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과 정진후 의원 등 정의당의 주요 인사들은 그 동안 진행되어온 더민주와의 야권연대 논의의 대략적인 내용을 공개하였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100% 공개된 것은 아니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나온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은 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시당 차원의 오랜 신뢰와 축적된 경험을 통해서 이미 자체적으로 단일화 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중앙당이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정의당 주요 정치인들이 현재 경기도를 중심으로 출마를 하기 때문에 우선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서울은 경기와 인천에 준하는 방식을 적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더민주는 정의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2곳(경기 덕양갑, 안양 동안을)의 경우 공천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의당에 양보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사실상 정의당의 양보, 즉 사퇴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정의당의 박원석 의원이 출마하는 수원 정 지역도 포함되었다.
그 동안 더민주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이 쌓여 있던 정의당은 박원석 의원에 대한 사실상의 사퇴를 요구한 더민주의 태도에 매우 격분했고 23일 더민주가 그나마 두 지역에 대한 공천까지 단행하자 더민주를 강하게 성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야권연대를 통해서 실제 단일후보로 나가는 대부분의 후보는 정의당 소속이 아니라 더민주 소속 정치인들이다. 그러므로 비록 당세는 밀리지만 후보 경쟁력에서 더민주에 견줘 해볼만한 지역에 대해서 경선도 아니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행위다. 그러면서 정의당 지도부 지역에 대한 공천까지 단행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야권연대를 위한 성실하면서도 진실한 자세라고 볼 수 있을까?
현재까지 나온 사실을 종합해보면 더민주와 정의당 사이의 야권연대의 난항은 전적으로 더민주 책임이라고 판단된다. 사실 둘 이상의 주체가 연관되어 문제가 발생한 경우 그 문제의 책임 소재를 따지다보면 어느 한 쪽에게 100% 과실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 번 더민주와 정의당 사이의 논의 과정을 보면 더민주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러면서도 더민주는 야권연대의 문을 닫지는 않고 있다. 이는 야권연대 포기를 선언하여 야권지지층에게 실망을 주지는 않으면서도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야권 지지층은 제1야당에 몰리게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서 일종의 정치적 꼼수다. 그런데 이런 더민주 지도부의 구상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이는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연대의식은 패권의식과 양립할 수 없다야권연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흔히 야권연대를 정치공학적 사고방식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보수뿐만 아니라 제3당론자(주로 국민의당 독자노선론자)들 역시 야권연대를 정치공학적 정치행위라고 비판한다. 이는 야권연대 비판에 있어 좌우합작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필자는 야권연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치공학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야권연대는 '연대의식(連帶意識)'에 대한 이해 및 체화, 그 다음으로 이것의 공유 및 확산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는 귀한 보물인데, 이들은 이 과정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차원에서 연대의식은 사회구성원들간의 공통점을 인식하고 상호의존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영역에서 풀어서 본다면 연대의식은 차이가 있지만 동질적인 부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태도, 양적인 차이를 질적인 차이로 이해하지 않는 것, 사람의 마음을 상품(이해관계가 결부된 대상을 의미)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연대의식에 기초한 야권연대는 패권의식과 양립할 수 없는 정치적 행위다. 연대는 복수 주체 사이의 상호 존중, 이해, 호혜의 관점에서 발현되는 것인데 패권은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열등한 위치에 놓인 주체에 대한 압박과 굴복을 통한 지배를 지향하는 태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힘의 우열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는 세력이 패권적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김대중도 이와 같은 연대정신을 강조하였다. 통합의 정신을 강조한 김대중이 서거 직전에 남긴 어록 중의 하나가 바로 '열의 일곱을 내주더라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패권의식을 배격하고 연대의식을 강조한 것으로서, 지금 현실에서도 매우 큰 정치적 함의가 있다.
더민주는 무엇을 잘못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