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카페36.5도의 입간판홍승은씨는 부산에 위치한 카페 헤세이티의 입간판을 참고해 인문학카페36.5도의 입간판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의 입간판에선 <계간진지>의 표지가 연상된다.
김예지
"단순한 진영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떤 모임이든 분명히 '꼰대'는 있을 수 있어요. <계간진지> 1호는 그런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함께 갈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그런 잡지예요. 불편한 것들을 계속 이야기 하는 거죠."(홍승은)그래서 <계간진지>의 초기 이름은 '불편한 잡지'였다. 어감이 썩 좋지 않다는 지인들의 평가에, <계간진지>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그대로 가져갔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는, <계간진지>는 '밥만큼 중요한 잡지'를 지향한다.
"흔히 진지한 사람들을 비꼬면서 '진지충'이라거나 '오글거린다'고 말하잖아요. '단순하고 쿨하게 넘기면 되는 거지, 왜 이렇게 오글거리고 예민하게 그런 걸 고민하나'라는 논리죠. 이런 문화를 오히려 정면 돌파할 수 있는 개념이 '진지'라고 생각했어요."(홍승은)"'꼰대리즘', 단순히 '세대'만의 문제 아냐"'진지'라는 단어엔 다양한 뜻이 담겨있다. 끼니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언제든지 적과 싸울 수 있도록 부대를 배치해둔 곳, 참된 지식, 나아감과 머무름 등. 다채로운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계간진지>라는 밥상 위에, 첫 호의 주제로 '꼰대'를 올렸다. '세대전쟁'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권위주의를 체화하고, 자신을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이들은 모두 '꼰대'에 포함된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훈수 두는 친구, 교수가 후배를 성희롱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선배 등.
"'꼰대'라는 게 정말 연령대와 직업의 분포가 아주 넓더라고요. 잡지를 만들면서 꼰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탐구하게 됐어요.(웃음)"(허일정)'꼰대공모전'을 열어, 각양각색의 '꼰대'에 관한 경험담을 받기도 했다.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공모전을 홍보했는데, 약 40여 명이 글을 보냈다. <계간진지>의 편집위원은 총 5명. 적은 숫자이지만, 기고글 등을 통해 84페이지에 이르는 지면을 채워나갔다.
그렇다고 <계간진지> 1호가 꼰대의 유형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계간진지>라는 이름답게, 잡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아침밥, 점심밥 그리고 저녁밥. 잡지의 결론 부분인 '저녁밥'에선 '며느리도 안알랴주는 꼰대 퇴치법'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담았다. 홍승은씨의 설명처럼, "'정치적'이면서도 유쾌하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