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유채꽃 예쁜 이곳에서 '학살'이 있었다

부산 화명동 대천천 이야기를 아시나요

등록 2016.04.24 14:42수정 2016.04.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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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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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화명동 대천천입니다. 2014년 8월 폭우로 큰 물난리가 났습니다. 천이 범람한 것입니다.


밤람 후 기적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상류에는 큰 바위들을 타고 물이 흘렀습니다. 하류에는 모래톱이 생겼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그 모래를 가지고 한참이나 놀고 가곤 하였습니다. 반도(대나무 작대기 두개 사이에 그물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다)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얼마 후 풀들은 자랐습니다. 대천천가을 감싸고 있던 콘트리트로 타설된 옹벽이 사라지고 굽이굽이 물이 흐르는 자연하천으로 살아났습니다.

복구사업이 시작되면서 대천천 입장에서는 재앙을 맞습니다. 1년 내내 굴삭기가 대천천 바닥을 준설했고, 모래톱은 깨끗이 치워졌습니다. 산책로를 넓히고, 쓰러진 나무를 몽땅 베어냈습니다. 시멘트가루를 뒤집어 쓴 물고기들은 죽어 물위에 둥둥 떠 다니고 있었습니다. 노랑발쇠백로는 갈곳을 잃었습니다. 새들이 상류와 하류를 오갈뿐 내려앉지 않았습니다.

물놀이 하던 아이들도 사라졌습니다. 대천천을 일자로 만들었습니다(그마나 남아있던 곡선으로 흘러가던 물길을 대천천 가장자리를 콘크리트로 타설하여 더더욱 일자로 만들더군요). 그렇게 기적같았던 너무나 짧았던 자연하천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멋드러지게 새로 단장한 산책로와 유채꽃밭이 생겼습니다. 운동기구도 새것으로 바뀌었고, 직선으로 뻗은 물길 덕분에 재빨리 물이 흘러갑니다. 사람들은 "물의 양이 왜 이래 줄었노?"라며 의아해 합니다.

물은 굽이굽이 흘러야 합니다. 큰 돌을 만나면 감싸며 흐르고 웅덩이를 만나며 채우고 흘러가야 합니다. 습지도 생기고 깊은 웅덩이와 있으며 모래톱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생물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 단장된 대천천을 좋아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천천에서 4대강 사업과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걸 모릅니다. 대천천에게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릅니다. 새들에게 곤충들에게 물고기들에게 우리가 한 짓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학살'을 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조성된 모습을 보며 기뻐합니다.

잔인한 4월 대천천 유채꽃밭에 벌과 나비가 가득합니다. 산책로를 따라 사람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의 아이들은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물난리가 나기전 사진입니다. 아이들이 잡은 물고기를 다시 대천천으로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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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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