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 쾌거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연합뉴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채식주의자> 중
처음 한강을 만났던 때는 내 인생에서 다소 특이한 때였다. 나는 군대에 있던 시절, 한강을 처음 만났다. 물론 군대에서의 시간이 항상 부정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게 그 시절을 한 단어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내가 고를 단어는 '폭력'이다.
내게 군대는 폭력으로 가득한 공간이며, 오히려 그 폭력이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곳이었다. 누군가에게 손쉽게 상처를 주는 것이 계급으로 정당화되는 곳.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효율과 기강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던 곳.
물론 그것이 개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내가 이야기하는 폭력성이란 군대 조직 문화에 내재한 것이었다. 어쩌면 누군가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 사항 같은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고통받던 개인은 계급이 오르면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를 권력을 가지게 되고, 그 힘을 휘둘러 조직을 유지하도록 요구받는 식이었으니까.
군대에서는 권력을 가지고도 오히려 그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저항이었다. 나에게 그런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것은 내가 딱히 윤리적인 인간이기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고통에 예민했던 나는 폭력의 대상이었던 시절 무척이나 힘들었다. 때문에 그러한 폭력이 어떤 식으로든 내 몸을 관통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시절 만났던 책이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다. 그 시절의 나는 글의 초반부터 주인공인 영혜에게 이입했다. 사실 책의 첫 장에서 영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그녀는 브래지어가 불편해 입지 않겠다고 했고, 고기를 거부하고 채식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브래지어를 하고 육식을 하는 것이 정상인 공간에서, 그녀는 손쉽게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다.
물론 소설 속 영혜의 채식이 내가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고기 먹지 않음'의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그녀의 채식에는 그녀가 어린 시절 겪었던 강렬한 폭력의 경험이 엮여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사고로 큰 개에게 물렸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 개가 죽을 때까지 오토바이에 매여 걷게 하는 식으로 응징한다. 그리고 그 개를 그녀에게 먹인다. 말하자면 내게 영혜의 채식이란 그 개의 고통과 저질러진 폭력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같은 은유는 영혜에게 그녀의 엄마가 건네는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네 꼴을 봐라, 네가 고기를 안 먹으면 세상 사람들이 널 죄다 잡아먹는 거다. 거울 좀 봐라, 네 얼굴이 어떤가 보란 말이다."
다른 방식의 저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