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덕에 '미역국'을 마시다

[주장] 온라인 기사와 종이책... 대립적인 관계도 아닌데

등록 2016.04.06 11:10수정 2016.04.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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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프로젝트 자신의 글을 종이책으로 만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공모전이다. ⓒ 곽동운


[기사 보강 : 4월 15일 오후 5시 25분]


'브런치'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카카오에서 만든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글쓰기가 편할뿐더러, 작가와 독자들 간의 거리를 확 줄여주었다는 것이 장점인 플랫폼이죠.

브런치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브런치북 프로젝트>라는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자신이 쓴 글이 종이책으로 발간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수많은 지원자들이 공모전에 노크를 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 지원자들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글빨'을 발휘하며 지원을 했지요. 그런데 유의사항을 체크해보니 기운이 빠지더군요.

"전자책도 아니고 종이책인데... 왜 이런 조항이?"

유의사항 다섯 번째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역사 트레킹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해당 글들은 전부 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들이었습니다. 그 기사들은 브런치뿐만 아니라 제 다음 블로그나 네이버 블로그에도 옮겨 놓았답니다. 조금이라도 제 글이 파급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그렇게 한 것이죠.


그런데 저만 이렇게 여기저기 온라인 매체에 옮기기를 할까요? 저한테만 무슨 저장 강박증(?)이 있어서 여기 저기 블로그에 자신의 글들을 심어 놓는 걸까요? 글 꽤나 쓴다는 분들은 자신만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혹은 페이스북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 블로그나 페이스북에는 브런치에 담긴 글과 동일한 글들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김칫국 마시는' 가정을 한 번 해보죠. 저처럼 <오마이뉴스>나 혹은 다른 온라인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운이 좋았는지 그 사람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됩니다. 이제 자신의 글을 종이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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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프로젝트 밑줄 친 유의사항 덕택(?)에 필자는 접수와 동시에 떨어졌다. ⓒ 곽동운


'다른 웹/앱 서비스에 중복 게재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 때문입니다. 수상자는 부랴부랴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을 일일이 삭제, 혹은 숨김으로 돌려놓겠죠. 그런데 온라인 기사는 어떻게 할까요.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서 기사 삭제 요청을 해야 하는 건가요?
                                                  
'다른 웹/앱 서비스에 중복 게재할 수 없습니다'라는 유의사항은 상당히 퇴행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역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신문에 연재된 글들이 종이책으로 많이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이 발행됐다고 해당 연재기사가 삭제가 되나요? 그런 경우 본 적이 있습니까?

블로그 포스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에 작성된 글이 종이책으로 나왔다고 해도 지면화된 해당 포스팅이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웹/앱 서비스에 중복 게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유의사항이 존재하는 한, 저 같은 경우는 수 백 편의 글을 작성한다고 해도 '미역국'만 마시게 됩니다. 공모전 진입이 원천봉쇄가 된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만 미역국을 마실까요? 저 말고도 브런치북 공모전에는 온라인 기사를 모아놓은 응모작들이 간간이 눈에 띄더군요.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도 보였습니다. 참고로 공모전의 응모작들은 누구나 다 볼 수 있게 공개돼 있습니다. 그런 분들도 단서조항에 발목이 잡히는 걸까요? 아무리 양질의 글을 수 백 편을 쓴다고 해도 공모전 근처에도 못 가보는 건가요?

브런치의 한 이용자는 브런치에 중복게재에 대한 문의를 넣었습니다. 브런치팀은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중복게재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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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올라온 중복게재에 대한 문의 그리고 브런치팀의 답변. ⓒ 브런치 갈무리


또한 브런치팀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통 공모전의 경우 주최 측에서 수상작의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브런치의 경우 창작자의 저작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타 공모전에 비해 저작권 확보를 최소한으로 설계했다"라면서 "브런치 공모전 수상작의 경우 출간 후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로 출판이 진행되는데, 타 온라인 사이트에 수상작의 글이 게재되어 있다면 브런치 공모전 콘텐츠라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창작자에게는 출판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브런치 유저에게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상호보완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 설계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제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미역국'을 마셨다'고, 그것 때문에 투정을 부리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왜 종이책과 온라인 기사를 대립적인 관계로 묶어두는 공모전을 실시하는지가, 그저 의아해서 이 글을 쓰는 겁니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 실시하는 공모전이었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카카오가 무슨 회사입니까? 최첨단 온라인, 모바일 기업이 아닌가요?
                                                                  
지난 3월 31일이 브런치북 프로젝트 마감일이었습니다. 이 글은 일부러 공모전 마감일 이후에 작성했습니다. 이번까지는 그냥 지켜보자는 의미로 마감일 이후에 행동(?)을 취한 것이죠.

계속해서 미역국을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브런치 프로젝트 공모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여러 번 물을 먹었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또다시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출마자들처럼! 저도 그런 굳은 심정을 가지고 공모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또 누가 아나요? 그 단서조항이 사라져서 저도 수상을 할지! 그때는 미역국 말고, 김칫국도 마시고 떡도 좀 먹고 그러고 싶네요.
덧붙이는 글 http://blog.daum.net/artpunk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브런치 #브런치북프로젝트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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