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젊은이들의 빨래, 그들의 민낯이 보였네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⑦] <봄날>

등록 2016.03.28 15:38수정 2016.03.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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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숙사동
기숙사동이상옥

정주경공업대학교 기숙사동
청춘의 민낯들
- 이상옥의 디카시 <봄날>


NCCK 부활절 예배에서 참석자들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에서 "세월호에 갇혀버린 우리의 이웃, 죽음의 문화 속에서 제일 먼저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 전쟁의 위기로 먹구름이 드리워진 한반도, 절망과 상처가 삼켜버린듯한 오늘의 세상에서 부활의 신앙을 실천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반도는 세상의 모든 모순 압축적으로 보여

이 기도문을 보면, 어쩌면 한반도는 세상의 모든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는 것 같다.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도 북한은 청와대를 타격 운운하며 긴장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나의 청춘 시절에는 늘 전쟁 공포를 느끼며 살았다. 심지어 유년시절에 전쟁놀이를 게임으로 하며, 지냈던 기억도 난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어디 평화로운 시절이 한 번이라도 있기는 했던가?

지금은 양치기 소년 우화로 전락해버려, 전쟁 공포가 무덤덤해지기는 하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것 같지는 않다.


개인이나 국가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좌우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중국은 G2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초강대국이다. 그런 점에서도 중국의 젊은이들은 좀 느긋한 것 같다. 한국 이상으로 남녀 청춘들이 자유롭게 팔짱을 끼고 유유자적하며, 대학가에는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에도 새 잎들이 돋아, 봄이 완연한데, 청춘 남녀가 다정히 걸어 간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에도 새 잎들이 돋아, 봄이 완연한데, 청춘 남녀가 다정히 걸어 간다.이상옥

 정주경공업대학교 정문 건너편 제과점에서 학생들은 빵과 커피를 시켜 놓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정주경공업대학교 정문 건너편 제과점에서 학생들은 빵과 커피를 시켜 놓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이상옥

 나도 이 제과점에 들러 카페라떼를 마시기도 한다.
나도 이 제과점에 들러 카페라떼를 마시기도 한다. 이상옥

대학기숙사동에서 아무 거리낌 없는 청춘의 민낯처럼 널려 있는 빨래들을 보며, 그 자체가 여유로움이고 자유로움처럼 느껴졌다.


중국은 대국으로 적어도 타국에 의해서 주권이 유린될 수 있다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만으로도 중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에 비해서는 얼마나 큰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인가. 자신이 노력하면 타의에 의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사회 보장을 받는 나라의 국민은 행복하다. 한국의 청년이나 기업이나 그 누구나 언제나 잠재의식 속에는 북한 리스크가 잠복해 있지 않는가.

물론 중국도 타국에 의해 침략을 당한 빼 아픈 기억을 가진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는 일본 관동군이 1931년 9월 18일 일으켰던 만주사변 관련 '9·18 역사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일제 침략 역사를 잊지 말자는 '잔력비(殘歷碑)'가 있고, 그 부근에는 '국치를 잊지 말자(물망국치·勿忘國恥)'라고 새겨진 대형 종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중국은 매년 9월 18일을 국치일로 스스로 부르며 기념행사를 한다.

일명 '옥새 투쟁'... 극심한 내부 정쟁

G2 중국도 이러하건대, 강대국의 틈새에 끼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5일 제1회 서해수호의 날에 일명 '옥새 투쟁'이라 불리는 극심한 여당 내부 정쟁으로 여당대표는 물론 여당원내대표도 불참한 사건, 그것이 한국의 민낯이다.
덧붙이는 글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옥새 투쟁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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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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