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송년사에 등장하는 '양'은 누구?

등록 2015.12.31 12:56수정 2015.12.3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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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 유혜준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5년을 보내면서 '송년사'를 발표했습니다. 자치단체장이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송년사를 발표하는 것은 의례적인 일입니다. 한데 이 시장은 2015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송년사가 전혀 의례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장이 송년사를 발표할 때는 대부분 한 해를 보내는 소회와 함께 한 해 동안의 성과를 보고합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시 형식의 송년사를 발표한 것입니다.

이 시장은 2015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초자치단체장이었습니다. 그는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무상교복 등의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와 대립했고, 때때로 소신있는 발언으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최초로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 시장에 대한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전국에서 강연요청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그의 활동영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효과도 누렸습니다.

그런 그가 2015년 을미년을 보내면서 발표한 송년사 역시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이 시장의 송년사에 등장하는 '기울어진 들판에 서있는 양 한 마리'가 누구인가 하는 것부터, 기울어진 들판이 현재의 암울한 대한민국 현실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송년사에 등장하는 기울어진 들판에 서 있는 양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현실에서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양에게 모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양이 노력해서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기울어진 들판'이 바뀌어야 양이 마음 놓고 들판을 달릴 수 있고, 더 많은 풀을 뜯어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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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송년사 ⓒ 유혜준


이 시장이 송년사에 등장시킨 양이 이 시장이라는 해석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합니다.

이 시장은 '기울어진 들판에 서 있는 양'에게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면서 "기울어진 들판은 이 밤에 묻고 광활한 대평원의 찬란한 새아침을 만나자"고 말합니다.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이 반드시 온다'는 대목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밤이 아닌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을 의미한다는 것이죠.

이런 논란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공직생활을 20년 넘게 했지만 이런 송년사를 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송년사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을 하기도 하는데,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는 입장입니다.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죠.

다음은 이 시장의 송년사 전문입니다.

송 년 사 (送年辭)

양 한 마리가 서있습니다.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힘차게 달렸고,
몰아치는 비바람에 맞서며 질기게 견뎠습니다.

양은 몰랐습니다.
들판이 기울어진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나가고 또 나아갔지만
기울어진 들판이 가리키는 곳은
앞이 아닌 아래였습니다.

모두가 양을 향해 말합니다.
"더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고쳐야 할 것은 양이 아니라
기울어진 들판입니다.

높아진 흙무덤을 깎아야 하고
낮아진 웅덩이를 메워야 합니다.
수평선과 나란히 뻗은 들판에 서야
비로소
힘껏 뛰어 내달릴수록
더 많은 풀을 뜯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을미년의 태양은 저물어갑니다.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릅니다.
기울어진 들판은 이 밤에 묻고
광활한 대평원(大平原)의 찬란한 새 아침을 만납시다.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은 반드시 옵니다.

2015. 12. 31
성남시장 이 재 명
#이재명 #성남시장 #송년사 #양 #을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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