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빛기획협동조합이 만든 고 내툰나잉 미얀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장의 조문보
은빛기획협동조합
"민주주의 기차 있잖아요? 처음에는 같이 출발하는데 어떤 역에 도착하면 누군가가 내릴 수도 있고 어떤 역에 도착하면 누군가는 또 타요. 타고 내리면서 기차는 계속 갈 거예요. 종착역에 도착하면, 다 같이 도착하면 더 좋겠죠." (고 내툰나잉 미얀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장의 조문보)은빛기획협동조합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만드는 인쇄물, 조문보로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고 신해철의 조문보가 만들어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당시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문보에는 그의 삶의 궤적, 추모의 글들, 일화들이 담겨 "형식만 남은 장례에 스토리를 담은" 시도로 평가됐다.
이처럼 조문보 제작은 가족의 '몫'만은 아니다. 내툰나잉 한국지부장의 조문보는 평소 그와 친분이 깊었던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주도해 만들어졌으며, 지난 달 31일 별세한 호서대 설립자 강석규 박사의 경우는 학교측에서 요청했다고 한다.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행사 현장에 전시된 조문보 중에는 1973년 박정희 정권 시절 의문사한 고 최종길 전 서울대 교수의 부인 고 백경자씨의 조문보도 있었다. 펼치면 A4 용지 크기, 앞서 언급한 조문보들에 비해 비록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이 슬픔을 나눠주십시오"로 시작하는 글이 전달하는 울림은 컸다. 고인의 아들이 직접 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항래 은빛기획협동조합 대표는 "계약 과정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그 내용만으로도 조문보를 만들 수 있다. 6시간 이내 제작이 가능하다"면서도 "본인이 직접 써오는 게 가장 좋더라. 미리, 지금 준비하시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미리' 또는 '지금'의 무게착한 가격, 착한 안장에 나눔을 더하고 스토리를 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장례 문화, 그래도 핵심적인 것은 노 대표의 말처럼 '미리' 또는 '지금'이 아닐까. 웰다잉 10계명의 '모든 사람이 모르는 것 세 가지'가 다시 떠올랐다.
하나, 언제 죽을지 모른다.둘,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셋,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 '생사 문화의 날' 행사장에 전시된 '웰다잉 10계명'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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