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쿤츠의 작품들오래전 고려원에서 출간되었다.
김준희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난 딘 쿤츠는 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중독에서 빠져나오게 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딘 쿤츠는 어린 시절에 술에 취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쿤츠는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에 처박혀서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작가의 꿈을 키워갔을 것이다. 그리고 1968년 첫 장편 <Star Quest>(국내 미출간)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작가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을지 모른다. 유년기의 어떤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법이니까.
쿤츠가 발표한 작품들에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용의 눈물>에는 3살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구호기관과 양부모의 집을 전전하며 성장한 여형사가 나오고, <미드나이트>에는 7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폭력을 견뎌온 FBI요원이 등장한다.
<어둠 속의 속삭임>의 살인범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어머니에게, '너의 아버지는 괴물이고 너에게는 그 괴물의 자손이라는 증표가 있다'라는 말을 수만 번 들어왔다. 딘 쿤츠는 이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투영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들의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인물들의 과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쿤츠는 작품 속에서 다소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만들어낸다. 멀쩡한 인간에게 약물을 주사해서 퇴화된 짐승으로 만들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살인병기로 사용할 인간을 복제해 낸다.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폭력과 죽음의 신이 되려고 하는 인물도 나온다.
이런 존재들은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단조롭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오던 사람들은 악몽과 마주하게 된다. 조용하던 일상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은 파괴된다. 집과 자동차, 가족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까지도.
쿤츠의 작품들에는 이렇게 악몽과 마주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승리를 거두더라도, 그 과정에서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어쩌면 사람들도 이런 것을 두려워하면서 살지 않을까? 꼭 괴물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유로 인해서 자신의 일상이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는 것. 이거야말로 진정한 공포다.
죽은 사람을 보는 20세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