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는 처음 일어나는 일들을 내 손으로 기록하고 싶어” 동장 공모에 지원했다는 황석연씨.
김경년
"서초구처럼 건물 세우고 집값 올리는 식으론 금천구를 발전시킬 수 없다"- 민간인 동장 탄생의 의미는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동 행정은 대민접촉 최일선의 가장 중요한 행정 단위다. 지금까지는 위에서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성격이 어느 정도 변할 때가 된 듯하다. 굳이 민간인 중에서 동장을 임명했다는 것은 어쨌든 주민의 시각에서 일 해보란 메시지 아닌가.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 주민 시각에서 일을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금천구는 서울에서 외지고 낙후된 곳이란 이미지가 있다. 언론 기사에서 주로 서초구랑 비교되는데, 주로 서초구는 집값이 가장 비싸고 금천구는 가장 싸다, 서초구는 아이들 성적도 가장 높고 금천구는 가장 낮다, 심지어 평균수명도 서초구는 가장 높은 곳이고 금천구는 가장 낮은 곳이란 식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서초구처럼 건물 세우고 아파트값 올리는 식으로 해선 금천구나 독산동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본다. 내가 할 일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애정을 가지고 터를 가꿔서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다."
- 그러니까 서울시와 혁신파크가 주력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연상된다."서울시에 한 농아부모커뮤니티가 있는데 이 분들이 스스로 수화를 배우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런데 비싼 동네카페를 이용하거나 누군가의 집에 가서 한다. 동사무소가 그런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장소가 있는데 시민들이 잘 모른다(황씨는 최근 독산4동 주민센터에 개설된 주민모임공간 '활력소'를 예를 들었다). 동네주민들에게 이런 게 열려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또 아파트보다 다세대 빌라가 많은 지역 특성상,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동네 골목을 예쁘게 만드는 꿈' 공모 같은 걸 하고 싶다. 거리에 당선작을 걸어놓고 주민과 공무원들을 모아놓고 '얘들 소원을 들어주자'고 호소하고 싶다. 기존에 동은 발주하고 업체가 와서 꾸며주고 가버렸다. 예뻐지긴 하지만 내가 한 게 아니니까 좀 지나면 다시 엉망이 되기 일쑤다. 그러나 주민들이 스스로 이뤄나간다면, 주민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줘서 행복감을 느끼고,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내 소원을 들어줬다'는 자존감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주민들을, 동장은 직원들을 도와줘야 할 것이다."
- 직원들이 주민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동사무소 하면 증명서 떼주는 곳이란 인식이 많지 않나. 이제 많은 일이 기계화된 점도 있고, 공무원들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출근하면 하루 일정한 시간은 지역에 가서 주민들을 만나 주민센터에 이런 게 있다고 알리고,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행정 프로세스를 바꿔보려 한다. 문제가 잘 안 풀리면 혁신파크에 가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모셔와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공무원들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안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시키려고 민간인 동장을 세운 게 아니겠나. 갈등 사례가 아닌 좋은 사례로 만드는 일을 공무원들과 즐겁게 해나가고 싶다."
"주민과 밥해먹고, 간식 만들고... 직원들을 시민단체 간사들처럼"- 동장으로 부임해 가장 먼저 할 일은."첫 작업으로 주민센터에 있는 부엌에서 주민과 직원이 같이 밥을 지어먹고, 아이들 간식 만드는 엄마들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직원들의 행정업무가 많아 힘들면 구청장과 상의해 줄이고. 직장인이 퇴근하고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민센터에 와서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영화 <셸 위 댄스>의 주인공은 퇴근 후에 강습소에 가서 몰래 댄스를 배운다. 그러지 말고 주민센터에 와서 놀란 말이다. 각 프로그램의 팀장은 주민들이 하고, 직원들은 시민단체 간사처럼 주민들 사이에 들어가 행정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 2년 후엔 다시 동장에 지원할 건가."일단 2년간 즐겁게 해볼 생각이다. 동장 맡은 것도 상상을 못했던 것처럼 그때 일은 그때 가서 봐야겠다. 중요한 건 재밌게 하는 것이다. 금천구나 독산동은 마을의 브랜드 이미지가 없어 자존감이 낮다. 내가 독산4동에 살고 금천주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서초동과 비교하지 말고 스위스, 독일의 마을 중에 행복한 마을 찾아서 그런 마을들과 독산4동을 같은 반열에 올리는 사업들을 하려고 한다. 그런 지역 사람들을 초청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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