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발언은 국민에 대한 인격모독"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88]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록 2015.11.01 11:14수정 2015.11.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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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 정청래 의원실


'공갈'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지난 9월 중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책 <거침없이 정청래>를 출간한 바 있다.

<거침없이 정청래>는 지난 5월 논란이 되었던 '공갈' 발언에 대한 심경 고백과 정치를 하게 된 이유 등을 솔직 담백하게 담았다. 책에서 그동안 겉으로 보인 정 최고위원의 모습과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지난 28일 국회의원 회관 정 최고위원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정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가장 큰 징계는 말 못하는 것... 더 배려 해야겠다 생각"

<거침없이 정청래> 표지 ⓒ 자음과 모음


- 지난 9월 15일 <거침없이 정청래>를 출간하셨잖아요. 50일 정도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말발도 좋지만, 글발도 좋다'고 칭찬을 좀 받았어요. '작가를 해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느냐'고 물어서 그 정도의 글재주는 아니라서 전업 작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어요. 책을 읽어본 분들의 반응은 '정청래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것과 '그렇게 오랫동안 통일문제에 대해 천착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다'는 얘기를 좀 들었어요. 반응은 좋아요"

- 책은 어떻게 출간하시게 됐어요?
"징계를 받고 자숙을 하는 와중에 시간적 여유도 좀 있어서 내 삶을 한번 뒤 돌아보고 성찰과 정리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출판사에서 전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이 있어서 출간하게 되었어요. 차분하게 저의 모습을 바라보는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 자숙 기간일 때 입이 근질거려서 책으로 대신 한 건 아닌가요(웃음)?
"워낙 말과 글을 많이 쓰던 사람이 한두 달 가까이 얘기를 안 하게 되다 보니 좀 답답한 것도 있었어요. 특히 메르스 국면 때 병원 명단이 이미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정부의 말도 안 되는 방침이 나왔을 때 내가 한마디를 해야 했는데. 그걸 못해 입이 진짜 근질근질해서 그때가 제일 안타까웠어요."

- 의원님한테 최고의 징계는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맞아요. 저에 대한 가장 큰 징계는 말 못하게 입을 막는 거예요(웃음). 그러나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을 잘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할 말은 하되 지혜롭게 말해서 꼬투리 잡히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 초반에 '공갈' 발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위트로 하신 건데 의도와 달리 종편을 시작으로 보수 언론의 공격에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어떤 단어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뉘앙스가 다 다르잖아요. 저는 약간 재치있게 한 말이 그렇게 크게 후폭풍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말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서 속 깊은 배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의원님은 어느 계파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운동권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주변에서 '어느 계파에 속해있지도 않고 당내에서 힘이 없으니까 공격받고 어려움에 처하는 것 아니냐'고 저를 위로하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근데 저는 그렇다고 보지는 않고 그냥 당시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던 거 같아요."

- 보수 언론과 싸우는 정치인으로 유일하기 때문에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초선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10명 있었어요. '민노당도 함께 거대 언론에 맞서 싸웠으면 나 혼자 공격을 받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대한민국은 언론과 교육이 제일 문제라는 의식을 느꼈어요. 지금은 보수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언론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적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이 옳기 때문에 그 길을 가겠습니다."

- 당이 종편 출연 허용한 것은 어떻게 보세요?
"원래 당론은 종편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당론이 바뀌었어요. 저는 종편에 출연한 국회의원들도 그분의 자유지만 제가 출연하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의원들의 종편 출연은 그냥 무심하게 보고 있어요. 다만 종편에 나가서 종편의 편집 의도에 이용당하는 것은 좀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 학원 사업으로 성공하셨잖아요. 계속 그 길을 갔다면 편하게 생활하셨을 것 같은데 정계 입문을 후회하진 않으세요?
"물론 학원 사업을 해서 성공한 편이었고 편안한 길을 갈 수도 있었겠죠.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 후회할 때가 있어요. 더군다나 우리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해주지 못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좀 미안한 부분은 있어요."

- 국회의원은 풍요롭지 않나요?
"학원 할 때는 풍요로웠는데 지금은 전혀 풍요롭지 않아요. 국회의원 하면서는 세비가 나오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쓸 돈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아이들은 '아빠 국회의원 좀 그만하고 옛날처럼 돈 잘 버는 일 했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해요. 그러나 학원 사업을 한 것은 제 삶의 목표가 아니고 하나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죠. 순간순간 개인적인 아쉬움과 후회는 있지만, 그것이 전반적으로 후회한다는 건 아니에요."

- 정 의원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언론 문제입니다. 아마도 17대 언론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통일 문제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 같은데.
"학생운동 할 때 조국통일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88년도, 남북공동올림픽 개최하자고 하는 등 통일문제에 대해 남들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어요. '대한민국이 거대한 병동이다, 허리 병을 앓고 있다, 사람으로 따지면 허리가 잘려서 합병증이 오는 거다. 그래서 건강한 대한민국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 분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요.

