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거스른 아이폰SE, 쓸 만한 '한손폰'의 귀환

[오마이뷰] 대화면 전성시대, 4인치 스마트폰이 아직 필요한 까닭

등록 2016.05.15 21:28수정 2016.05.1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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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10일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를 국내에 출시했다. 왼쪽부터 4인치 아이폰SE, 4.7인치 아이폰6S, 5.5인치 아이폰6S+. ⓒ 김시연


바야흐로 대화면 스마트폰 전성시대다. 지난 2011년 삼성 갤럭시노트 등장 이후 구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는 5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이 평정했고, 애플도 지난 2014년 4.7인치와 5.5인치 아이폰6·6+를 선보이면서 4인치 시대를 마감하는 듯했다.

그런 애플이 지난 3월 보급형으로 4인치 아이폰SE(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그런데 국내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과연 우리나라에 4인치 스마트폰이 설 자리가 남아 있는 것일까?

아이폰SE 반응 '시큰둥'? '쓸 만한 4인치'만 기다린 사람들

"한손에 잡히는 안락하고 편안함이 좋군요."

최근 5.5인치 아이폰6S+(플러스)에서 4인치 아이폰SE로 갈아탄 한 이용자가 남긴 소감이다. '클리앙'을 비롯한 IT 이용자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다시 아이폰SE로 바꿨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이폰6S보다 가격이 싼 탓도 있지만 과거 '한손폰'을 향한 그리움도 한몫했다.

아이폰SE가 국내 출시된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애플 전문 매장을 찾았다. 지난해 아이폰6S 출시 때와 같은 줄서기 풍경이나 품절 사태는 없었다. 지난 2012년부터 4년 넘게 아이폰4S를 써온 옆지기에게 선물할 '로즈골드 64GB' 모델 재고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64GB 모델은 73만 원으로 '보급형'이란 말이 무색했다. 통신사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언락폰' 기준으로 아이폰6S(106만 원)나 아이폰6(92만 원) 동급 모델보다 20만~30만 원 정도 쌌지만, 출고가가 83만 원대로 떨어진 삼성 갤럭시S7이나 LG G5 같은 프리미엄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불과 10만 원 차이였다.


그나마 16GB 모델은 59만 원으로, 5.5인치 중저가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A7'과 비슷했지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16GB로는 기존 풀HD(1080p)보다 용량이 2~3배 많은 4K 영상도 촬영할 수 있는 아이폰SE의 1200만 화소급 카메라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800만 화소에서 2MB(메가바이트) 정도이던 사진 용량도 3MB로 1.5배 정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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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SE '한손폰'의 귀환- 애플 아이폰5S에 아이폰6S 심장을 이식하다 ⓒ 김시연


아이폰SE 겉모습은 3년 전 아이폰5S 그대로지만 내부 성능은 2년을 건너뛰었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9)와 움직임을 잡는 '모션 보조 프로세서'(M9)가 아이폰6S와 동급이고 기본메모리(RAM)도 1GB에서 2GB로 늘었다. 덕분에 아이폰5S에 비해 CPU(중앙처리장치) 속도는 2배, GPU(그래픽처리장치) 속도는 3배 향상됐다고 한다. 

후면 카메라도 800만 화소에서 1200만 화소로 향상돼 4K급 동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고, 사진 촬영 전후 움직임과 소리를 담는 '라이브 포토' 기능도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전면 카메라는 500만 화소가 아닌 120만 화소에서 멈췄고, 라이브 배경화면 기능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프로세서나 카메라 성능 향상은 직접 두 제품을 함께 써보거나 사진을 대조해 보지 않는 이상 실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작 이용자 눈에 띄는 기능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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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화소 아이폰6(위)와 1200만 화소 아이폰SE로 촬영한 사진 비교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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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화소 아이폰6(위)와 1200만 화소 아이폰SE 촬영 사진. 꽃술 부분 확대. ⓒ 김시연


우선 4인치 레티나 액정화면 해상도(1136×640)는 아이폰5S 그대로고 터치화면을 누르는 압력을 인식하는 아이폰6S의 '3D 터치' 기능도 적용하지 않았다. 터치아이디도 지문 인식 속도가 한층 빨라진 2세대가 아닌 1세대에 머물렀고, LTE보다 속도가 3배 빠르다는 이동통신사의 LTE-A(어드밴스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그나마 아이폰5S에서 쓸 수 없었던 'VoLTE'(데이터망을 이용한 음성통화)를 이용하면 음성통화 품질이 향상되고, 배터리 용량도 조금 늘어 최대 인터넷(LTE) 사용시간이 13시간으로 아이폰6S(최대 10시간)보다 많다.

결국 아이폰SE는 아이폰5S나 아이폰6에 비해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지만 아이폰6S보다는 못한 어쩔 수 없는 '보급형'인 셈이다.

하지만 아이폰SE의 작은 크기는 단점이면서 장점이기도 하다. 6인치에 육박하는 요즘 대화면 스마트폰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게 느껴지지만, 아이폰5S 이전 모델 이용자들에겐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엄지손가락 하나로 모든 화면 조작이 가능한 '한손폰'의 매력과 와이셔츠 호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와 무게(113g, 아이폰6S는 143g) 때문에 일부러 아이폰SE로 돌아오는 대화면폰 이용자들이 있을 정도다.

"4인치 아이폰 이용자 2억 명"... '갤럭시SE'도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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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6S(위)와 아이폰SE ⓒ 김시연


애플로서도 아이폰SE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보급형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100만 원을 넘나드는 프리미엄급만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단말기 교체 주기가 임박한 아이폰5S 이전 제품 사용자들을 계속 묶어두는 효과도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SE 출시 직후인 지난 3월 "기존 애플 4인치 모델 사용자 2억 명이 잠재 구매자"라면서 "연간 1000만~1500만 대 정도 팔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인치 이상 대화면 판매 비중이 갈수록 느는 추세지만 4인치 이하 스마트폰 판매량도 여전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레코드닷넷>은 지난 3월 Strategy Analytic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5.8%인 4인치 이하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올해 12.5% 수준으로 줄어드는 대신 4~4.99인치는 47%에서 47.7%로, 5~5.9인치는 35.8%에서 37.7%로 각각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여기에는 삼성, LG, 화웨이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4인치 이하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주로 5인치대 대화면 신제품만 내놓기 때문이다.  

대화면 선호도가 유독 강한 우리나라에선 4인치 이하 스마트폰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당장 아이폰SE도 시중에서 케이스나 액정 보호 필름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아이폰5나 아이폰5S 케이스와 액세서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마저 스마트폰 매장에서 거의 철수한 상태였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휴대폰이라면 꼭 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TV와 PC를, 게임기와 내비게이션을, 신문과 책을 대체하는 시대에 일단 큰 화면을 맛본 이용자를 되돌리긴 쉽지 않다. 더구나 여기는 '안드로이드 천국', '대화면폰 강국' 대한민국이 아닌가. 4인치 스마트폰의 부활은 반갑지만, 대세를 거스르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모두가 값비싼 대화면 스마트폰만 쓸 필요는 없다. 똑같은 기능을 갖추고도 가격이 더 싸다면 4인치라도 구입할 수요자는 아직 얼마든지 남아있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삼성전자에서도 아이폰SE에 맞설 4인치대 '갤럭시SE(스페셜 에디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폰SE #애플 #아이폰 #안드로이드 #4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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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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