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등짝 만한 어린이집 가방을 둘러메고 어린이집으로 향하여 아파트를 나서고 있는 서준이의 늠름한 모습입니다.
김학현
그러나 이해가 안 되는 건 녀석이 알파벳을 뗐다는 겁니다. 그것도 독학으로. 엄마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유아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보고 외운 거랍니다. 우리 집에 와 전기렌지 회사로고가 영문으로 된 걸 보더니 한 자 한 자 짚으며 "티(T), 이(E), 엠(M)" 하는 거예요. 참 나.
한글 발음은 아직….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서준이의 '할배바라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답니다. 부모가 다 직장생활을 하는 몸들인지라, 벌써부터 서준이는 어린이집이란 곳을 출퇴근한답니다. 딸내미 집에 갔더니 오후 3시에 서준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리더군요.
이런 명령이라면 너무 좋죠. 오랜만에 서준이를 만나는 참이기에 그놈의 잔뜩 생글거리는 얼굴을 한시라도 빨리 보려고 아내와 서둘러 외출했습니다. 어린이집이 아파트 몇 동 앞에 있다는 딸내미의 말만 듣고 달려 나갔는데, 집 앞에 바로 어린이집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얼씨구나 하고 들어가 서준이 내놓으라고 했더니…. 어라! 그런 아이는 없다는 게 아니겠어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준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의 어린이집은 정원이 차서 길 건너 아파트 앞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닌다는군요.
우리 부부는 길 건너 아파트 앞으로 갔지만 통 어린이집이 안 보이는 거예요. 아파트에 딸린 슈퍼마켓에 들러 어린이집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도 모른다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우리 부부는 아파트를 한 바퀴 빙 돌아 주민센터 2층에 숨어있는(?) 어린이집을 발견했습니다.
어린이집을 이리 숨겨놓다니? 옆집인 슈퍼마켓도 모르게…. 하하하. 하여튼,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서준이 녀석 다니는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다짜고짜로 서준이 데리러 왔다고 했죠. 잠시 후 서준이 녀석이 짠 하고 나왔습니다.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