이 여러 마리가 우리 집을 들었다 놨다 한다. <요괴워치>의 지바냥과 <주얼팻>에 등장하는 한무리의 고양이 떼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9살 큰애는 그렇다 치자. 걱정인 건 초특급울트라급 떼쓰기의 달인, 다섯 살 둘째다. 언니가 보는 건 뭐든 다 따라 해야 하는 둘째. "넌 어떻게 언니보다 더 많이 보려고 하냐?"는 큰애 말은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이 노마가 고양이 말투를 따라한다는 거. 이런 식이다.

"오늘은 (어린이집에 데리러) 엄마가 올거냥?"
"요구르트 먹고싶다냥."
"엄마 나 왔다냥."


'이 녀석이 또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은 잠시뿐. 웃어 넘길 때가 많았다. 또래보다 말이 좀 늦은 데다 요즘 들어 부쩍 더듬기도 하는지라 가능한 큰소리 내는 걸 자제하고 있기 때문. 다른 이유도 있다. 냥냥 거리는 말투에 표정 연기까지 더해지면 귀엽기도 해서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올 만큼. 그런데 여기, 우리 집 노마보다 더 '센' 아이가 있었으니 현덕 글, 이형진 그림의 <고양이> 속 노마다.

고양이 흉내내는 아이들, 어쩐다냥

a

현덕 지음 <고양이> ⓒ 길벗어린이


우리 노마를 소개할게요. 우리 노마와 친구들의 주특기는 고양이 흉내내기. 친구들과 무리 지어 놀면서 고양이 흉내를 내지요. '고양이처럼 등을 꼬부리고 살살 발소리 없이' 목소리도 고양이처럼.

정말 고양이라도 된 것마냥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데'로, '마루 밑으로', '뒤꼍으로 갑니다'. 고양이처럼 지붕 위까지 올라기 못하는 것이 그저 한스러울 뿐이죠. 그러다 부엌에서 저녁 찌개 할 부게(북어)를 고양이처럼 뜯어먹다 딱 걸리는 날엔...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고양이처럼 날렵한 빠른 스피드겠죠?

"노마 요 녀석 허는 장난이" 하고 마루를 구르며 쫓아 내려오는 어머니. 그것마저 재미난다는 표정의 아이들 얼굴을 보고 있자니 '큭큭' 웃음이 난다. 역동적인 그림 탓인지, 고양이 흉내를 내는 노마와 친구들 표정이 내내 '살아있다'. 그림 속에서도 "아옹 아옹"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 대는 노마들 얼굴에서도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


"근데 얘들, 왜 하필 고양이를 흉내내는 걸까. 강아지가 아니고."

난 그저 궁금해서 한 마디 던졌을 뿐이다.

딸 : "내 생각엔... 예전에는 집에 쥐가 많았으니까 고양이를 더 많이 키웠을 것 같아. 그러니까 고양이 흉내를 더 잘 내는 거지."
나 : "어, 그럴싸한데?"
딸 : "엄마 몰라? <검정고무신>에서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쥐 잡아 오라고 하는 내용이 나와. 엄마, 그것도 못 봤어?"

내가 너무 모르는 거니, 네가 너무 많이 아는 거니. 아, 부끄러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 실렸습니다.

고양이

현덕 글, 이형진 그림,
길벗어린이, 2000


#다다 #그림책 #고양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2. 2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3. 3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4. 4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