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동생들 나란히 웃을 때가 제일 예뻐요"

일곱자매가 부르는 사랑의 하모니, 서산 인지면 박석호·이선희씨 가족 이야기

등록 2016.01.19 16:19수정 2016.01.19 16: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다둥이 한 자리에 모인 9가족, 사진 뒷줄 왼쪽부터 첫째 나리, 둘째 예리, 엄마 이선희 씨(채령), 아빠 박석호 씨(예령), 앞줄 왼쪽부터 넷째 효리, 다섯째 규리, 셋째 혜리. ⓒ 방관식


기나긴 겨울방학이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한참 시끌벅적한 시기다.


인지면 박석호(44)·이선희(37)씨 부부도 마찬가지다. 아니 다른 집보다 몇 배는 더하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 부부에게는 7명의 소중한 보물이 있기 때문이다.

나리, 예리, 혜리, 효리, 규리, 예령, 채령.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보물들의 이름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아챘겠지만 7명 모두 공주님이다. 첫딸 나리가 12살이고 차곡차곡 2년 터울로 태어났다. 지난해 8월 23일 백일이 지난 예령이와 채령이는 쌍둥이다. 아들 욕심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들 부부에게 7명의 딸들은 축복이자 인생의 활력소다. 인지초 3명, 어린이집에 2명, 그리고 갓난아기 2명, 웬만한 베테랑 엄마도 두 손 두 발 다들 막강한 구성이지만 이집 안주인인 이선희 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아이들이 적은 집보다는 솔직히 신경을 못 쓰죠. 게다가 장사를 하는 터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엄마들처럼 아이들을 잘 보살피지 못하고요. 하지만 엄마, 아빠가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들이 잘 알아요. 아마 대가족이 서로 엉켜 살다보니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일찍 배운 것 같아요."

실제로 박씨 부부는 인지면 소재지에서 배꼽시계라는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해도 사업은 사업. 한참 천방지축으로 뛰어놀 아이들을 부모의 힘만으로100% 보살피기에는 아무래도 힘든 구석이 있다. 하지만 행여나 모자랄 수 있는 부분은 아이들 스스로가 서로 보완해주고 있는 듯했다.

a

다둥이 동생 규리를 목마 태운 큰딸 나리, 나리는 가끔씩 엄마 역할도 해내는 살림밑천이다. ⓒ 방관식


큰딸 나리는 "동생들이 많아서 좋으냐?"는 질문에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새침하게 대답은 했지만 옆에서 지켜본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철없는 동생들이 때로는 떼를 쓰고, 귀찮게 굴어도 의젓하게 받아주면서 큰 언니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수줍음을 많이 타는 다섯째 규리(규리는 동생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막내였다)가 간혹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큰 언니 옆에 바짝 붙어서 성가시게 했지만 나리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규리를 비록한 동생들을 보살피며 주방에서 일하느라 바쁜 엄마의 대역을 훌륭하게 소하해내고 있었다.

뭐가 심통이 났는지 울며 매달리는 규리를 번쩍 들어 목마를 태운 나리 덕에 규리를 비롯한 동생들의 얼굴이 환해졌고,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나리는 동생들에게 엄마나 아빠만큼은 아니어도 자매들 간의 어지간한 문제는 쓱쓱 풀어나가는 든든한 해결사였다.

a

다둥이 공식 아기 돌봄이 둘째 예리는 동생 사랑이 지극한 언니다. ⓒ 방관식


동생 사랑이라면 큰 언니와 쌍벽을 이루는 둘째 예리는 아빠, 엄마가 공인하는 이 집안의 동생 돌봄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부부를 닮아서 인지 유난히 아기를 예뻐한다는 예리는 인터뷰 내내 두 살 난 쌍둥이 동생을 업고, 안고, 볼에 얼굴을 비비는 등 예뻐서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첫째 나리가 의젓한 엄마 역할이라면 둘째 예리는 이와는 또 다른 언니로서의 존재감이 있는 듯 보였다. 동생들이 워낙 잘 따르는 터라 간혹 아빠, 엄마보다도 더 잘 통할 때가 있다고. 아홉 가족을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은 물론 공식 아기 담당이라 불릴 정도로 어린 동생들의 보모 노릇도 잘해내고 있는 예리는 "동생들이 너무나 귀엽다"며 "새해에도 쌍둥이 동생들을 잘 보살피겠다"라고 말했다.

