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조 아물쇠딱다구리, 큰일 날 뻔 했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대전 월평공원... 베어진 아물쇠딱다구리의 둥지

등록 2016.05.02 16:52수정 2016.05.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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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이다. 대전에서 희귀조 아물쇠딱다구리의 둥지를 확인했다. 반가운 일이었다. 대전의 도시숲 중에 가장울창한 활엽수림이 있기에 가능했다(관련 기사 : 희귀조 '아물쇠딱다구리' 대전 번식 최초 확인).


올해 3월 20일께, 지난해 번식했던 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서 아물쇠딱다구리를 확인했다. 올해도 번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확인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해 번식을 확인했던 곳을 지난 1일 찾아가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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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공원에서 3월에 확인한 아물쇠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 이경호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아물쇠딱다구리가 번식했던 나무는 잘려지고 없었다. 작은 습지에 자란 버드나무를 고향집으로 삼았던 아물쇠딱다구리가 고향을 잃어버린 셈이다. 잘려진 버드나무 옆에는 세 그루가 나란히 자라고 있었다. 나란히 자라는 세 나무 중 아물쇠딱다구리는 가운데에 있는 나무를 선택해 번식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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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물쇠딱다구리가 번식했던 나무 세나무중 가운데 나무에 번식했다. ⓒ 이경호


아마 세 나무가 좁은 지역에서 경쟁하는 것을 조정하기 위해 베어버린 것으로 생각된다. 둥지가 있었던 주변에는 다른 나무들도 벌목돼 있었다. 지난해 번식했던 잘려진 버드나무는 작은 습지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이후에 나무는 잘려진 것이다. 혹시 좀 더 빠르게 계획을 세워 벌목을 진행했다면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지난해 아물쇠딱다구리는 무사히 번식했다. 번식에 실패하는 사고가 없어 안도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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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둥이 잘려나간 나무 아물쇠딱다구리가 번식했던 나무가 잘려나간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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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진 버드나무 버드나무 밑둥이 잘려나가 있다. ⓒ 이경호


하지만, 아쉬운 일이다. 혹시 같은 나무에 다시 번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딱따구리는 둥지를 매년 새로 짓지만, 같은 나무에 둥지를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러 개의 구멍이 천적들을 혼란시켜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아물쇠딱다구리의 이야기가 사라진 것이다. 번식에 성공한 월평공원 갑천구역은 대전에서 가장 많은 생태교육이 이용되는 곳이다. 아물쇠딱다구리 같은 희귀조는 주요한 생태교육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벌목으로 아물쇠딱다구리의 이야기는 빛을 잃었다.

하천관리사업소에서는 2014~2015년 하천의 수리개선을 위해 벌목을 진행했다. 아마 이 과정에서 베어진 것으로 생각된다(참고 기사 : 한쪽에선 나무 베고, 한쪽에선 심고... '이상한' 행정). 벌목하는 과정에서 아물쇠딱다구리의 둥지였던 것을 확인하지 못한 채 벌목을 진행한 것이다. 벌목으로 올해 같은 나무에 찾아와 새로 둥지를 만들 가능성은 0%가 됐다.

하천의 나무나 숲은 이렇게 생물들의 서식처가 될 수 있다. 벌목은 서식처의 직접적인 위협요인이기 때문에 하천의 벌목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벌목은 고민 없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필요성에 대한 세심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튼 아물쇠딱다구리 둥지가 있었던 나무는 이제 다시 확인할 수 없다. 베어진 나무는 작은 습지에 둥둥 떠 있었다. 굳이 나무를 베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서로 경쟁하며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조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하천의 벌목에 좀 더 신중하기를 바라본다.
#월평공원 #아물쇠딱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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