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가장의 비극, <오마이뉴스> 먼저 찾았습니다

[10만인클럽 '만인보' 캠페인②] 고상만 시민기자가 호소합니다

등록 2015.11.09 19:55수정 2015.11.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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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萬人步)'. 한 명의 만 걸음보다 만 명의 한 걸음이 당당합니다. 만인은 권력과 자본 앞에 할 말 하는 언론의 버팀목입니다. 만인은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어깨동무이자, 찬우물처럼 깨어있는 시민의 뉴스 공동체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오마이뉴스>를 매월 자발적으로 유료 구독하 10만인클럽의 만 번째 주인공이 되어 주십시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고상만입니다. 제가 처음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맺은 때는 2003년 1월의 일이었습니다. 만 12년 전, 저는 제1기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관 업무를 마치고 인권 활동과 관련한 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전화를 받은 것은 그때였습니다.


전화를 걸어 온 분은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이덕우 변호사님이었습니다. 저와는 1994년부터 재야단체인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인권위원회'에서 일해 온 지라 오래 전부터 각별한 사이였는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야. 상만아. 너 지금 놀고 있지?"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분이 어디 좋은 직장이라도 소개해 주시려고 하나' 싶어 대뜸 "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하시는 말씀이 "너 나하고 어디 좀 가자. 출장 준비해서 조금 있다가 어디로 나와"하시더니 전화를 뚝 끊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긴가민가 "뭐지"하면서도 주섬 주섬 챙겨 나갔습니다. 그리고 간 곳이 바로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이었습니다.

배달호 노동자의 분신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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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와 배달호열사정신계승사업회가 지난 1월 9일 중식시간에 창원 두산중공업 정문 앞에서 연 '노동열사 배달호 12주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윤성효


서울에서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까지 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이 변호사님에게 듣게 된 두산중공업의 비극은 참으로 끔찍했습니다. 만 12년 전이나 세월이 흐른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노동운동 탄압, 그 시작이 빚어낸 비극이었습니다.

두산중공업에서는 2002년 5월부터 노조 파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에 맞서 사측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노조를 상대로 형사 고발과 내부 징계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월급과 사는 집까지도 모두 민사 가압류하여 노동자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중 한 분이 바로 배달호 노동자였습니다.


사건 당시 만 50세였던 배달호. 사랑하는 두 딸의 아버지였고 한 여인의 다정한 남편이었던 '용접공' 노동자 배달호. 그런 배달호씨가 노조 대의원으로 노동운동을 하면서 사측의 탄압 한가운데로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배달호씨 역시 사측에 의해 월급이 가압류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배달호씨는 지난 6개월간 단 한푼의 월급도 집에 가져다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노조에 대한 탄압은 가혹해졌고 그러한 고통이 지속되던 2003년 1월 8일 저녁이었다고 합니다. 배달호씨의 부인은 이날 아주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됩니다.

그간 월급 봉투를 가져오지 못한 남편이 불쑥 자기 앞으로 봉투 하나를 건네 줬다고 합니다. 마치 월급 봉투처럼 그렇게 가져다 줬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살짝 열어보니 예상처럼 봉투 안에는 만원 권의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봉투 곁면에는 '배달호 45만원'이라는 글씨도 써 있었다고 합니다.

부인은 웃으며 "무슨 돈이야?"라며 남편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남편은 웃으며 "남편 있으니까 좋지?"라며 가만히 안아줬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았다고 합니다. 사실은 그 돈이 월급이 아니라 동료에게 빌려온 마지막 돈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봉투에 써 있던 '배달호 45만원' 글씨는 배달호, 바로 남편이 직접 쓴 글씨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003년 1월 9일 새벽 6시 20분경, 배달호씨는 자신이 일하던 두산중공업 광장에서 분신자살을 했습니다. 다른 날과 달리 1시간 먼저 회사에 가야한다고 말한 남편이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부인 볼에 뽀뽀하고 출근한 지 불과 1시간 만의 일이었습니다. 도대체 배달호씨는 왜 분신을 한 것일까요.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 노동자의 분신은 바로 2014년 2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이효리의 노란 봉투' 캠페인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측이 노동운동 탄압의 일환으로 파업 노동자에게 가해온 살인적인 손해 배상과 가압류 조치, 이에 고통받는 노동자를 돕자는 취지의 시민 모금 운동이 '노란 봉투'였던 것입니다. 배달호 노동자는 바로 이 운동의 시초가 되는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잔혹성을 고발하고자 목숨을 던진 최초의 노동자였던 것입니다.

저는 현지에 가서 알게된 이 비극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무려 100만평이라는 자본의 대지 위에서 벌어진 이 참혹한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배달호라는 노동자가  왜 고3, 고2 두 딸을 놔 두고, 또 사랑하는 아내를 놔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진 마음을 먹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찾게된 곳이 바로 2000년 2월 22일, 인터넷 언론으로 출범한 '오마이뉴스'였습니다. 오마이뉴스라면 한 늙은 노동자의 서러운 죽음에 대해 기사로 받아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는 예상처럼 부족하지만 제가 처음으로 쓴 배달호 노동자의 눈물을 세상에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2003년 1월 14일 제가 처음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백만평 자본 위에 뿌려진 한 노동자의 절규'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오늘까지의 인연, 저는 오마이뉴스 덕분에 세상에 많은 이야기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모두 오마이뉴스 덕분입니다.

