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해야 할 것들을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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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 거동이 불편해 지면서 나중에 해야지 하면서 항상 뒷전에 미뤄뒀던 일들이 생각났다. 마침 친구가 '부모님 생전에 꼭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메일로 보내줬다. 그 리스트를 읽으며 할 수 있는 일을 꼽아봤다(관련 기사 :
엄마 돌아가시기 전 '버킷리스트', 눈물 나네).
엄마 파마할 때 미장원 같이 가기. 극장에 같이 가기. 노래방 가서 부모님 좋아하는 노래 같이 불러 드리기, 가까운 계곡에 도시락 싸서 다녀오기,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보러 가기, 엄마가 다녔던 학교 모시고 다녀오기, 내가 어릴 때 살았던 동네 가보기, 생신에 생신상 차려 드리고 편지 쓰기 등이 있었다. 그중 제일 먼저 '극장에 같이 가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부모님과 함께 볼 영화를 골라야 했다. 막상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에 가려 하니 볼만한 영화가 별로 없었다. 마침 영화 <변호인>이 개봉했을 때였다. 엄마도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시니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할 것 같았다.
"엄마,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게 요즘 인기 많대. 엄마 그 영화 보고 싶지 않아?""아이고, 그거 무슨 고문하는 장면 나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엄마는 그런 거 무서워서 못 봐."
결국, 영화 <변호인>을 엄마와 함께 보는 건 실패로 끝났다.
그다음에 부모님과 볼만한 영화로 내가 찾은 건 <수상한 그녀>였다. 영화가 개봉됐을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무엇보다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삼는 영화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주인공이니 엄마도 영화에 공감하기 쉬울 듯했다. 게다가 주인공을 맡은 배우도 엄마가 좋아하는 연기자였다.
"엄마, <수상한 그녀>라고 새로 나온 영화가 있는데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보나 봐. 엄마 우리 그 영화 보러 갈까?""정민아, 엄마는 극장처럼 그렇게 답답하고 공기 안 좋은 곳엔 이제 못 가." 한숨이 나왔다. 아, 그렇다. 우리 엄마는 공기 안 좋은 걸 못 참는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엄마는 병실 공기가 답답하다면서 병실에 있지 못했다. 환자는 병실에 있는데 비상계단에 가서 앉아 있었던 분이 우리 엄마다. 이러니 엄마와 여행가기는커녕 극장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다. 몸이 더 건강하실 때 여기저기 모시고 다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난 엄마와 영화관 가는 걸 포기했다.
엄마는 '생생한 고통'을 보자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