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민주 수술하는 '명의' 될 수 있을까?

[총선 게릴라칼럼] '경제 프레임' 선점한 김종인호, 시즌2 시작되다

등록 2016.03.25 11:14수정 2016.03.2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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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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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김종인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20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 유성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제는 경제입니다. 20대 총선은 '경제선거'입니다."

선명한 메시지, 강력한 의제선점, 그리고 언론의 '집중'까지. 2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내놓은 일성의 성과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김종인 대표를 둘러싸고 '격노'부터 '사퇴설'까지 가파른 파고가 일렁였던, 더민주의 비례대표 공천 파동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간 비대위원들은 머리를 조아렸고, 문재인 전 대표가 '상경 방문'까지 벌였으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갑론을박과 반신반의 속에서 김종인 대표의 귀환을 지켜봤다. 그리하여, 복귀한 김종인 대표는 당내 갈등을 종식하려는 듯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실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승민 탈당'을 필두로 마무리까지 지저분하게 흐르고 있는 새누리당과 달리,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을 확정 짓고 제대로 된 '총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국민은 IMF 위기 이후 가장 큰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중략).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드리는 선거입니다. 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고, 서민과 중산층, 보통사람들의 경제주권 회복하는 선거입니다.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이 시대 최우선 과제로 다시 한 번 합의하는 선거입니다."

경제 또 경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듯, 김종인 대표는 작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과거 새누리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잃어버린 10년'에서 '잃어버린 8년'이라는 구호도 따왔다. 엇비슷한 시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이재오 지역구 등 5곳을 무공천 하겠다"며 이른바 '옥새투쟁'을 선언한 것과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더불어 오전엔 청와대에서 "전국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하고, 오후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미식 행사에 참여해 환하게 웃은 박근혜 대통령의 '자신이 무슨 일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듯'한 행보와는 더더욱 대비됐다. 

박근혜 경제 실정 타박한 김종인 대표, 경제 프레임 선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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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비례대표 2번'과 '노욕'. 지난 주말부터 김종인 대표와 관련한 핵심 키워드다. 그러나, 배배꼬인 실타래와 같았던 분란이 가닥을 잡으면서, 발끈했던 김종인 대표의 본심은 일단 비난의 중심축에서 비껴가는 분위기다.

무수한 추측과 중계가 난무했지만, 결국 A, B, C 그룹별 투표를 포함한 비례대표 후보 지명이 김종인 대표의 안이 아닌 일부 핵심 비대위원들 중심으로 강행됐고, 김종인 대표와 중앙위의 갈등으로 비춰졌던 분란이 실제로는 '김종인 vs. 비대위'의 대결국면이었다는 정황 또한 드러나고 있다(관련기사: 김종인 화 났다, 중앙위 아니라 비대위에...).

그렇기에 더더욱 문재인 전 대표의 구기동 김종인 대표 자택 방문과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의 조아림은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필리버스터 중단과 정청래·이해찬 컷오프에 이어 비례대표 공천 파문까지. 쉴 새 없던 더민주의 자충수로 등을 돌리는 듯 했던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원성도 김종인 대표의 '총선 체제' 선언과 함께 잦아들면서 어찌됐건 봉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김종인 대표는 24일 오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 "대한민국 뿌리는 임시정부다"라며 "더민주는 앞장서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경제와 역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김종인호'는 어느 쪽으로 방향키를 잡을 것인가.    

"평시 지지율 20%, 투표 지지율 40%, 더민주는 불안하다"  

"더민주는 호남의 지지세력, 비영남권 운동권, 그리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진보적 네티즌 세력이 연대한 정당이다. 지역색을 제외하고 보면 이념적으로는 수구적 진보와 개혁적 진보가 뒤섞여 있지만 운동권 시절 학습한 논리가 아직도 우세하다.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수구적 진보가 더 많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익을 우선한다. 그런데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 된다...(중략)...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들에게 예뻐 보여야 한다. 지금은 너무 못생겼다. 결심을 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화장을 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 물론 화장만 하고 싶다. 김종인 박사에게 화장을 주문했다. 수술은 싫다. 자기 얼굴을 고치고 싶지는 않다. 밤에 혼자 화장을 지운 민낯을 보고 싶다. 이건 자기 정체성이다. 웬걸! 그는 자기가 의사란다. 수술을 하자고 한다. 이건 원래부터 싫다. 이번엔 밥줄도 달렸다. 파국 바로 직전까지 갔다 왔다."

