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1층 계단 밑에 있다. 휴게실 내부의 천장 높이는 앉은키 정도다. 위생시설을 설치할 공간도 부족한 지경이다. 휴게실 안에 위생시설이 없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김동수
이제는 작업복과 평상복을 구분할 옷장을 요구하는 것도 사치다. 벽에 박힌 못이 옷장이다. 그래서일까. 못에 작업복과 평상복이 뒤섞여 걸린 게 눈에 자주 띈다. 벽은 온통 옷으로 도배됐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대부분은 창고 같은 공간을 개조한 거라서 시스템 냉난방기는 엄두도 못 낸다. 시스템 냉난방기가 설치된 휴게실은 한울관뿐이다. 물론 교수나 교직원,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시스템 냉난방기가 대부분 설치된 상태다.
현재 선배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모두 필요한 걸 스스로 구해 놓은 것이다. 필수비품을 구비하는 건 결국에 청소노동자들의 몫이다. 학교는 창고 같은 곳을 휴게실로 만들어준 게 전부다. 광운대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일까.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매일 열악한 상황과 마주한다.
"여기가 휴게실이에요?""우리는 가장 낮은 존재예요. 조선시대에도 청소하는 사람들은 노비였을 거예요. 우리 이마에도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힌 것 같아요."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왜 대부분 '밑바닥 공간'일까. 청소가 '밑바닥 일'이란 생각 때문일까. 광운대 안에 '눈에 띄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는 것 같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은 최수연 분회장이 이야기하듯 '주식회사 광운대'의 계급 구조상 최하층이라 느껴진다.
"꼭 두더지 같아요. 후미진 공간에서 아무도 못 보게 숨어 있어야 하잖아요."대학 구성원들이 휴게실에서 하루만이라도 생활해보면,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않을는지.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겪어야 하는 지독한 현실이다. 이제는 정말로 모든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 개선돼야 하는 시기다.
노동법을 보면, 사업을 도급하는 자는 노동자에게 위생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용역업체와는 이미 "안전하고 편안한 휴게시설"의 제공을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비마관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를 옮겨준다"고 구두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이 문제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계속 무시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실이 광운대 한 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은 다른 대학 청소노동자들도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우리 사회가 육체노동자를 대하는 모습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아닐지.
학생들이 비마관 휴게실을 처음 봤을 때의 표정을 나는 기억한다.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한 학생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질문했다. 어느 때보다 슬픈 물음이 지금까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여기가 휴게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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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안 들어오는 창고에서... 우린 현대판 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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