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절반은 '괜찮은 엄마' 되는 비법

[70점 엄마] 6년 마다 매년 100권의 육아서를 읽은 이유

등록 2015.12.15 14:09수정 2015.12.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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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권의 육아서는 저마다 100가지로 다른 육아 방법을 제시합니다.
100권의 육아서는 저마다 100가지로 다른 육아 방법을 제시합니다. freeimages

육아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면 수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불안감이 생기고 위로가 필요하지만 초중고, 대학교를 다니는 16년 동안, 추가로 대학원에서 교육학까지 공부했는데도 육아에 대해 알려주는 과목은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6년 동안이나 불임으로 아이를 기다리다가 시험관으로 만난 쌍둥이 남매 - 임신의 기쁨은 잠시였고, 출산과 육아는 그보다 100배는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임신 기간 심한 입덧과 구토 심지어 길에서 기절하기도 했고요. 30주가 넘어가자 두 아이가 척추와 페를 누르는 바람에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벽에 기대서 쪽잠을 자야 했죠. 32주가 넘어가자 배가 아래로 쏟아지는 듯한 느낌에 서 있기도 힘들어하다가 36주 만에 아이들이 태어났죠.


출산 후 먹이고, 치우고, 새벽마다 자다 말고 일어나 젖을 짜는 등 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24시간 저라는 존재의 상실을 경험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가 우선이냐 내가 우선이냐 힘겨루기를 할 때마다 저는 자주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어요.

어른임에도, 엄마임에도 아이들을, 상황을, 저를 참아내지 못하고 온갖 짜증을 드러내며 히스테릭하게 변해갔죠. 아이들에게 못난 엄마였을 뿐 아니라 남편하고도 엄청나게 싸웠던 것 같아요.

어른들의 방식에 따라 아이를 키우자니 왠지 구식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특히 저의 경우에는 양가 부모님 모두 쌍둥이 육아를 해보신 적이 없으니 부모님 말씀 대로 한 아이 키우듯 모든 일상을 아이 중심으로 했다가는 제가 죽게 생겼더라고요. 그렇다고 맘 카페에 의존하자니 의견이 너무 분분했어요.

우연히 손에 잡게 된 한두 권의 책을 시작으로 "책에서 이렇게 하라고 나와"라는 익명의 권위에 매달리게 되었고, 책을 핑계로 적당히 타협하며 육아를 해나갔던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책을 통해 아이에게 더 나은 방법을 찾는 한편 저 역시 더 이상 육아로 인해 저라는 사람의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육아서를 많이 쓰는 시대가 왔고, 의사나 교수, 선생님이라는 전문가의 육아서 역시 뚜렷한 자기 답을 제시해 주는 도구가 아닌지라 책에만 의존하는 것도 결코 올바른 해법이 될 수는 없었어요. 특히 육아서는 자기 계발서와 무척 닮아 있습니다. 삶이나 사회의 근본에 대한 사색보다는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과제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좋다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소위 책 좀 읽는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를 보며 가치가 없는 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전제 아래 헛된 꿈을 꾸게 만든다거나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 손쉬운 실천 방법만을 나열하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죠. 육아서 역시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이었을까요?

자기 계발서나 육아서에 대한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몇몇 황당한 자기 계발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고전이나 인문학, 철학 책이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내 앞에 놓인 과제와 동떨어진 고찰만을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오늘 하루 나를 좌절하게 했던 일에 대해 가볍게 읽고 다시 마인드 컨트롤 하게 도와주는 자기 계발서는 분명 그 고유의 목적이 있는 거예요.

