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식민지 독립선언> 표지.
개마고원
지방 이슈와 정치의 실종은 '풀뿌리'가 배제된 한국 민주주의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지방이 중앙 정치의 식민지가 되었다는 건 지방 엘리트가 지방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더 챙길 수밖에 없다는 걸 시사한다.
중앙 정치 대리전에 올인하는 지방 엘리트의 머릿속에 지방보다는 중앙이 더 큰 자리를 점하고 있으리라는 건 뻔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중앙정부는 바로 그 점을 파고들어 천연덕스럽게 '지방분권 사기극'을 저지르고 있으니, 도대체 누굴 더 탓해야 하는가?"(<지방 식민지 독립 선언>, 45쪽)라고 개탄했다.
오랫동안 지역주의 청산을 학문적 과제로 삼고 연구해 온 저자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서울과 지방간 구조화 된 격차와 차별을 '내부식민지체제'라고 정의한다. '내부식민지체제'란 서울을 중심으로 국가의 모든 기능이 초집중화된 시스템 속에서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로 밖에 허락되지 않는 체제를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지역균형발전'의 다른 표현은 '서울패권주의' 타파다. 서울로의 초집중화 현상과 이로 인한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전반의 기형적 구조에 대한 개혁이 없고서야 정치권의 '지역균형발전' 구호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집중화 현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집중화로 인해 죽어가는 지방의 비용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전작인 <지방은 식민지다>에서 저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2002년 현재 서울은 한국의 중앙행정 기능의 100%, 경제 기능의 76.1%, 정보 기능의 93.6%, 국제 기능의 92.7%를 보유했다. 수도권의 국토면적은 12%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47%가 거주하고 있고, 100대 기업체 중 95개, 공공기관의 90%가 몰려있고, 금융기관 대출의 64%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중략)...서울의 극심한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국고 손실만 해도 연간 13조~14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런 비용은 아예 고려되지도 않는다.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서야 할까? 시민운동단체들이 문제 삼아야 한다.' (<지방은 식민지다>, 78~80쪽)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 국민들의 사회적 관계망 가입 비율은 동창회가 50.4%로 가장 높고, 종교 단체 24.7%, 종친회 22.0%, 향우회 16.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공익성 짙은 단체들의 가입률은 2%대에 머물렀다...(중략)...나의 문제의식은 개혁이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위한 모든 시도가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한 보루라 할 동창회, 종교단체, 종친회, 향우회 등과 따로 노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다. 동창회, 종친회, 향우회에 공공적 성격을 가미하는 시도를 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진보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존 '모드'를 한번 바꿔보자는 것이다. 나는 그런 확신에 근거해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동창회 활동에 공익적 성격을 가미하자고 주장해왔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회비의 1%라도 떼어내어 공익적 목적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 (<지방은 식민지다>, 292~296쪽)지방정치의 '1당 독재'를 종식시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