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만화의 길 '재미로'. 450m 길이의 길 양편으로 만화 캐릭터와 조형물이 배치돼 행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제공
라바가, 뽀로로가, 고래가 유혹하네~"앗, 라바다. 저기 뽀로로도 있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칭얼대며 길을 올라가던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눈 앞엔 라바가 긴 혀를 내밀어 인사하고, 뽀로로가 손짓한다. 고래가 헤엄치고, 코끼리가 몸을 흔들고 있다. 아이들이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치명적 유혹'들이다.
지난 22일 오후, 명동역 3번 출구 앞 작은 공원(상상공원). 마주 보이는 퍼시픽 호텔을 끼고 왼쪽으로 들어서면 만화의 길 '재미로'가 시작된다.
재미로는 서울시가 '만화 한류의 본산'을 목표로 지난 2013년부터 조성하고 있는 만화의 길이다. 행인들 사이에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듣는 게 어렵지 않을 만큼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본전을 뽑으려면 이리저리 눈을 잘 굴려야 한다. 도처에 낯익은 만화 캐릭터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건물 벽에서, 상점 간판, 지붕에서 '로봇 찌빠' '달려라 하니' '무대리'가 막 튀어나온다.
낡고 녹슬어 보기 흉했던 벽을 새로 칠하고, 간판을 바꾼 뒤 그 위에 산뜻한 만화를 그려넣어 거리가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다.
건물주들이 처음엔 '멀쩡한' 건물에 만화를 그린다는 것을 좀체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네가 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이제는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서울시 관계자들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