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밀양 성폭행 사건... 경찰들, 웃기지도 않았다"

당시 여중생 변론 맡았던 강 변호사 "재수사는 불가능하지만..."

등록 2016.03.09 11:03수정 2016.03.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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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인 2004년에 발생했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최근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인주 여고생 사건'을 방영하면서부터다.

학생들이 '밀양연합'을 결성해 1년 넘는 기간 동안 울산 여중생 자매한테 몹쓸 짓을 했던 사건이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피해 여중생 변론은 강지원 변호사가 맡았다. 강 변호사는 지난 3일 MBC경남(창원) 라디오('톡톡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수사 과정의 문제점과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강 변호사의 인터뷰는 MBC경남에만 방송이 되어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방송을 들었던 일부 청취자들이 전국에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오마이뉴스>는 MBC경남에서 보내온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다음은 강지원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a  강지원 변호사.

강지원 변호사. ⓒ 조재현


강지원 "재수사는 불가능하지만, 사회 대책 필요"

- 당시 피해 여중생의 변호를 맡으셨는데, 어떠했는지.
"처음에는 그런 사건이 있는 줄 몰랐다. 당시 그 사건이 공개되면서 인터넷에서 아주 난리가 났었다. 도대체 어떻게 남학생들이 이럴 수가 있냐 싶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당시 저는 주로 청소년과 여성들의 인권에 관한 변호를 하고 있었다. 누리꾼들이 '왜 강지원 변호사가 안 나타나느냐'고 했다. 그런 요구가 있기도 해서, 내용을 알아보았다. 당시를 기억하면 지금도 입에 담기 힘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래서 쫓아갔다."

- 피해 여학생을 무료 변론했다고 하던데.
"무료 변론을 하다가, 여자 아이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그런데 지금도 생각하면 도대체 그 당시의 경찰, 검찰, 법원의 처분이 너무나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지금까지 정확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당시 가해자들은 밀양과 창원 지역에서 100명이 넘을 것이라 알려졌고, 피해 여학생들도 20여 명이 될 것이라 알려졌다. 그런데 막상 그 당시 경찰에 신고한 여학생 이야기에는 40여 명의 남학생들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외에도 알려진 피해자들 중에는 여고생 두 명은 자신의 신분노출에 대한 신고도 포기해버리고, 진술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집단적으로 이런 짓을 했었으니까 말하기도 힘든 사건이었다."

- 당시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 문제가 왜 국민들의 분노를 샀느냐면 당초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피해 여성의 신청이었는데, 이 사건을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약속을 받고 신고를 했다. 그런데 경찰이 공개적으로 떠들고, 심지어는 경찰관이 노래방에 앉아서 신변을 거론하면서 공개를 해버리고 노래방 도우미가 신고를 하게 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 이런 사건은 미성년자 사건이므로 보통은 신분보호를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예를 들어서 여자 경찰관이 좀 조사해달라는 것도 묵살해버리고, 진술녹화실이 그곳에는 없었다. 별도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경찰관들이 당시에는 웃기지도 않았다. 이 학생들을 비난하면서 '니들이 밀양 물을 흐려놓았다'거나 '왜 너만 당했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퍼붓는 게 말이 되는가? 나중에 경찰관들 다 징계받고 경찰서장 바뀌고 그랬다. 여러 가지 웃기지도 않는 사건들이 공론기관 경찰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분노하고, 고치라고 여론이 비등했다."

- 피해 여학생이 전학한 학교까지 찾아간 가해 학생 부모들이 있었다고 하던데.
"가족과 상의한 끝에 비밀리에 피해 여학생을 서울로 이사를 시켰다. 왜냐하면 거기서는 인적사항이 노출되어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옮겼는데,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도 안 받아주려고 해서 겨우 한 군데로 옮겼다. 서울에 간 지 한 달이 안 돼서 가해자 가족이 찾아와서 아이에게 '선처를 바란다' '탄원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해서 결국은 그 학교도 그만뒀다."

- 피해 여학생은 결국 피해를 더 본 셈인데.
"집단 성폭력 자체뿐만 아니라,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이 더 문제다. 피해 여학생을 보호해야 할 경찰, 사회나 반성해야할 가해자의 부모 쪽이나 아무도 그 아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 당시 국회 진상조사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국회 진상조사단이 와서 조사 철저히 하라고, 단순히 여기서 끝났다. 아직도 불만인 것은,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그랬다면 당시 경찰, 검찰, 법원에서 제대로 했을 것이다. (당시 가해자) 40여 명만 조사를 받았는데, 그중에 열 몇 명만 법원에 넘겨졌다."

- 가해자 처벌 상황은 어땠는지.
"그 여학생을 피해자로 볼 때, 40여 명이 입건 돼서 조사를 받았는데 그 중에 20여 명은 가정법원(소년법원)에 송치가 되었고, 13명은 합의했다고 기소도 하지 않았다. 그 합의라는 것이 뭐냐면 (피해 여학생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가해자 학부모들과 합의를 해줘버렸다는 것이다."

- 형사사건인데 합의를 하게 되면 그 죄가 없어지는 건지.
"그 당시에 그런 규정이 있었다. 그래서 공소권이 없으면 법원(재판)에까지 가지도 않았다. 그것도 웃기는 것이 이 아버지라는 사람이 당시 이혼한 상태였는데, 그 합의금을 가해자 부모들로부터 받아서 아버지 가족들과 나눠 써버렸다. 이 여자 아이와 엄마에게는 한 푼도 가지 않았다."

- 당시 가해자들에 대해 미흡하게 처벌된 이유는.
"10여 명인가 가정법원으로 약하게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중에 3명 정도가 열 달 정도 소년원에 있다가 나왔고, 나머지는 다 풀려났다. 그래서 그 당시 인터넷에서는 지방의 공직자, 사장의 자식들이었다는 소문도 나왔고, 엄청난 불신을 샀던 것이었다."

- 피해 여학생을 소재로 한 영화도 나오고, 드라마까지 나오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피해자가 숨어 다니는 상황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시 피해 여학생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주기 위해서 서울로 데리고 가서 정신과병원 입원도 시키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 때 아버지 쪽 가족들이 와서 보호자는 자기들이라며 데리고 갔다가 다시 데려 오고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피해자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숨어 다녀야 한다는 것이냐. 그리고 피해자는 지금도 저랑 연락이 안 된다. 자신의 이력을 잘 아는 사람이 저라 할 수 있다. 그 뒤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다 받아서 주었고, 그것 가지고 전세금에 보태 쓰게 하고 도와주었다. 그 뒤로 저하고도 지금도 연락이 안 된다."

- 가해자들은 정상적으로 살고 있을 것인데.
"가해자들도 이제는 성인이 됐을 텐데, 빨리 회개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 일부에서는 재수사를 요구하는데, 가능한지. 그렇게 한다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 보이는데.
"(재수사는) 불가능하다. 공소시효도 다 지났다. 다만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언제까지 이런 사건이 또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 이후에도 이런 유사한 사건이 여러 가지 생겼다. 그렇다고 한다면, 특히 남자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행동인가에 대한 공감을 하고 있는지, 이런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대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가 정말 반성을 하고 우리 사회가 변화하도록 여러 가지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강지원 변호사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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