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의 육아서는 저마다 100가지로 다른 육아 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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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면 수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불안감이 생기고 위로가 필요하지만 초중고, 대학교를 다니는 16년 동안, 추가로 대학원에서 교육학까지 공부했는데도 육아에 대해 알려주는 과목은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6년 동안이나 불임으로 아이를 기다리다가 시험관으로 만난 쌍둥이 남매 - 임신의 기쁨은 잠시였고, 출산과 육아는 그보다 100배는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임신 기간 심한 입덧과 구토 심지어 길에서 기절하기도 했고요. 30주가 넘어가자 두 아이가 척추와 페를 누르는 바람에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벽에 기대서 쪽잠을 자야 했죠. 32주가 넘어가자 배가 아래로 쏟아지는 듯한 느낌에 서 있기도 힘들어하다가 36주 만에 아이들이 태어났죠.
출산 후 먹이고, 치우고, 새벽마다 자다 말고 일어나 젖을 짜는 등 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24시간 저라는 존재의 상실을 경험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가 우선이냐 내가 우선이냐 힘겨루기를 할 때마다 저는 자주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어요.
어른임에도, 엄마임에도 아이들을, 상황을, 저를 참아내지 못하고 온갖 짜증을 드러내며 히스테릭하게 변해갔죠. 아이들에게 못난 엄마였을 뿐 아니라 남편하고도 엄청나게 싸웠던 것 같아요.
어른들의 방식에 따라 아이를 키우자니 왠지 구식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특히 저의 경우에는 양가 부모님 모두 쌍둥이 육아를 해보신 적이 없으니 부모님 말씀 대로 한 아이 키우듯 모든 일상을 아이 중심으로 했다가는 제가 죽게 생겼더라고요. 그렇다고 맘 카페에 의존하자니 의견이 너무 분분했어요.
우연히 손에 잡게 된 한두 권의 책을 시작으로 "책에서 이렇게 하라고 나와"라는 익명의 권위에 매달리게 되었고, 책을 핑계로 적당히 타협하며 육아를 해나갔던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책을 통해 아이에게 더 나은 방법을 찾는 한편 저 역시 더 이상 육아로 인해 저라는 사람의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육아서를 많이 쓰는 시대가 왔고, 의사나 교수, 선생님이라는 전문가의 육아서 역시 뚜렷한 자기 답을 제시해 주는 도구가 아닌지라 책에만 의존하는 것도 결코 올바른 해법이 될 수는 없었어요. 특히 육아서는 자기 계발서와 무척 닮아 있습니다. 삶이나 사회의 근본에 대한 사색보다는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과제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좋다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소위 책 좀 읽는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를 보며 가치가 없는 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전제 아래 헛된 꿈을 꾸게 만든다거나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 손쉬운 실천 방법만을 나열하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죠. 육아서 역시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이었을까요?
자기 계발서나 육아서에 대한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몇몇 황당한 자기 계발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고전이나 인문학, 철학 책이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내 앞에 놓인 과제와 동떨어진 고찰만을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오늘 하루 나를 좌절하게 했던 일에 대해 가볍게 읽고 다시 마인드 컨트롤 하게 도와주는 자기 계발서는 분명 그 고유의 목적이 있는 거예요.
육아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실 육아나 자기계발이나 한 가지 답이 정해져 있다고 맹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타고난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육아서(자기 계발서)에서 시킨다고 내 상황에 모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사고의 폭을 넓히고 그중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과 행위, 의미가 있는 것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몇 권의 책만 읽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육아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야만 지금 내 상황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골라내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을 잘 돌보기 위해 육아서를 읽다가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는 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고, 육아를 둘러싼 인간의 삶이나 사회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사회학 또는 인문학 책까지 영역을 넓혀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100권의 육아서에서 시작해 지난 6년 동안 매해 100여 권의 책을 읽고 리뷰 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고전읽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고, 개인적인 생각이 가득한 리뷰지만 6년을 지속해온 제 자신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합니다.
100권의 육아서, 100가지 육아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