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와 다이너마이트는 사촌

[서평]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등록 2015.12.25 19:25수정 2015.12.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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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용 비아그라를 살 수 있게 되는 모양입니다. 국내 어느 제약회사가 미 제약사와 2019년부터 여성용 비아그라를 독점판매 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근래에 들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루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약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비아그라가 빠지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고개 숙였던 남자들이 어깨 당당히 펴고 고개를 벌떡 세울 수 있게 해 줬으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접쯤 받아도 무난하다고 생각됩니다.


비아그라는 그 약효에만 재미가 담겨있는 게 아닙니다.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에도 사연 같은 재미가 담겨있습니다. 비아그라는 처음부터 성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발기부전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품이 아닙니다. 실패작이 성공작으로 뒤바뀐 포스트잇처럼 비아그라도 다른 목적으로 개발하다 실패한 결과에서 건져낸 돌연변이 성공작입니다.

의학 역사에 드리워 있는 뒤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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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지은이 박지욱 / 펴낸곳 시공사 / 2015년 12월 3일 / 값 13,000원> ⓒ 시공사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지은이 박지욱, 펴낸곳 시공사)는 의학과 관련된 이야기, 역사 책에서는 쉬 읽을 수 없는 뒤안길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비아그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비아그라가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볼 때, 비아그라를 만들어 낸 재료는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 다이너마이트와는 사촌쯤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는 노벨에 의해 발명됐습니다. 다이너마이트의 주원료는 니트로글리세린입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의 화학자 소브레로(Ascanio Sobrero)가 발명했습니다.


소브레로의 스승은 펠루즈 교수이고, 노벨은 펠루즈 교수로부터 자신의 이탈리아인 제자 소브레로가 발명한 니트로글리세린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때까지는 너무 위험해 누구도 선뜻 사용하려하지 않던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낸 사람이 노벨입니다. 

노벨에게 엄청난 부와 명성을 가져다 준 다이너마이트는 결국 소브레로의 발명품을 노벨이 이용해 만들어 낸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걸작입니다. 노벨도 생전에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개 숙인 남자를 벌떡 고개 들게 한 비아그라 또한 다이너마이트의 주재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한 연구에서 얻어진 의약품입니다. 런던 의사 머렐William Murrell(1853∼1912)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해 협심증치료제를 개발하려 연구를 시작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의사인 브린턴이 니트로글리세린을 협심증을 치료하는데 한 번 써보지만 너무 심한 두통 때문에 더 이상 실험을 하지 않다 중단합니다. 그 후, 브린턴이 중단했던 연구,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한 협심증치료제를 머렐이 성공합니다.

1990년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에서는 새로운 협심증치료제 실데나필을 개발했는데, 이 실데나필은 니트로글리세린의 손자뻘되는 약이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실데나필의 임상실험 결과, 협심증 치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 음경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확인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아그라는 협심증치료제를 개발하다 발견된 부작용, 음경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발기부전치료제로 성공시키는 역전의 신약이 됐습니다. 첫해 생산량이 1킬로그램 정도에 불과하던 비아그라가 지금은 매년 40∼50톤씩 생산된다고 하니 괄목할 만한 성장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아그라라는 이름은 활기와 정력을 의미하는 '비거vigor'와 '나이아가라Niagara'폭포를 합쳐 만든 이름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아주 정력적'이라는 뜻이다. '푸른 알약' 혹은 '푸른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리는 독특한 생과 디자인이 특징이다.'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186쪽

책에서는 '화약에서 비아그라까지' 외에도 '병원은 왜 십자가를 기호로 쓸까?', '의사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발소에서 듣는 외과의사의 역사', '스테로이드라는 절대 반지', '결핵 이야기', '고혈압 이야기', '당뇨병 이야기', '해부학의 역사', '노벨상을 받은 시험관아기', '보툴리눔 독소 이야기', '독가스에서 항암제까지', '내 머릿속의 튀르크 안장', '심폐 소생술 이야기', '석호필을 아시나요?', '유엔의료지원단 이야기', '폴리오 이야기', '파나마 역사를 바꾼 황열 모기', '얄타회담의 숨은 배후', '춤추는 유전자'라는 소제목으로 의학이 발달되는 과정에 드리워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의학 상식 비아그라

코페르니쿠스가 그동안 잘못 알려져 있던 천동설을 지동설로 뒤집는 '천구의 회전운동에 관하여'를 출간한 1543년, 베살리우스는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를 출판해 인간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몸이라는 소우주를 발표하며 해부학의 단초를 마련합니다.

요즘이야 집에서도 쉽고 편하게 자동으로 잴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혈압입니다. 하지만 최초로 잰 혈압은 말馬의 동맥에 파이프를 집어넣어 유리관으로 연결한 다음 유리관으로 치솟는 피 기둥의 높이를 측정한 값이라고 합니다.

주름살 성형의 대명사가 된 보톡스(보툴리눔 독소) 또한 안면경축 환자용 치료제에서 발견된 부작용을 이용한 성공작이라는 등,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에서 읽을 수 있는 의학 이야기는 풀죽어 있던 의학 상식을 벌떡 고개 들게 하는 의학상식 비아그라가 돼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지은이 박지욱 / 펴낸곳 시공사 / 2015년 12월 3일 / 값 13,000원>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 현직 의사가 쓴 생활 속 질병과 의학의 역사

박지욱 지음,
시공사, 2015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박지욱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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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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