김종인 대표가 '사퇴' 대신 '잔류' 의사를 내비치던 23일 오후,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자 더민주 정책공약단 주진형 부단장은 장문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더민주 내부를 향한 신랄하고 가감 없는 의견을 개진했다. 더민주가 "평시 지지율 20%, 투표 지지율 40%로 고착화"된 이유가 "불안하고", "무능하고",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해도 별 걱정을 안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총선 국면으로 돌입하기 전, 더민주의 모습이 실로 그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주 부단장이 김종인 대표가 영입한 인재의 대표 격이라는 점에서, 그의 글 속에서 김종인 대표의 본심을 유추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중앙일보>는 24일 '김종인, 진보패권 세력에 선전포고... 총선 뒤 충돌 불가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 부단장이 "여전히 오월동주다", "불안한 동거는 다시 시작됐다"라고 한 전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일고, 기사화가 되자 주 부단장은 원 글을 삭제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진형 부단장은 글 말미에 "나는 수술을 돕고 싶다"고 적었다. "수술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안다. 앞으로 2년 동안 수술을 안 하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계산과 그냥 수술이 싫은 정서적 미련 사이에서 한동안 오락가락할 것이다"라는 그의 경고는 분명 여전히 갈등의 씨앗이 남아 있는 더민주가 새겨들어야 할 일침이 아닐 수 없다. 그 수술의 내용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24일 오후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더컷 유세단'을 결성했다는 소식은 꽤 시의적절하게 보인다.

'김종인호' 총선 체제에 '더컷유세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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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지원사격 나선 정청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전략공천을 받은 손혜원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정청래 의원의 눈물을 닦아주려 이 자리에 섰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 남소연


"정당사상 전무후무!! 컷오프된 사람, 경선 떨어진 사람,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모여 중앙유세단을 구성했습니다. 정청래&장하나&김빈&김광진이 이제 공식적으로 '더컷유세단'을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자주봬요~"

"<불쌍한 유세단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정청래, 김빈, 김광진, 장하나... 주저앉아 있지 않고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마이크를 잡고 전국을 누비겠습니다. 불쌍한 유세단? 더컷동 유세단? 루저들의 반란 루벤져스?"

24일 오후 정청래, 김광진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저 4인 중 누가 주진형 부단장이 언급한 대로 "호남의 지지세력, 비영남권 운동권, 그리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진보적 네티즌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 세 명의 현역 의원과 한 명의 전 예비후보가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과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새누리당과는 차별화된 의식과 실천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더컷유세단'과 같은 대외적인 활동이 주는 파급력은 '총선 체제'를 선언한 김종인 대표와 당 전체 이미지에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컷오프'된 정청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마포을에서 손혜원 후보와 공동유세를 펼치는 장면이 던져준 신선함과 감동을 복기해 보라. 연장 선상에서, 청년비례 대표 출신과 청년비례대표 탈락자가 합세해 펼치는 공동유세는 당의 지지율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록 더민주의 비례대표 명단이 '노동'과 '청년' 부문을 홀대했을지라도. 

내부 갈등의 (부분적) 봉합과 '자충수로 인한 내상'의 회복, 그리고 '경제 프레임'의 선점과 시동까지.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우클릭'이나 '제1야당의 중도보수화'라는 비판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김종인호'가 4.13 총선을 향해 제대로 된 닻을 올렸다. 주진형 부단장의 말대로 제대로 된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과연 김종인 대표가 '노욕'이 아닌 '노익장'을 과시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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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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