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애들을 지켜야" 읽다보니 울컥

[오늘날의 책읽기] 가족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록 2016.05.11 20:56수정 2016.05.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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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요시다 아키미의 <여전히 끝나지 않은> 만화가 원작이다(1권이 2007년에 발간되었으니, 벌써 9년째 연재중이다). 얼마간 새 책 소식이 없더니, 얼마 전에 일곱 번째 새 책이 나왔다. 벌써 십년 째 중학생이던 막내는 고등학교 진학때문에 고민에 빠져있고, 등장하는 네 자매는 모두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참으로 느릿하게 지나가는 바닷가 마을의 따뜻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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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7권 ⓒ 애니북스

영화나 책을 통해 이미 만나신 분들도 많겠지만, 가마쿠라의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네 자매의 일상이 이야기의 전부이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픔을 겪고 살아가던 세명의 자매는 뜻밖에 마주친 이복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에겐 부모님은 없지만 주변의 이웃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마을 안에서 그들과 관계맺는 모든 이들은 넓은 의미의 가족으로 삶에 얽혀 있다. 네 명의 자매는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절대로 '결핍'되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사회의 결핍을 '공동체'가 채워나갈 수 있는 것일까,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만 할머니하고 약속해줄래?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는 누구든 어른한테 다 얘기하겠다고. 사치한테든 요시노나 치카한테든. 물론 나한테 해도 되고. 우리 말고도 믿을 만한 어른이 있거든 그 사람한테 해도 된다. 어려워할 것 없다. 어른은 애들을 지켜야 하는 거란다.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누가 됐든 줄곧 그렇게 해왔어.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됐을 때 네 자식이든 다른 사람의 자식이든 똑같이 지켜주면 되는 거야. 그런 거란다. 알겠니?"
"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어 가족들과 마을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막내 스즈에게 이웃에 살고 있는 이모할머니의 조언인데, 읽다보니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좁은 의미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그 사회의 모든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아야만 한다.

그렇게 보호받고 건강하게 자라난 어린이들은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어린이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아, 우리는 이렇게 당연한 '사회의 의무'를 누구에게 미뤄둔 채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던 것일까? 얼마전 보았던 <스포트라이트>에서 만난 왕따 변호사의 외침이 떠올랐다.

'아이를 낳는 것은 부모의 결정이었지만, 그들을 키우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다.'


5월은 가족의 달이다. 벌써,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정의하는 '가족'의 의미가 너무 좁게 해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오로지 '부모'만의 역할이라고 주장하면서,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 놓은 채, 그들이 당신들의 젊은 날에 비해 부정적이라며 비난할 수 있는가?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인터넷과 각종 기술적인 발전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에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가족은 육아와 교육, 늙으신 부모님의 노후까지 돌봐야 한다.

사회는 이 나라의 노동 생산성을 걱정하며 '아이를 낳아라'고 외쳐대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만나는 동료들은 너나없이 '아이키우기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아이가 아프면 회사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이가 둘이라도 되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다 소환해야 한다.

정부는 '출산 장려금을 주었다'라거나 '보육비용을 지원한다'고 광고하지만, 엄마인 동료들은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을 끝내지 못한다. 게다가 아이 하나를 성인으로 키울 때까지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된다. 과연, '걱정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세상인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마을을 떠나는 것이 걱정이었던 스즈는 결국 자신의 꿈을 선택하여 용기를 낸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선 '아이들의 꿈을 지지하는 제대로 된 어른'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만 같아서 부러웠다. 분명히, 우리의 세상에도 이런 좋은 어른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주었던 역사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웃은 질투와 경쟁의 대상이 되더니, 이제는 공포의 대상으로 변질된 것만 같다. 과연 아이들은 고민을 들어줄 수 없는 어른들 없이도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고민을 들어줄 스승도, 돌봄을 나눌 이웃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동료들도 필요하다. 가족은 큰 힘이 되지만, 모든 것을 풀어낼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5월은 가족의 달이다.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책임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이, 서로 '사랑'만을 이야기해도 부족한 이들에게 상처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마쿠라의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가족들은 '결핍'되어 있기는 하지만, 서로에게 사랑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의 여유가, 따스한 마음이 너무도 부러운 5월이다.
덧붙이는 글 <바닷마을 다이어리> 요시다 아키미 지음/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그날의 파란 하늘 : 바닷마을 다이어리 7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2016


#오늘날의 책읽기 #바닷마을 다이어리 #가족의 의미 #아이들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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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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