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이라는 이름으로 더 빛나는 칭다오의 공원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18 ] <루쉰(魯迅) 조각상>

등록 2016.06.02 10:50수정 2016.06.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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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신 ⓒ 이상옥


고개를 들고
눈은 감은
하늘과 땅 사이 경계인
-이상옥의 디카시 <루쉰(魯迅) 조각상>


지난 일요일 인천공항에서 청도(칭다오)를 경유 정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8시 20분(한국시간) 출발 청도 류팅공항에는 오전 8시 50분(중국시간)에 도착했는데, 정주 신정공항 가는 비행기가 오후 7시 30분이라 청도를 돌아볼 시간이 제법 넉넉했다.

청도의 루쉰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서, 다시 시내버스로 30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요즘 거주하는 중국 정주는 산도 바다도 보기 힘든 곳인데, 청도는 무엇보다 바다가 마치 한국의 한려수도처럼 아름다웠다.

해안가에 붉은 암석이 기기묘묘하다. ⓒ 이상옥


루쉰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기에 충분했다. 루쉰공원은 1929년에 만들어졌는데, 개장 당시에는 루쉰공원이 아니었다. 그런데 루쉰이 생전에 방문한 것을 기념해서 1950년에 공원 이름을 '루쉰공원(鲁迅公园)'으로 바꿨다.

루쉰이 생전에 방문한 것을 기념해서 1950년에 공원 이름을 '루쉰공원(?迅公?)으로 개칭 ⓒ 이상옥


루쉰은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의 하나이다. 북경에도 루쉰박물관이 있고, 상해에도 루쉰공원과 기념관이 있을 만큼 루쉰의 위상은 중국에서 대단하다. 루쉰공원에 있는 루쉰조각상은 루쉰 서거 50주년 기념으로 각 시(市)의 청년들이 금액을 모아 세웠다고 한다.

중국인민을 위해 의학을 포기하고 문학을 선택


마오쩌뚱도 "루쉰은 중국문화의 기수다. 그는 위대한 문학가였을 뿐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다."라고 평가할 만큼 그의 문학은 중국인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이다. 루쉰이 중국인민을 위해 의학을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역시 의학을 포기하고 문학을 선택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루쉰은 1918년 처음 루쉰이라는 필명으로 중국 근대문학사상 최초의 중국의 구어체로 씌어진 <광인일기(狂人日記)>를 <신청년(新靑年)>에 발표하며 등단하여 1921년 중편소설 <아Q정전>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루쉰은 우리에게 '아Q정전'의 작가로 각인되고 있다.


<아Q 정전>이 수록돼 있는 루쉰의 첫 번째 작품집 《외침(?喊》 ⓒ 이상옥


루쉰공원은 바다가 너무 아름답고, 공기 또한 맑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루쉰이라는 중국 대문호의 이름으로 된 공원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실상, 루쉰공원의 경관이 아름답기는 해도 그 정도의 해안은 한국의  통영이나 고성의 해안에서도 능히 볼 수 있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해안에 루쉰이라는 이름이 덧붙여짐으로써 그 공원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루쉰공원을 둘러보면서도 역시, 한국에서의 작가에 대한 평가는 너무 근시안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덧붙이는 글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루쉰 #魯迅 #칭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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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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