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새정치 약속'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새정치 약속' 발표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권우성
그가 여야를 넘어 중책을 맡게 된 배경에는 소위 '경제민주화' 논리가 있다. 1960년대 자본주의 발전 이래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로 일관해온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는 대단히 중요한 안티테제다. 실제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매각을 추진하고 재벌의 업종전문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벌써 25년 이상이 흘렀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 양극화는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고, 세계경제 또한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넘어 기업과 가계,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노동의 문제까지 포괄하는 복지국가 문제가 전면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집권을 하겠다는 제1야당이 진보 개혁 성향의 복지와 노동 전문가들을 제쳐두고 25년 전의 인물을 다시 소환한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일 수밖에 없다.
# 비극 2김종인 대표는 단순한 구시대 인물일 뿐만 아니라 보수 여당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왔다. 그의 주변 인물들은 진보 개혁 성향의 야권보다는 보수 여당에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의 경제민주화 논리 역시 기존체제 유지를 기본으로 재벌의 곁가지를 치는 보수 성향을 띠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3김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이래 가장 강력한 절대 권력을 넘겨준 것은 이미 야당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다. 실제 야당의 대표가 된 그는 조중동과 비주류의 논리에 편승해 소위 '친노친노무현·운동권'을 치고, 그 자리를 여당 성향 인사들로 채워버렸다. 제1야당이 급속히 여당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영입했고 일부 개혁 성향 인사들이 살아남았다는 이유, 선거가 임박해 다툴 시간이 없다는 논리, 무조건 여당을 이기면 된다는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까지 겹치며 제대로 반박조차 못하는 것이 현 제1야당의 실정이다.
문재인 대표 시절 그토록 시끄럽던 비주류는 뒤에서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다. 이런 식이면 20대 국회는 여야 간의 구도가 아니라 진박 대 비박 간의 구도가 되고, 진보 개혁적 정치세력은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점이 또 하나의 비극이다.
'노무현을 넘어선 노무현'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반발감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노 대통령이 해방 이후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자신들의 지위에 도전했던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은 물론 사후까지 온갖 모욕을 일삼으며 줄기차게 공격했고, '친노'라는 낙인을 찍어 그 후예들의 집권을 철저히 막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의 후예를 자처하는 자들은 이념적 모호성으로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끊임없이 잠식하고 있다. 그 결과 이대로는 노무현이 다시 살아 돌아와도 쉽지 않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는 세력에게 포로가 되는 건 한 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넘어선 노무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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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여당에 포획된 제1야당, 김종인이 그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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