관심이 언니들한테만 돌아가 심통이 났는지 "동생들이 웃을 때가 가장 좋다"며 셋째 혜리가 한마디 거든다. 7자매의 딱 중간인 혜리는 언니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아기처럼 보였는데 행동이나 말투는 제법 의젓했다. 약간은 애매한 위치일 수도 있지만 혜리는 아랑곳없이 언니들 잘 따르는 착한 동생이자, 동생들 잘 보살피는 좋은 언니로 중간자의 임무에 충실했다.

여기까지는 초등학생들이라 그럭저럭 말이 통했지만 유치원생인 효리와 규리는 인터뷰가 영 어색했는지 효리는 아주 예쁜 미소만을, 규리는 울다 웃다하며 전직 막내 티를 냈다.

본인들도 아직 아가티를 벗어나지 못했고, 갓난아기 동생들이 어디가 얼마나 좋은지 똑 부러지게 대답은 못했지만 가족사진을 찍을 때 동생의 손을 살며시 잡는 효리나 누워있는 동생의 볼에 살며시 손을 갖다대 보는 규리 역시, 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행동에서 배어나왔다.

작은 입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 내놓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박씨 부부는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넉넉한 살림이 아닌 탓에 '행여나 뒷바라지를 잘해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 때도 간혹 있지만 화초처럼 예쁘게 자라나는 공주님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지난해 4월까지 중장비 사업을 하다가 잠시 일을 그만둔 상태인 아빠 박석호씨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딸들을 바라보면 없던 힘이 솟는다.

"사업을 그만둔 뒤로 걱정이 조금 늘은 건 사실입니다. 요즘 워낙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까 뒷바라지를 잘 못해 아이들이 기가 죽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환한 모습을 보면 걱정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제게는 우리 공주들이 보약인 셈이죠."

핵가족화 시대, 자녀가 하나나 둘인 가정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칠자매의 등장은 분명 이목을 끌만한 사건이다. 그래서 요즘은 지역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인지면사무소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을 초청해 예령이와 채령이의 백일잔치를 열어줬고, 지역사회단체의 후원도 있었다.

박씨 부부는 사람들의 관심에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아이들과 넉넉하지 못한 여건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박 씨 부부를 응원하기 위해 '배꼽시계'를 찾는 발길도 느는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박석호·이선희 부부와 7자매에게도 희망찬 새해가 떴다. 이 가족이 행복하고 단란하게 살아가길 우리 모두가 함께 기원하고, 응원해주길 바란다.

[박석호·이선희 부부 인터뷰] "착한 마음씨 가진 사람으로 키울 것"

a

다둥이 박석호, 이선희 씨 부부 ⓒ 방관식


- 7명, 적지 않은 수다.
박석호 : "부부 모두 아이들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들 욕심도 있었지만 그건 잊은 지 오래고, 지금은 그냥 아이들이 좋다. 아빠, 엄마가 그다지 잘해주지도 못하는데 구김살 없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걸 보면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열심히 살아갈 생각이다."

- 자녀들이 많아 좋은 점은?
이선희 : "아이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확실히 혼자 외롭게 자라는 아이들보다는 훨씬 이해심도 많고, 어른스러운 것 같다. 딸들이라서 그런지 어린나이에도 곧잘 엄마를 도와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이 많아 좋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7명이나 키우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곤 하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들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지만 아이들이 주는 행복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자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박석호 : "지금 형제끼리 서로를 위하고 보살피듯, 어른이 되어서도 남을 위할 줄 아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요즘 아이들이 혼자 크는 시대라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올바른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새해 소망이 있다면?
박석호 : "지금 운영하고 있는 분식집이 잘 돼서 일단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식구를 보살피느라 항상 힘든 아내가 활짝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래도 가장이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에 신경이 쓰인다. 올해는 새 마음가짐으로 메뉴도 전환하는 등 변화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주변의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이선희 : "일단 지금처럼 온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 성적도 올랐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풍족하게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함 마음이 있는데 올해는 조금이나마 더 잘해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둥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역 소식을 생생하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언론의 중앙화를 막아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두드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 떠나는 과학자의 탄식 "늦었어요, 망했습니다"
  2. 2 더 과감해진 'SNL 코리아'의 '입틀막' 패러디... 누리꾼 "환영"
  3. 3 조국혁신당 2호 영입인재, 구글 출신 이해민
  4. 4 영화 '파묘'보다 더 기겁할만한 일제의 만행들
  5. 5 "대학은 가는데, 문제는..." 현직교사가 본 '가난한 아이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