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를 다닌, 다니고 있는 네 명이 모였다. 맨 오른쪽부터 필자, K씨, E씨, Y씨.
박장식
- 구의역 사고 피해자가 특성화고 출신이었다. 실제 특성화고를 출신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떤가.Y: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청년의 월급이 140만 원 정도라고 한다. 특성화고를 다니는 입장에선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이고, 정말 회사 잘 간 것이다. 난 산업기능요원 복무 끝날 때까지 세전 100만 원을 받는다. 세금 떼면 88만 원 세대보다 못하다. 나였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밥을 못 챙겨먹더라도 그 친구처럼 그 회사를 갔을 것이다.
E: 사람들이 특성화고를 추천하면서 하는 말이 있다. 대졸자도 가기 힘든 기업을 특성화고 학생이 대졸자에 비해 쉽게 갈 수 있다고 한다. 난 이 말에서 반박하고 싶다. 대졸자도 가기 어려운 기업인데 특성화고 졸업자가 가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겠는가.
K: 대기업의 경우에는 특성화고 졸업해 취업한 사람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 있는데, 군대를 다녀오라고 한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면 재계약을 안 한다. 복직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다행히도 들어갈 수 있는 비율이 있는데, 많아야 20%다. 아는 형은 중소기업 사원이 되어 군대를 다녀왔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질 않나, 회사가 나몰래 이사를 가고 번호도 바뀌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E: 학교에 취업의뢰서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바에야 차라리 알바를 주 5일로 8시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말 고졸취업자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다.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환경미화원이 되지 말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사회의 인식이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에 취업할 사람들은 우리 입장에서 정말 잘나가는 '정규직 공무원'으로 보인다.
- 특성화고는 4대보험만 적용이 되면 취업으로 인정한다. 취업의 질을 안 보고 양만 따진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Y: 취업이 잘 된다, 뭐 이런 말들이 있는데, 실상을 파고 보면 과대포장 그 자체다. 같은 학교 다니던 친구는 제약회사 갔다가 지문이 사라져서 퇴사했다. 머그컵도 제대로 못들 정도이다. 보니까 거기에서 일하던 웬만한 사람들이 지문이 사라져 있더라.
K: 취업에도 급이 있다. 대기업 밑은 중견기업, 중견기업 밑은 강소기업, 강소기업 밑은 중소기업, 중소기업 밑에는 소기업, 그 밑은 영세업체다. 그마저도 안 되면 새벽에 남구로역에 모이는 신세다. 그야말로 하나의 피라미드다. 다들 대기업으로, 공기업으로 가려는 이유가 있다. '열정페이'로 조그만 기업에 일하러 갔는데, 숙소도 컨테이너 박스에 대충 차려놓고, 사흘 동안 고생만 하다가 왔다.
Y: (취업하는 대신)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회유를 한다. 요즘에는 일 학습 병행제, 선취업 후진학,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재직자전형(산업체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특성화고 졸업생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입학 전형)도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를 이용해보려고 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이버대학을 나오고, 학점은행을 수료한다고 해서 대학 졸업자와 비슷한 취급을 받을 수도 없고.
K: 재직자전형이 조금 어이없다. 어떤 대학은 야간대가 없어서 일하면 도저히 다닐 수가 없는데, 야간대가 있는 학교도 야근하면 못 간다. 양해해 주는 회사조차도 거의 없다. 사실상 있으나 마나다.
<카트> 보여줬다고 항의... 노동 교육은 전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