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한 뒤 시민들에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이희훈
호남과 광주를 향한 그의 심경은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광주시민 여러분, 뵙고 싶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글에서 그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호남에 고립감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한 자신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참신하고 유능한 일꾼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더민주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민심을 왜곡해서 호남을 고립시키려는 분열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국민의당에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남홀대'와 '호남차별'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은 절대로 호남을 홀대한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호남홀대론'이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을 이간질시켜, 호남을 고립시키려는 특정세력의 거짓말이라며 이에 휘둘리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정계은퇴'와 '대선불출마'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며 호남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더민주가 호남지역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정치에서 손을 놓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한 문 전 대표의 고뇌와 고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더민주가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는 선전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호남의 지지와 성원이 보태진다면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 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발언은 그가 호남을 고립과 분열, 대립과 대결의 장이 아닌 화합과 통합을 위한 교두보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의 인식은 호남과 바깥의 민주화 세력이 다시 손을 맞잡을 때 세번째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부분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호남정치의 진정한 의미가 그의 표현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의 호남행을 앞두고 뒷말이 무성했던 것처럼 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한 가지는 그가 호남지역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남에 대한 애정과 각별함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그의 진심이 통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정치는 여백의 예술이 아니던가. 그 여백이 어떻게 채워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사위는 이제 던져졌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과 정치적 결단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호남과 광주시민들의 선택에 달려있을 뿐이다. 문 전 대표의 결단에 그들이 어떻게 화답하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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