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혁의 흑역사, 입학사정관제

[주장]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등록 2015.12.04 16:12수정 2015.12.0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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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교 연구의 권위자인 네덜란드의 홉스테드 교수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집단주의'와 '불확실성 기피'를 꼽았다. 여기서 우리는 대입제도와 관련하여 불확실성의 기피에 주목하고자 한다. 분명 우리 대학입학시험의 역사를 보면 불확실성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의 비난이 봇물 터지듯 일었다. 국민들은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대입제도를 원한다. 오늘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름이 바뀐 입학사정관제가 얼마나 투명한 제도인지 알아보자.

입학사정관제는 미국 태생이다. 미국의 대학은 거액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는 졸업을 하고 장차 학교에 기부금을 낼 학생을 뽑는 제도이다. 역사를 거슬러가면 지난 1920년대 이후 미국사회는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대거 이주해왔다. 이들은 공부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점령해 나갔다.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학들이 생각해 낸 꼼수가 입학사정관제이다. 공부는 좀 못하지만 장차 우리 대학에 도움이 될 백인학생을 어떤 식으로 뽑을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입학사정관제이다.

우리나라에 입학사정관제가 들어온 해는 2011년부터이다. 대학입시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입학사정관제가 들어왔지만 사실은 우리사회의 고등학교 서열화와 관련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는 평준화의 균열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소위 특목고로 분류되는 외고, 영재고, 국제고들이 등장했으며, 전국단위 자립형 사립고의 운영과 2010년부터는 일반고의 자사고로의 대규모 전환 등이 있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평준화의 균열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수한 학생을 뽑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당시까지도 3불정책은 고수되었기 때문에 고교 간에 등급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를 대학입학 전형요소에는 넣을 수는 없었으므로 이를 암암리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는 것이었다. 이 입학사정관제는 포장하기도 좋았다. 수능일변도로 학생을 뽑는 것은 점수에 맞추어 학교와 학과를 선정하기 때문에 진로 적성에도 맞지 않아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도 많으므로 이러한 진로와 적성을 미리미리 챙긴 학생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입시의 변화는 기존의 수능 공부와 논술 공부 등의 사교육 시장에 더하여 자기소개서와 스펙관리라는 또 다른 사교육 수요가 생겨나도록 만들었다. 이에 사교육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소위 입시 컨설팅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부채질하면서 이익을 챙겨갔다. 동기야 어찌 되었든 이 입학사정관제는 대한민국에서 우수학생 싹쓸이라는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서울 소재 상위권 10개 대학 입학생의 절반 이상이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이라는 점은 입학사정관제가 어떻게 이용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입학사정관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자는 취지가 아니라 학생의 잠재 가능성을 보고 뽑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수능성적 분포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는 분포가 닮은꼴이라면 있으나 마나 한 제도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냥 수능으로 뽑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 수능성적분포보다 오히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특목고나 외고 자사고 학생들이 더 유리하게 선발된다면 입학사정관들이 암암리에 고교에 등급을 매겨 차별화된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투명성 면에서도 문제가 많이 불거져왔다. 장애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학생이 봉사왕으로 위장하여 성균관대에 입학한 사건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학부모가 교사와 짜고 아들의 서류를 조작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로 발각되었다. 이 학생은 2013년에 서울의 모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와 면접으로 그 학생의 모든 면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한 명의 입학사정관이 보아야 할 학생이 1000명에 달한다는 현실은 그 공정성에 의문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2011년 12월 고등교육법을 고쳐서 입학사정관 경력이 있는 사람은 컨설팅 학원에 퇴직 이후 3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만큼 입학사정관 전형이 문제가 있는 입시전형방법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2015년부터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통일해서 쓰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전체 입학전형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8.5%(6만 7631명)를 선발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체대학을 기준으로 했을때이고 서울 상위권 10개 대학들의 경우만 따지면 50%를 상회한다. 대한민국 입시의 대세가 된 만큼 공정한 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개혁 #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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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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