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영화 제작비를 위해 저녁 아르바이트는 기본이다. 졸업영화 촬영과 각종 과제와 시험이 겹치면 5일 밤을 지새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마다 에너지 음료로 버티다 응급실 신세를 지는 학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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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수업이 시작됐다. 강의실은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준다. 쌀쌀해진 요즘 강의실만 들어오면 졸음이 몰려온다. 민아는 졸지만 졸지 않는 듯 수업을 듣는다. 자다 걸리면 무슨 소릴 들을지 두렵다.
"졸업영화 만드는 게 뭐 대수라고 수업 시간에 자는 거야?"지난 번 수업시간에 민아가 졸자 교수 입에서 저런 말이 튀어나왔다.
'대수냐고? 대수다.'민아는 저 말을 들은 날 이후로 속으로 이 말을 수없이 읊조렸다. 하루에 2시간 밖에 못자고, 수면 부족으로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에서 실수하고, 수업시간에 졸 수밖에 없는 건, 다 '졸업영화'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졸업영화 제작비 때문이다.
민아가 이번 졸업영화 제작에 쓴 돈은 총 400만 원. 여기서 민아의 사비로 털어 넣은 돈은 400만 원. 학교가 금전적으로 지원해주는 건 없다. 보통 두 달의 졸업영화 제작 기간에 필요한 인원은 감독과 연출부, 촬영부, 조명부, 제작부 등 최소 10명이다. 졸업 영화를 찍어야 하는 감독은 이들의 식비, 교통비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 심지어 집에서 잠까지 재워줘야 할 때도 있다.
촬영 장비는 좀 많은가. 기자재를 옮기기 위해 콜밴을 부른다. 학교 안에서만 이동할 경우 3만 원, 학교 밖으로 나가면 기본 4만~5만 원, 장거리가 될 경우 10만 원까지. 보통 장거리가 된다. 학교에서 촬영하면 교수가 한 소리 한다. "영화 쉽게 찍었네?" 장소 대관비도 따로 들어간다. 여기에 미술소품비, 배우 출연비, 엑스트라 출연비 등 들어가는 비용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비용을 모두 감안해도 민아는 400만 원까지 쓸 생각이 없었다. 200만 원에서 250만 원 선에서 어떻게든 해보려 했다. 학교에서 카메라와 각종 촬영 장비를 빌려주니까. 문제는 학교에서 구비하고 있는 카메라 중 쓸 만한 것이 2대뿐이라는 거다. 남은 카메라 5대 중에 하나로 해보려 했지만 교수들이 싫은 소리를 할 게 분명하다. 상업 영화용 카메라로 '퀄리티' 있게 찍으란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졸업 영화를 찍어야 하는 4학년들이 좋은 카메라 2대로 몰린다. 적게는 8명, 많으면 10명이 된다. 카메라를 빌리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불행히 민아는 그 중 하나가 됐다. 결국 학교 밖에서 촬영용 카메라와 렌즈를 빌렸다. 100만 원이 더 나갔다.
"영화판으로 안 간다고? 그럼 카메라도 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