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2015 청춘! 기자상] 군에서 보낸 시절이 좋았다는 두 사람

등록 2015.12.15 10:02수정 2015.12.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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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들은 누구나 군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으뜸가는 고민은 '약 2년이라는 군대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일 것이다.

그래서 청년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이 고민을 해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군 생활을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할 정도로 보람차게 보냈다고 하는 공군 병사 2명을 소개한다. 육군, 해병 등에도 분명 좋은 사례들이 많겠지만 필자가 공군을 나온 이유로 취재에 한계가 있었음에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

학창시절부터 강사의 꿈을 키워 왔다는 '이현우 강사'(공군 725기 전역)가 그 첫 번째 주인공이다. 이 강사는 공군 교육사령부에서 교육조교로 근무했다고 한다.

이현우 강사 이현우 강사의 프로필사진 ⓒ 이현우


"저는 운전병들을 교육하는 보직을 맡았습니다. 운전이 처음이거나 미숙한 교육생들 옆에서 실습을 지도하는 것이 저의 주 역할이었죠. 매 달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똑같은 프레임 안에서 정해진 내용을 교육 해야만 하는 것이 저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점점 제가 생각하는 교육의 방향성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 복무를 한지 1년이 됐을 때는 더 이상 교육조교로서의 일이 즐겁지 않았죠."

이어 그는 "그런데 그 때가 저에게 가장 큰 기회였어요"라고 했다. 그에게는 군 생활의 무료함과 회의감이 큰 동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교육을 해 보자!'라고. 그 때 마침 뉴스에서 군에 관련된 안 좋은 사건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선임, 후임병들의 갈등이 주로 언급됐죠. 그래서 저는 교육생들이 자대에 배치된 후 병영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른바 '긍정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죠. 계급체계와 인간관계, 그리고 그에 따른 태도, 군 생활에 전반적으로 필요한 마인드 등의 교육 내용을 기획하고 직접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약 300명의 인원이 입장 가능한 대강당에서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강당은 교관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저는 곧장 달려갔어요. 상부에 제가 기획한 '긍정 프로젝트'를 열심히 설명 했습니다. 그러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죠. 대부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그는 시작도 안한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저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비공식적인 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설문자료를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아 오히려 당황 했죠. 그렇게 3달 정도 자료를 모은 후에 찾아갔습니다. 어떻게 됐겠어요?(웃음) 저는 그 때부터 대강당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강사는 그 때부터 전역하기 전까지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부대 내의 워크숍이 있을 때 초청되어 강의를 한 경험도 있다고 하였다.

이어 그는 "군대에서 강사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저에겐 큰 행복이였습니다. 제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정도로 말이죠. 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이 항상 기회를 찾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군대에도 우리가 할 일은 정말 많으니까요"라며 말을 마쳤다.

조성찬 예비역 병장(오른 쪽), 정기원 중사(왼쪽) 공군 음악축제 중 ⓒ 조성찬, 정기원


이어 소개할 두 번째 주인공은 공군 733기 '조성찬 예비역 병장'이다. 뮤직 비즈니스를 꿈꾸는 그는 공군 군수사령부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하였다.

"저는 특수차량 운전병으로 복무를 했습니다. 대형 차량들을 주로 운전했죠."

그는 군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냥 막연하게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 했었어요. 일과 시간에는 성실히 일하고 그 후에는 자기계발서적을 읽곤 했습니다. 아무런 목표 없이 말이죠." 

그는 그 당시 상황을 '바보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명확한 목표 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은 결국 허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좀 바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하기로 한 것이었죠. 사실 저는 평소 일렉트로닉 음악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사회에 있을 땐 취미로 디제잉(DJing)도 하곤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군에는 그에 맞는 장비도 없을 뿐더러 뜻에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운 좋게도 인트라넷을 이용하다 부대 동정 사진에 디제잉을 하고 있는 정기원 중사님의 사진을 봤습니다. 저는 바로 이메일을 보냈고 우리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급기야 동아리 'Wave Sonic(웨이브 소닉)'까지 만들게 됐죠"라며 "동아리 활동이 계속되면서 전대장님까지 관심을 가져주셨고, 장비지원 등 정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 때부터 조씨의 군생활은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시간이 되는 매주 주말에 하루 종일 동아리에만 있을 정도로 음악에 열중했습니다. 정말 행복했죠"라며 "앞으로 입대하시는 분들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시도해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실패하더라도 말이에요"라고 말을 끝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군대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아까워. 시간 버렸어!'라고. 하지만 그건 본인이 변화하지 않은 탓 아닐까?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본인부터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처럼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변화시켜나가려는 능동적 태도라는 교훈은 이 시대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다.

#군대는 인생의 황금기 #군대 #군대2년 #군생활 #이현우 조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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