육아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실 육아나 자기계발이나 한 가지 답이 정해져 있다고 맹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타고난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육아서(자기 계발서)에서 시킨다고 내 상황에 모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사고의 폭을 넓히고 그중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과 행위, 의미가 있는 것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몇 권의 책만 읽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육아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야만 지금 내 상황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골라내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을 잘 돌보기 위해 육아서를 읽다가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는 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고, 육아를 둘러싼 인간의 삶이나 사회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사회학 또는 인문학 책까지 영역을 넓혀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100권의 육아서에서 시작해 지난 6년 동안 매해 100여 권의 책을 읽고 리뷰 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고전읽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고, 개인적인 생각이 가득한 리뷰지만 6년을 지속해온 제 자신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합니다.

100권의 육아서, 100가지 육아 방법

블로그 서재 캡처 2010년부터 시작한 매년 100권 읽기 달성
블로그 서재 캡처2010년부터 시작한 매년 100권 읽기 달성이나연

100권의 육아서는 저마다 100가지로 다른 육아 방법을 제시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너와 내가 다르듯 100명의 다른 저자가 무수히 많은 아이들을 만나보며 쓴 글이다 보니 서로 다른 육아법을 적용해야 할 수밖에요.

초기에는 책 한두 권을 겨우 읽고 이 방법이 맞나 따라 하다가 다시 다른 책을 보니 그 방법이 아니라고 해서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육아서는 열 권만 봐도 다 비슷비슷하다고 하는 이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은 수많은 육아서가 단 한 가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엄마의 마음입니다. "내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라는 것이지요. 100권의 저마다 다른 육아서 중에 어느 한 책도 여기에서 벗어남이 없었습니다. 다만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제가 몰랐던 도구를 사용하거나,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재미난 놀이를 배움으로써 아이들과 저의 관계를 더 나은 쪽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을 때보다 손쉽게 이렇게 하는 게 나을까 저렇게 하는 게 나을까 부지런히 찾아보고 조금 더 나아 보이는 방법을 적용하고 실패하면 또 찾아보는 일을 반복하게 되는 거죠. 사실 저도 사람인지라 아침에는 정신없이 출근 준비하느라, 저녁에는 회사에서 에너지를 소진해버려 평일 저녁에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때가 그리 많지 않아요.

주말에는 쉬거나 혹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아이들이 칭얼대지 않고 스스로 놀아주길 바라는 못난 부분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서 잠든 모습을 보며 내일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고자 반성하고 다시 한번 육아서를 손에 잡게 됩니다.

육아는 이런 과정의 반복 아닐까요?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새로운 결심으로 한 해를 채우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말하죠.

"또 작심삼일이야. 올해도 실패네."

대개 첫날은 열심히 목표를 향해 움직입니다. 다음날은 절반쯤 지키죠. 그리고 3일째에는 스르르 결심이 온데간데 없어집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작심삼일의 패턴인데요. 저는 작심삼일의 실행을 이렇게 바꿔봅니다.

1일째는 완벽하게 지키고, 2일째는 절반만 지키고 3일째 포기하는 작심삼일.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4일째 되는 날, 전날의 포기는 없었다는 듯이 오늘이 목표의 첫날인 듯 다시 계획을 실행합니다. 4일째를 열심히 행동하면 5일째는 절반, 6일째는 또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7일째 되는 날 다시 시작합니다. 이렇게 3일 중 50%를 실천을 해낸 작심삼일을 모아 한 달을 만들고 일 년을 만드는 거죠.

이렇게 하면 육아에 있어서 적어도 일 년에 절반, 180일쯤은 괜찮은 엄마로 살 수 있습니다. 사실 아이에게는 엄마라는 존재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은 겁니다. 거기에 하나 더 얹어 스스로 괜찮은 엄마가 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육아서에 모든 답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육아서의 100여 명이 넘는 저자들이 일 년에 절반은 괜찮은 엄마로 살라며 저의 육아를 응원해 주고 있을 겁니다.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엄마입니다."

2015년이 보름도 안 남은 오늘.
2016년 독서 계획을 세워보세요.
1년의 절반은 괜찮은 엄마로 살아보시는 건 어떠실는지요?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70점 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육아도서읽기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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