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염두에 둔 사장 내정, 임명 철회 바란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87] 함철 KBS 새 노조 부위원장

등록 2015.10.31 10:12수정 2015.10.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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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 후보로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을 선정했다. 이날 이사회는 오전 10시부터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오후 6시쯤 표결에 들어갔다. 그 결과 7표를 받은 고 후보가 신임 사장 후보로 낙점되었다.

이에 전국 언론노조와 언론 시민단체는 '노동 개악으로 노동자를 권력과 자본에 복속시키고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역사를 조작하는 데 이어 방송까지 확실하게 장악해 영구적인 집권연장을 꾀하기 위한 인사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이후 권오훈 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신관 로비에서 농성 중이다.

앞으로 KBS 새 노조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듣고자 지난 20일 KBS 새 노조 사무실에서 함철 부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함 부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KBS 사장 후보 임명, 친 정권 보도 활용 목적"

함철 KBS 새 노조 부위원장 ⓒ 이영광


- 지난 26일 KBS 신임 사장 후보로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이 선정되었어요. 이에 KBS 새 노조는 성명을 내고 "고 사장의 임명 제청은 박근혜 정권이 KBS를 철저히 자신의 입맛대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는데요.
"이번에 사장으로 제청된 고대영씨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급격히 지지를 잃어가던 정권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낸 인사 중 하나입니다. 현재 박근혜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는 와중에 고 후보를 사전에 내정하는 등 사장 선임 작업을 해온 정황들이 여러 곳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비춰볼 때 '청와대는 왜 사전에 내정하고 있었을까' 하면 바로 친 정권 보도를 해온 전력을 이후에도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 후보 과거 전력으로 볼 때 단지 현 정권의 찬양 미화로 그치지 않고 보수정권이 이후에도 계속 연장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이번에 KBS 사장에 선임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 "고 후보를 사전에 내정하고 사장 선임 작업을 해온 정황들이 여러 곳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이미 오래전부터 고 후보를 민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얘깁니다. 이번 사장에 응모한 사람 중에서도 고 후보가 청와대에 줄을 대고 있다는 증언이 있었어요. 또 청와대가 지난해 조대현 사장 당시에도 고 후보를 민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사회가 분열되는 바람에 고대형 카드를 접고 조대현 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당시 청와대에서 흘러나왔어요. 올 초부터 이번에 뽑는 사장은 내년 총선과 내후년에 있을 대선을 위해서 뽑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어요. 그런 것을 종합해볼 때 청와대가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고 후보를 사전에 내정했다고 봅니다."

- 그럼 연임을 위해 애쓰던 조대현 사장은 헛물 켠 것이네요.
"그렇죠, 원래 조 사장이 될 때 여권 이사들이 분열되어 있었어요. 이전 이사 중에는 고 후보를 극도로 싫어하는 여권 이사가 있었어요.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하고 조 사장 선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자평합니다."

- 조 사장이 지낸 1년 3개월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조 사장은 국민과 KBS 구성원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불공정 방송을 자행해 왔어요. 또한 연임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조합을 탄압했으며 측근을 요직에 기용해 공영방송을 농단한 인물입니다. 마땅히 퇴출당해야 합니다."

- 고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요?
"고 후보는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했어요. 80년대 중반 입사한 뒤에 지금까지 KBS 기자 생활하면서 정치부, 모스크바 특파원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역임할 정도로 그동안 승승장구했어요. 자기가 원하는 바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현하는 사람입니다.

정치권에 대한 이해가 밝아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정권의 권력이 어디로 흐를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름 잘 아는 기자 중 한 명입니다. 이명박 정권 이후에는 정권 친화적인 기사를 주문하거나 야당 비판 기사를 많이 배치함으로써 편파적인 보도의 전형적인 인물로 꼽히죠. 그리고 기자들이 저항하면 가차 없이 기자들을 탄압하고 심지어 기자협회를 탄압하는 데도 앞장서서 행동했어요."

- 고 후보자가 7표를 받았어요. 이사회 전 보도로는 고 후보자와 또 한 명이 유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표가 갈라지지 않은 건 청와대 개입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데.
"7명 전원이 별다른 토론 없이 일사불란하게 고 후보를 지지했어요. 이것은 곧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에 뽑히는 사장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현재 취약한 정권의 기반들을 보완하기 위한 여론 호도용 방송을 할 만한 사람으로서 고 후보를 오래전에 내정했다는 걸 또 한 번 반증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강동순 후보도 친여권 성향인데 굳이 고 후보여야 했을까요?
"왜냐면 보도국을 완벽히 장악하기 위해서죠. 고 후보는 기자 출신이지만 강 후보는 PD 출신이거든요."

"부적격 후보의 사장 임명 막으려 농성 중"

함철 KBS 새 노조 부위원장 ⓒ 이영광


- 이번부터 KBS 사장은 인사 청문회가 열리잖아요. '고대영 검증단'을 예고하셨던데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이신가요?
"검증단은 지난 27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어요. 활발하게 자료를 모으는 단계고 인사 청문회 전에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특히 고대영 후보가 그동안 보인 도덕성의 흠결, 그리고 공정보도를 훼손해왔던 사례 등을 다시 폭넓게 조사함으로써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릴 겁니다. 이런 부분이 인사청문회에서 두드러져 결국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 철회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 도덕적 흠결이 의미하는 건 뭔가요?
"그동안 고 후보가 후배 폭행사건 파문도 있고 수신료 인상 추진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했던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도 나왔어요. 그리고 현대차로부터 골프와 술접대를 받았다는 논란 등이 있죠. 또한 기자로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도덕적 흠결을 찾아서 정리하는 작업을 활발하게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 지금 상황에서는 (사장 임명을) 강행할 것 같고 MBC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저희도 이런 우려가 커요. 고 후보가 일관되게 보이는 것은 반공영적 보도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철학에서도 극도로 노조를 싫어하는 모습입니다. 그때문에 아무래도 사장으로 임명된 다음에는 노조 탄압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아마 그것은 과거 김재철 사장이 MBC를 장악하며 했던 여러 노동 탄압 정책들을 KBS에서도 상당 부분 펼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MBC와는 다르게 KBS에 대해서는 아직도 국민이 많은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고 있어요. 저희는 국민과 함께 투쟁을 벌여나감으로써 고 후보가 벌일 반 공영, 반 공정보도, 반 노조 행태에 대해 분쇄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난 19일부터 권오훈 위원장이 농성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상황인가요?
"19일부터 부적격 후보가 사장으로 임명되는 걸 막기 위해 농성 중입니다. 무기한 부적격자의 사장 임명을 막기 위한 농성은 이어나갈 생각이고 향후 검증단 활동을 통해 부적격 사례를 더욱 많이 모아 국민께 알리겠습니다. 국민적인 반대 투쟁을 불러일으킬 계획입니다."

- 제1노조와의 연대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제1노조와는 총파업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놓고 협의 중입니다. 조합별로 상황이 다른 관계로 신속한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 후보의 사장임명을 강행한다면 총파업도 고려하고 대국민 선전도 양대 노조가 공동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함철 #고데양 #KBS사장 선임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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