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죽어서까지 차별받아" 세월호 유족 오체투지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교사 순직 인정 촉구,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까지 행진

등록 2015.09.08 14:56수정 2015.09.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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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 휴식 취하는 유가족 지난 4월 4일 세월호 희생자 고 김초원(단원고 교사)씨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 도보행진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씨의 딸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식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빗 속 휴식 취하는 유가족지난 4월 4일 세월호 희생자 고 김초원(단원고 교사)씨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 도보행진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씨의 딸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식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희훈

"딸이 죽어서까지 차별을 당하니까 부모로서 너무 억울합니다. 딸의 명예를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아직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오체투지에 나선다. 딸은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단원고 교사 김초원(27)씨다. 사고 당일 비교적 탈출이 쉬웠던 5층에 있었던 딸은 배가 기울자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사고 이틀 만에 구명 조끼도 입지 않은 채 발견됐다.

하지만 죽어서는 신분이 나뉘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같은 곳에서 사망한 정규직 교사 7명과 달리 '순직' 심사 대상에서조차 제외된 것이다. 이후 순직 대신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신청을 했지만 '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그마저 보류됐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교사 출신인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기간제 교사도 교육 공무원이 맞다'는 국회 입법 조사처의 법적 해석 결과를 받아냈고, 용기를 얻은 김씨는 같은 달 23일에 순직 신청을 했다. 결과는 '반려'였다. 

1년 넘게 의사자도, 순직 인정도 안 돼... "차라리 그냥 나왔더라면"

세월호 교사 유가족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하라" 지난 7월 1일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이지혜 선생님의 아버지 이 아무개(오른쪽)씨와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세월호 교사 희생자  순직인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아직 순직 인정을 못 받은 두 아버지는 오는 9일 오전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다.
세월호 교사 유가족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하라"지난 7월 1일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이지혜 선생님의 아버지 이 아무개(오른쪽)씨와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세월호 교사 희생자 순직인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아직 순직 인정을 못 받은 두 아버지는 오는 9일 오전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다. 이희훈

죽음조차 차별 받는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억울했다. 같은 시기 또 다른 기간제 교사 희생자인 이지혜(32)씨의 아버지 등과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혁신처에 순직 인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거기에 순직이 인정되면 혜택이 중복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의사자 신청마저 또다시 보류된 상태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딸은 아직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했다. 8일 오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김성욱(58)씨의 목소리는 침통했다. 그는 "딸이 위급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구하러 가면서 스스로 '기간제 교사'라고 생각했겠느냐"며 "학생들 역시 딸이 기간제 교사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업무를 했는데 죽어서까지 차별을 하니 너무 억울하다"며 "차라리 그냥 나왔으면 이런 차별은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이지혜씨의 아버지(61)도 억울한 건 마찬가지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는 "똑같은 선생님 자격으로 세월호에 탔음에도 누구는 선생님이고 누구는 일반 근로자 취급을 한다"라며 "자식 잃고 이런 부분까지 차별을 받으니 속이 상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는 비상식적으로 일어난 일이니 정부가 상식과 원칙만 들이대지 말고 폭넓게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을 모아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두 아버지는 오는 9일(수)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까지 오체투지로 행진할 예정이다. 두 손과 두 다리, 그리고 이마를 차례로 땅에 붙이며 약 700m를 이동한다.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바라는 이 행진에는 김초원·이지혜씨의 학교 동문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KTX 해고 노동자 등 시민 30여 명이 동행한다.

한편, 정진후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69명은 지난 6월 25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당시 의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가 의로운 죽음을 더욱 숭고하게 할 수는 있어도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정부가 그 뜻을 받아들여 신속한 순직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 또한 같은 달 22일에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에게 법률의견서를 전달하고 두 기간제 교사가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교육공무원법이 정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며, 재직 중 공무로 사망했기에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순직)유족 급여 및 (순직)유족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 #인사혁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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