문제의 출발과 해결점이 분단의 극복에 있다고 봐요. 그래서 통일 문제는 평생의 업으로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통일 운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일환으로 지금 국회의원을 하는 거예요."

"정권이 역사 평가하는 것 아니라 역사가 정권 평가해야"

- 현재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11월 2일 행정고시를 확정할 방침인데.
"정권이 역사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정권을 평가해야 하잖아요. 근데 본인들이 역사를 평가하겠다고 나선 거거든요. 이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역사에 대한 오만이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지금 세계적인 추세도 검인정교과서와 자유발행체제로 가는 국면인데 이렇게 단일 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는 북한 등 몇 나라가 안돼요. 왜 북한을 욕하면서 북한 방식을 따라가느냐는 거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런 방식은 종북 교과서 방식이라는 것이죠.

일본도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면서 교과서를 왜곡하고 있는 마당인데 우리가 어떻게 아베를 비난하고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라고 얘기하겠어요? 그런 면에서 국정교과서는 시대착오적이죠. 국민의 반대 여론이 너무 높아서 국정교과서는 아마 실패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 정부는 강행할 것 같은데 야당으로서는 방법 없는 것 아닌가요?
"법적인 방법은 없는 게 사실이에요. 고시를 강행하면 그렇게 되는 거거든요. 그러나 고시가 강행되거나 확정되면 '고시 철회'를 걸고 총선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총선이 끝나면 이것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켜서 국정교과서를 좌절시켜야 합니다."

- 지난 18일에 국정교과서 비밀 T/F가 드러났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행정절차법의 명백한 위반이죠.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떳떳하지 못하니까 비밀리에 숨어서 한 짓 아니에요?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하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나온 거죠. 근데 중요한 것은 입법사항이 아니고 고시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면 하는 건데. 결국은 국민 여론을 악화시킬 거고 민심이 돌아서서 아마 정권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비슷하게 새누리당은 '감금' 프레임으로 가고 있는데요.
"말은 그렇게 '감금한 거 아니냐'고 했는데 더는 말이 없고요. 경찰들이 다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 댓글 사건 때하고는 완전히 달라요.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그 앞에서 지켜 서 있었던 것도 아니라 그런 주장은 앞으로 더 못할 것이고요.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건물 외곽에서 그냥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희는 면담을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감금과는 전혀 관계없어요. 걱정 안 해도 돼요."

- 지난 27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올바른 역사관 운운했던 내용은 '40여 년 전 아버지 연설집에서 보고 베낀 내용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할 정도였습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합니다. 5년짜리 정권이 5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은 너무 오만한 자세입니다. 지금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 국민을 설득하거나 토론하는 자세가 아니라, 마치 유신 시대 긴급조치 포고령을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앞날이 걱정됩니다."

"이정현 의원 발언, 국민 인격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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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교과서포럼'이 만든 한국 현대사 교과서, 문제점 많아"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청래 최고위원이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만든 한국 현대사 교과서를 들어보이며 "이 책의 내용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 남소연


- 이정현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발언해서 논란인데.
"이런 발언을 한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을 왕으로 모시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이 수도권은 60%대고 전국적으로 50%를 넘는데요. 이 사람들을 마치 적화통일을 지지하고 준비하는 사람처럼 묘사하는 것은 반대하는 사람을 모두 빨갱이로 몰겠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국민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국론 분열의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 당 혁신위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혁신위는 각자 사람마다 평가 기준이 있고 다를 텐데 저는 잘한 부분도 있고 못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걸 하나하나 따지는 건 이제 무의미해요. 왜냐하면, 지나갔기 때문에. 그래서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 방안에 대해서 잘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 새정치민주연합 79명 의원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했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직 법을 발의하지도 않았고 통과되지도 않았잖아요. 지금의 혁신위 방안대로 추진하다가 만약에 법이 통과되면 그것이 상위개념이기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할 수 있거든요. 근데 그것은 법이 통과된 이후에 우리가 취할 행동이잖아요. 근데 법이 통과되지도 않고 통과될 전망도 없는데 '통과될지도 모르니까 지금 혁신위 방안을 하지 말자'는 것은 모순이죠."

-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잖아요. 일각에서는 야권이 분열되어 있어서 통합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일이라는 것은 다 순서가 있어요. 내부 단결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외부 통합으로 가야 하거든요. 근데 지금 내부 단결도 잘 안 되는 마당에 외부 통합을 한다면 밖에 있는 분들이 좀 웃지 않겠어요? 그래서 우리부터 당 내부적으로 화합하고 단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 내년 총선 어떻게 전망하세요?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은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국정교과서 문제로 지금 민심이 돌아서는 상태잖아요. 결국은 우리 내부가 어떻게 단결해서 잘할 것인가, 이런 문제가 남아있는 거죠. 그래서 공은 우리에게 와 있다고 생각해요."

○ 편집ㅣ김준수 기자

#정청래 #거침업이 정청래 #역사교과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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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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