판문점 김훈 중위, 재야인사 장준하, 그리고 무기수 김신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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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표지 ⓒ 오마이북

지난 12년간 저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제가 알고 있는 세상의 진실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150여 개의 기사를 썼습니다. 1998년 2월 24일 판문점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 사건에서부터 박정희 유신독재 하에서 목숨을 잃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님 사건, 그리고 존속살인 여 무기수 김신혜씨의 사연까지.

특히 장준하 선생님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를 마음껏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고마운 기억입니다. 정치 권력에 귀속되지 않고 또한 기업이나 정부 광고에 얽매이지 않는 오마이뉴스 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기사를 쓰면서 소위 권력 비판에 대한 수위 조절에 대한 요구도 없었다는 점은 늘 오마이뉴스가 자랑스러운 근거입니다. 이것이 오마이뉴스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지난 9월 말에 펴낸 책,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꼭 남기고 싶은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저는 장준하 선생님 서거 40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장준하 선생님의 일생을 담은 추모 평전을 꼭 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어떤 계기를 통해 입수하게 된 '중앙정보부의 70년 비공개 문서'를 토대로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것이 바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내기까지 여러 말 못할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몇 곳의 출판사를 접촉했지만 출판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다 좋은데 3년 후에 책을 내면 안되겠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박근혜 권력하에서 장준하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여전히 금기였고, 특히 중앙정보부의 70년 비공개 문서를 토대로 쓴 이 책이라서 부담스러운 느낌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바로 오마이뉴스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쓰고 싶은 기사를 마음껏 쓰게 해 준 오마이뉴스이니 이곳에서는 이 책의 출판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원고를 보내놓고 약 3일이 지나가던 어느날, 오마이뉴스 소속의 출판사인 오마이북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책을 출판하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덕분에 이후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는 출판 1달여 만에 1쇄를 모두 판매하고 다시 2쇄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오마이뉴스가 있어 장준하 선생의 못 다한 민주주의 외침을 지금 우리 시대에 다시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 사망사고 유족의 한과 또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이들이 다시 한번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그 울부짖음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매우 고마운 이유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저와 함께 회원 하시죠

우리나라에서 '대한민국 헌법' 조문을 단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늘 궁금합니다. 초중고 12년 정규 과정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을 다니지만 이 헌법 조문을 읽어본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정말 주옥같이 아름다운 권리의 향연입니다. 특히 그중에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사태 때 노래로 만들어져 유행한 '헌법 제1조', 그리고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가 외친 법정 대사, 대한민국의 헌법 제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조 2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문은 언제 들어도 늘 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대한민국의 2015년 11월은 지극히 슬프고 아픕니다. 국민의 권리는 오간데 없고 권력의 탄압과 횡포로 국민들의 얼굴에서는 이미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해괴하게도 유관순 열사를 언급하면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황당한 주장이 '국영' 방송에서 나오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권력에 장악된 언론으로 인해 진실이 아닌 사실로 나라는 양분되었고 선거는 늘 부패한 세력이 이기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장악된 언론으로 인해 국민은 늘 양비론에 젖어있고 이로인해 전 국민의 우매화가 실제로 걱정되는 나라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러한 때에 진실을 말하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권력과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언론,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분노할 때 분노할 줄 아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마이뉴스에 매월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는 통로, 오마이뉴스가 소중하기 때문에 저는 그 오마이뉴스를 지키고자 10만인클럽 회원을 선택했습니다.

함께 하여 주십시오. 정말 이 나라가 민주주의 인권 국가가 되어야 한다면, 친일과 독재자의 후손들이 주인처럼 행세하는 나라가 아니라 독립운동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동의한다면 그러한 일을 하는 언론사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십시오.

정부의 수억 원짜리 광고 대신, 우리의 힘으로 민주주의라는 한 컵의 물을 오마이뉴스에 부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부어주는 한 컵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가입'이 결국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나라가 나라답게, 국민이 국민답게 사는 대한민국을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거기에 그 답이 있습니다.

[10만인클럽 '만인보' ➀] "아버지는 사전적 의미로 독재자"
[10만인클럽 '만인보' ➂] 이해 못할 대통령 지지율, 궁금하시죠?
[10만인클럽 '만인보' ➃] 지난 대선, 눈물 흘리며 곱씹었던 약속 기억합니다
[10만인클럽 '만인보' ⑤] "박정희, 공산당 들어가 혼자 살고 남 다 죽인 사람"
[10만인클럽 '만인보'⑥] 백남기 선생 쾌유 농성장에 백만원 들고 갔습니다

#10만인클럽 만인보 #배달호 #장준하 #국정교과서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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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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