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바르고 구들장 손질... 우리 집 겨우살이 준비

문풍지 우는 소리는 고운 님의 노크 소리, 붙이는 방식 따라 소리도 달라

등록 2015.12.16 11:35수정 2015.12.16 11:3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서리가 내리면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지면서 계절의 무상함을 느낄 짬도 없이 겨우살이 준비에 들어간다. 음식 저장, 단열과 난방이 겨우살이의 전부다. 지난해에 쓰던 '뽁뽁이(에어캡)'를 찾았다. 쥐가 뚫은 흙벽 구멍도 틀어막고 기둥 옆에 있는 작은 틈새도 메운다. 풀을 쑤어서 창호지를 바르고 문풍지도 단다.


단열, 채광, 통기까지 잡는 한지

a

한지 바르기 겨울 맞이 한지를 발라 볕 바른 쪽에 세워 둔 한 창 ⓒ 전새날


필요한 문풍지는 두 종류다. 창호 도어용 문풍지와 한창 문풍지다. 우리 집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기 때문인데 아주 오래된 3간 흙집 하나와 지은 지 6년 된 목천공법 흙벽돌집이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난방과 단열은 옛날 방식과 현대 방식이 다 쓰인다.

요즘 뽁뽁이는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겨울철 필수품이 되다시피 했다. 최근에 집을 지으면서 단열이 취약한 넓은 섀시 유리창을 거실과 방에 다는데, 여기에 공기 주머니가 송송 박힌 뽁뽁이를 붙이면 채광도 유지하고 외부 찬 냉기도 막아 준다.

4m 한 두루마리에 단돈 1천 원 하는 문풍지도 도어식 문틈에 끼워 넣으면 찬바람을 막아 준다. 문구점이나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뽁뽁이와 도어식 문풍지가 지닌 결정적 문제는 쓰레기를 만들고 건강에 나쁘다는 점이다. 특히 화학스폰지로 된 문풍지는 한두 달만 지나도 미세한 플라스틱 분진을 날리며 풍화되어 간다. 손에 분진가루가 허옇게 묻을 정도다.

반면 한지 문풍지는 전혀 다르다. 한지는 짧게 잡아도 1500년을 써 온 것이니 어련하겠는가. 강렬한 여름 햇살이 황갈색 가을빛으로 바뀌어 가면 아버지들은 장작 한 짐을 지게에 지고 수 십 리 길을 걸어서 장에 갔다. 돌아오는 빈 지겟가지에 걸린 장짐에는 빳빳한 문종이가 몇 장 들어 있게 마련이다. 닥나무로 만든다 하여 닥종이라고 불리고 문종이라고도 불리는 한지는 오랜 역사를 지닌 방문 전용 단열재다.


햇살 좋은 날을 골라 큰방, 작은방은 물론 쪽창까지 떼어 내어 색이 바래고 찢긴 문종이를 뜯고 새로 바른다. 이런 풍속은 한지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데 4세기 또는 7세기부터라고 한다. 풀을 먹인 문종이는 잘 처지고 잘못 만지면 구멍이 뚫리기도 하지만 바짝 마르면 팽팽하고 아주 질기다.

a

보일러 등장 새마을 보일러가 등장하다 ⓒ 전새날


한지 문풍지의 운치는 바람 부는 겨울밤에 두드러진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문풍지 우는 소리가 다르다. 어떤 이는 문풍지 우는 소리를 우주의 숨소리라고도 했고 바람이 되어 찾아온 님의 노크 소리라고도 했다. 문풍지를 바르는 요령에 따라 우는 소리를 조절할 수 있다. 문고리 쪽 문짝 테두리에 좁고 길게 자른 한지의 반만 풀칠을 해서 붙여 말린 다음에 그보다 좀 더 좁게 자른 한지를 한 겹 더 바르면 단열도 완벽해지고 문풍지 우는 소리도 낮은 저음에서 고음까지 고르게 난다.

문종이 단열은 채광과 통기마저 좋으니 통기 제로인 뽁뽁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둥과 흙벽 틈새에도 풀 먹인 한지를 대꼬챙이로 쑤셔 넣고 벽지를 바르면 감쪽같다. 문종이 바를 때 빠지지 않는 게 있으니 바로 은행잎이나 단풍잎 몇 개를 적당한 위치에 붙이는 일과 문살 몇 개 너비에 맞춰 손바닥 반만 하게 문종이를 뜯어내고 그곳에 유리를 붙여 바깥 인기척을 살필 수 있게 해 두는 것이다.

구들장 손질은 전문가 영역

벽지를 한 번 덧바르는 것도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요령이다. 요즘이야 반사단열지라는 게 나와 손쉽게 단열을 보강하지만 이것 역시 석유화학 제품인 탓에 내부로 습기가 찰 정도로 통기성 '제로'다. 일손이 많이 가더라도 한지 두 겹이 더 낫다. 한지값이 아까우면 신문지로 초벌도배를 하고 한지로 마감도배를 해도 된다.

