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추모알바노조위원장이 추모를 하고 있다.
알바노조
'구의역 사건'을 보고 많은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바노동자들은 매일같이 산업재해를 경험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알바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신청한다면 해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장님들은 산업재해를 극도로 싫어한다. 잠깐만 일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 그것도 산업재해를 신청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산업재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알바, 비정규직 노동자알바노조가 2015년 맥도날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일을 하다가 화상을 입었다.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고기를 굽다가 화상을 입는 것이다.
맥도날드 노동자들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이 작업을 한다. 손끝에 생기는 작은 화상들은 영광의 상처라고 이야기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팔에 큰 화상을 입었던 이가현 조합원은 점장이 건넨 개인 카드로 치료를 받았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던 조합원은 뜨거운 물에 팔이 데여 화상을 입었는데, 산업재해를 이야기했다가 온갖 모욕적인 이야기를 듣고 해고를 당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을 열심히 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들은 산업재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누군가는 다쳤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된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가 발표한 2015년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1810명이고, 재해자수는 9만129명이다. 하루에 5명이 일을 하다가 죽는다. 산업현장이 전쟁터라는 말은 어느 의미에서는 사실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얼마 전에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을 상담하는 활동가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영세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티로폼 분쇄기에 몸이 빨려들어갔지만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산업재해 전문가가 안전장치가 없는 기계 앞에서 일한 심정은 어땠을까? 삼성, LG 핸드폰을 만들던 3차 하청 공장의 젊은 노동자들은 메탄올이 에탄올의 3분의 1가격이라는 이유로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실명했다.
계속해서 산업재해가 벌어지는 이유는 이윤을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 목숨 값이 안전시설투자와 교육,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열차가 안전하게 달리게 하기 위해 죽었지만 열차는 죽어간 사람을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릴 뿐이다.
국가는 누구를 보호하는가? 노동청과 수사기관의 관리감독 역시 문제다. 이번 구의역 사건이 벌어진 업체는 이미 3년 전 성수역 스크린 도어 사건으로 고발을 당한 은성 PSD다. 당시 검·경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수사 결과, 무혐의처리를 받았다.
사업장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예방해야 할 노동청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구의역 사망사건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일하는 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만큼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협소한 이야기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지 쟁취해야 할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현실에 절망한다.
구의역 사건을 보고 누군가는 여유가 있었으면 덜 위험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겠지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위험한 일자리,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다른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등 대형패스트푸드업체에서 일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높은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는 이유로 다른 곳에서는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안 좋은 일자리가 상식이 된 사회에서 노동자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죽음의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조건, 최저임금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