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워싱턴 코커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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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과정인 예비선거가 반년 이상 진행된다. 그 예비선거의 방식도 정당마다, 지역마다 굉장히 많이 다르다. 특히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참여하느냐, 정당의 당원만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와 '클로즈드 프라이머리'(closed primary)로 나뉘는데, 후자를 코커스(caucus)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코커스 중 일부는 아예 '공개투표'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투표자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를 다른 사람이 모두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코커스에 참여하는 당원들은 특정한 장소(초등학교 강당 같은 곳)에서 모여서 온종일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들과 그들의 정책을 놓고 토론을 진행한다. 후보가 직접 오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그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이 후보를 대신하여 지지 유세를 하면, 다른 당원이 또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거나 반대 토론을 하는 식이다.
이런 연설과 토론을 거친 후 일정 시간이 되면, 당원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상징하는 각 후보의 깃발을 들고 특정 공간에 모인다. 이때 당원들은 모두 누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일정 비율에 미치지 못한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은 투표한 것이 무효 처리가 되어, 그들을 놓고 또 유세가 벌어지고 공개 투표가 이어진다.
분명히 공개 투표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런 코커스 방식을 두고 민주주의 선거의 4대원칙 중 하나인 비밀투표를 위반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차이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원칙우리나라와 미국은 떨어진 거리만큼 선거 제도에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도, 미국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이다. 어떤 나라의 정치 제도나 선거 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나 현실을 반영하므로, 나라마다 다른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
어느 나라의 선거 제도가 완벽할 수 없고, 어느 것이 더 좋은 정치 제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하고, 고칠 것이 없는지 심각히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자본주의 모국이라는 미국에서 (자칭 타칭) 사회주의자가 대통령에 출마하여 유력 후보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거나 주지사 또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 유세를 하거나 지지 선언을 한다. 교사들과 교원단체가 공개적으로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것도 모자라 수백억 원의 선거 자금을 모아서 후원한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대학 강당에 나타나 선거 유세를 하고, 심지어 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까지 찾아가 선거 운동을 한다. 정당의 전당대회장으로, 유세장으로 대학교, 중고등학교, 초등학교가 사용된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에서는 누가,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 모두가 알 수 있는 공개투표가 진행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장면들이 미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왜 우리나라 같으면 감옥에 가거나 자리를 걸어야 하는, 어쩌면 범죄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일들이 같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에서는 상식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역사와 문화의 차이만큼 큰,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우리 헌법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참정권,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결합된 것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인데, 이것을 미국에서는 다른 어떤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일반 유권자는 말할 것도 없고 교사, 공무원뿐 아니라 대통령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래서 교사가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자금을 후원하는 것,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이나 주지사,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
공간적으로도 학교가 정치의 무풍지대가 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정당의 정치행사가 개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현실 정치에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권리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UN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 사회가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속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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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시민저널리즘부 박정훈 기자입니다.
sometimes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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