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 오마이뉴스가 바뀝니다

[편집장의 편지] 정치·경제·사회 부서 없애... 게릴라전 깃발 다시 듭니다

등록 2016.01.04 07:30수정 2016.01.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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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2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 직원들이 한데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오마이뉴스> 창간 1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강병록 시민기자가 촬영한 것이다.
지난 2015년 2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 직원들이 한데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오마이뉴스> 창간 1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강병록 시민기자가 촬영한 것이다. 강병록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 최경준입니다. 지난해 11월 취임하고 지면을 통해서는 처음 인사드립니다. 2016년 새로운 오마이뉴스로 거듭나기 위해 그동안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개편 중입니다. 키워드가 '혁신'이다 보니, 임기 2년 내내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임 직후 정치권의 한 지인으로부터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지인이 묻더군요. "뉴스게릴라본부장이 뭐예요? 취재부장? 문화부장?" 통신사 인사란을 보고 축하는 해야겠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맡게 됐는지는 몰랐던 겁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은 일반 언론사로 치면 '편집국장'입니다. 그럼 왜 쉬운 말 놔두고 뉴스게릴라본부장이라는 생소한 호칭을 쓰는 걸까요?

'한국 자본주의 사회 최후의 시궁창'에 맞서다

 200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창간일의 메인 화면
200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창간일의 메인 화면오마이뉴스

16년 전인 2000년 2월 22일에 발표한 <오마이뉴스 창간사>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우리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 최후의 시궁창'이라는 거대 언론권력에 맞서 '게릴라전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주 무기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명제입니다. "기자는 별종이 아니라 새 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시민들이다." 우리는 이 시민기자를 '뉴스게릴라'라고 부릅니다.

뉴스게릴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퍼져 맹렬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창간 때 727명이었던 뉴스게릴라가 16년이 지난 현재는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취재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기자증도 없지만, 그들은 매일 세상을 향해 불화살을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이 그냥 창간 정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뉴스게릴라들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오마이뉴스에는 시민기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을 취재하기 위해 60여 명(전체 직원 100여 명)의 상근기자들이 근무합니다.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함께 만드는 오마이뉴스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세계 어느 언론사도 따라 할 수 없는 일, 그래서 누구보다 독특하게 더 잘할 수 있는 일, 바로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입니다.

파괴적 혁신 : 정치·경제·사회부를 없애다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 메인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 메인면.오마이뉴스

최근 현 정권은 끊임없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6년 전 보수신문이 그랬듯, 지금은 그들이 만든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객관성 없는 편향적 보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우리는 2016년 정의롭지 못한 정권과 거대 언론권력에 맞서기 위해 다시 '게릴라전의 깃발'을 들려고 합니다.

소위 '게릴라 전술'은 전력이 약한 쪽이 강한 쪽을 치고 빠지는 식입니다. 기동성과 유연성이 생명인 셈이죠. 상근기자 수만 보면,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가진 작은 언론입니다. 200~300명의 기자가 근무하는 몸집이 큰 여느 언론과 다릅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기존의 정치·경제·사회부 등 출입처 중심의 편집국 조직 형태를 해체하고, 이슈팀과 섹션별 그룹 취재 시스템으로 통합 개편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는 이제 정치부·경제부·사회부 등 전통적인 뉴스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경·사 시스템'을 해체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속히 바뀌고, 플랫폼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결국 해답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있습니다. 출입처 중심으로 대량 생산되는 형태의 기사가 아닌, 독자들이 진짜 원하는 뉴스에 집중, 다른 방식으로 보도를 할 것입니다.

정·경·사 시스템을 대체할 이슈팀은 사건(event)이 아니라 의미(implications)를 전달하겠습니다. 기본적인 담당 출입처가 있지만, 출입처에 묶여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이슈 중 그날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스트레이트 기사부터 카드뉴스, 깊이 있는 분석기사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집중적으로 생산합니다.

오마이뉴스 내에서 새로운 실험을 할 독립취재팀들도 신설됩니다. 일종의 사내 벤처 양성 시스템입니다.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들어 <오마이뉴스>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할 것입니다.

독립취재팀은 권력기관 감시의 최전선에 설 '탐사보도팀', 하나의 테마나 주제를 정해 깊게 파고드는 '기획취재팀', 착한경제와 사회적경제의 놀이터를 표방한 '오마이비즈', 국내외 언론 보도 내용의 사실을 검증하는 '오마이팩트 시즌2', 팬(fan)들이 만드는 구단별 전문지 '야구플랫폼 2.0', 팟캐스트 '한통속'과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등으로 구성됩니다.

가장 강력한 동력 : 시민기자제

 지난해 8월 30일, 낙동강 유역의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서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 물을 뿌려보고 있다.
지난해 8월 30일, 낙동강 유역의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서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 물을 뿌려보고 있다.권우성

시민기자제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동력입니다. 시민기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 시민기자제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편집기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상근기사 전담과 시민기사 전담으로 담당 영역을 나눴습니다. 편집기자가 시민기자와 일상적으로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기획을 의논하겠습니다. 시민기자와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시민(독자)기획위원회도 신설하겠습니다.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언론사 및 언론단체, 시민단체와 유기적 연대활동을 통해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을 높이겠습니다.

게릴라전의 필수요소는 게릴라 세력을 지원해줄 시민(민중)입니다. 시민(민중)은 게릴라에게 식량과 은신처를 제공하고, 또한 직접 게릴라 구성원이 돼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연말,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으로 10만인클럽 회원이 1만 명을 넘은 것은 더없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모아주신 소중한 군자금으로 힘을 내서 앞으로 뚜벅뚜벅 나가겠습니다. 그래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등이 치러질 2016년에 더욱 가치 있는 오마이뉴스가 되겠습니다. 형식적인 객관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진실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로 무장하겠습니다. 역사를 거스르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사회 약하고 소외된 계층의 의견을 대변하면서도 다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최경준 뉴스게릴라본부장 지난 11월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경준 신임 뉴스게릴라본부장 취임식이 열렸을 당시 모습.
최경준 뉴스게릴라본부장지난 11월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경준 신임 뉴스게릴라본부장 취임식이 열렸을 당시 모습.권우성

#편집장의 편지 #뉴스게릴라본부장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게릴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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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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