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탁에 ISA 가입했는데 '울상', 왜?

원치 않는 소득공개에 수수료까지 발생... "개인 투자성향에 따라 결정해야"

등록 2016.03.21 19:56수정 2016.03.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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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명 만능통장의 판매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한 시민이 서울시내 은행 지점 앞에서 ISA계좌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저희 지점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소액으로 개설하신 분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실거래를 하실 분들이 오기 때문에 목돈을 준비해오거든요."

21일 KB국민은행 퇴계로 지점에 'ISA를 소액으로 개설해도 되냐'고 묻자 이영선 대리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인근 지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내방객 중 ISA를 개설하면서 계좌만 만들려는 목적으로 1만 원 이하의 적은 금액을 예치한 고객들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은행원들의 설명과는 달리 ISA의 가입액은 증권사가 월등히 많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18일 증권사의 1인당 ISA 가입액은 평균 300만 원으로 은행(32만 원)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많았다.  

은행을 통한 가입 인원은 61만 명(93.8%)으로 거의 모든 가입자가 은행과 접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증권·보험사에 비교하면 인원 수로는 압승을 거뒀지만, 가입액수는 초라했다. 왜 이러는 걸까?

내방객은 목돈 마련... 지인은 깡통 개설?

대다수 시중은행 지점들은 가입 건수로 실적을 채우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굳이 많은 액수를 담으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방 고객들은 ISA를 실제로 이용하려고 가입하기 때문에 계좌에 담을 금액을 어느 정도 준비해온다.


하지만 지인들은 내방 고객과는 다르다. ISA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지만 인간관계 때문에 가입하는 실정이다.

기자의 지인은 며칠 전 회사의 거래은행 직원이 가입을 해달라고 사무실로 찾아온 바람에 얼떨결에 가입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100원이든 1000원이든 돈만 넣어놓으면 가입이 되고 할당량이 있다며 부탁하는 통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원천징수영수증도 경영지원부를 통해 바로 뗄 수 있는 데다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며 서류를 내밀어 면전에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액으로 개설을 해 금액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상품 선택을 하면서 일차적으로 소득이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됐고, 원천징수영수증을 제출하면서 소득을 공개하는 꼴이 됐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1원이라도 넣으면 수수료는 '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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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 ISA가 14일부터 전국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ISA 가입서류들. ⓒ 전은정


그는 소득공개에 대한 찜찜함 외에도 수수료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놨다. 소액이지만 일단 예금을 넣어놨으니 수수료로 산정되는 관리비용을 지불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많든 적든 넣어놓은 금액에 대해서는 수수료가 나간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고객의 ISA 계좌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은행은 수수료를 떼어간다"라면서 "ISA는 기존의 상품과 달리 통장 자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우성 국민은행 여의도지점장도 "ISA는 갖고 있는 금액에 대해서는 무조건 수수료가 생기는 구조"라며 "정기예금만 해도 0.1% 보수가 있고 펀드나 ELS 등은 더 높은 비율로 떼어간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가입을 한 ISA 고객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가입은 했지만 운용계획은 없으니 마냥 내버려둬도 될까?

수수료가 있으니 묻어버리긴 힘들고 눈을 돌려보니 세제 혜택이 들어온다. 하지만 가입 시점부터 5년간만 비과세 혜택을 주고 투자한도는 연 2000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 녹록지 않다. 또 투자금액을 늘려야만 세제 지원도 늘어나기 때문에 첩첩산중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결국 상품 운용에 대한 결정은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며 "ISA에 대한 운용계획이 있다면 개인의 투자성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 방법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ISA #지인 부탁 #원천징수영수증 #소액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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