여기까지 단열 준비였다면 이제 본격적인 난방 채비를 해야 한다. 나무하기와 굴뚝 뚫기다. 기름값이나 전기요금만 있으면 따뜻한 겨울이 보장되는 요즘과 사뭇 다르다.

a

연탄 연탄이 겨울 난방의 주요 자리를 차지 했을 때는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 전새날


나무하기는 누구나 하지만 굴뚝 뚫기는 전문가 영역이라 아무나 못한다. 기술이 알려져 있지도 않다. 일 년 내내 아궁이 땔감에서 나온 그을음은 아궁이는 물론 구들 밑바닥에 마치 동굴에 매달린 종유석과 같이 촘촘히 달라붙어 있다. 그것을 긁어내지 않으면 불을 많이 때도 방이 따뜻하지 않다. 굴뚝 뚫기는 구들장 청소를 포함한다.

구들 종류에 따라 그을음 제거 방법이 다르다. 골구들이면 부뚜막 위에 구멍을 내서 긴 장대 끝에 호미를 거꾸로 달아 긁어내지만 허튼구들이면 차원이 다르다. 구들장 통로가 꾸불꾸불하고 구들을 받히는 굄돌도 삐뚤빼뚤해서다.

먼저 청솔가지에 마른 짚단을 잘 섞은 것을 아궁이 입구부터 방 한가운데 지점에 이르기까지 꽉 채워 밀어 넣는 것인데 여기에다 불을 붙이고 나서는 준비 해 뒀던 큰 풍구를 재빨리 아궁이에 대고 진흙으로 주변 빈틈을 다 틀어막아야 한다. 풍구 손잡이를 살살 돌려 불길이 일어나면 점점 강하게 바람을 불어 넣는다. 이때 굴뚝 위로는 크고 작은 검댕이가 마구 솟구친다. 검댕이가 많이 나올수록 성공이다.

검댕이가 온 동네로 날리지만 요즘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청솔가지와 짚단 섞은 비율이 맞지 않으면 불이 꺼져 버리거나 한순간에 다 타 버려서 아궁이를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기도 했다. 구들난방의 과학성과 효능에 대한 얘기들이 많지만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나온 한마디만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길이는 위로 일곱 자니 북두칠성을, 아래로 아홉 자니 9주(九州)에 대응함이요, 너비는 넉 자로 사시(四時)를, 높이는 석 자로 삼재(三才)를, 그 폭은 한 자 두 치니 12시를 그리고 두 개의 솥을 앉힌 것은 해와 달을 본 뜬 것이다."

온돌방의 큰 장점으로 전통의학에서 말하는,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두한족열(頭寒足熱) 원리가 적용되는 점을 들기도 한다.

잘 마른 장작 한 짐, 겨울철 벌이

a

불 지피기 불을 잘 관리하는 것은 부엌 살림의 큰 몫이었다. ⓒ 전새날


1950년대 초 대도시에서도 대부분 아궁이에 나무를 넣어 난방을 했다. 그러다 보니 산골 사람들은 나무를 해 겨울철 벌이를 했다. 잘 마른 장작 한 짐 해서 장터에 가져가면 품질에 따라 쌀 두 되를 받기도 했다. 장작 한 짐은 큼직한 장작 100쪽으로 펼쳐 놨을 때 1평 넓이를 기준으로 한다. 쌀 열 되인 한 말이 8kg이니 쌀 두 되면 겨우 1.6kg이다. 요즘 값으로 따지면 3천00원 정도나 될까? 그러나 그때는 장정 하루 일당이 쌀 한 되였다. 쌀은 엄청난 교환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셈이다.

산이 벌거숭이가 되자 산림청에서는 나뭇가지 하나 함부로 자르지 못하게 단속했지만 사람들은 다른 난방 수단이 등장하기까지는 숨바꼭질 벌이면서 가랑잎까지 긁어 와 방에 불을 때야 했다. 5천 년 역사의 아궁이를 밀어낸 것은 연탄이다. 잠시 조개탄이 등장했다가 구공탄이라 부르는 연탄이 등장했는데 초기에는 지금처럼 화덕과 온수가 분리된 보일러 방식이 아니고 연탄불 열기가 바로 방구들로 들어가는 직화 방식이어서 연탄가스 사고가 엄청 많았다. 내 셋째 형님도 서울로 돈 벌러 나갔다가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열아홉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1974년이다.

그 다음에는 '새마을 보일러'가 있었다. 연탄화덕 위에 작은 물주머니를 달고 나온 초간편 연탄보일러였는데 곧이어 화덕이 아궁이에서 완전히 분리 설치되는 연탄보일러 완결판이 등장했었지만 또 기름보일러에 자리를 내 주었다.

가장 편리했던 기름보일러는 기름 값 때문에 화목보일러에게 자리를 내 주었다. 최근에는 적정기술운동을 이끌고 있는 김성원씨와 '전환기술협동조합'에서 개발한 '투게더 화목보일러'가 인기다. 이는 화실부와 축열탱크를 분리해서 열 손실을 최소화 한 방식이다. 장작을 세우고 그 위에 잔가지를 넣어 거꾸로 타 들어가는 방식도 특이하다. 연소율을 높이는 방식이라 한다. 4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서 겨울 난방 수단과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 해 갈지 관심거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살림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겨울나기 #난방 #연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일본 언론의 충격적 보도...윤 대통령님, 설마 이거 사실입니까
  2. 2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농담, 김건희 여사 뼈 때리다
  3. 3 활짝 웃은 국힘, 쌍특검 결국 부결... 야 "새 김건희 특검 추진"
  4. 4 [주장] 저는 필수의료 전공의 엄마입니다
  5. 5 선거하느라 나라 거덜 낼 판... 보수언론도 윤 대통령에 경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