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낙선 후에도 정치 계속하는 이유는..."

은수미 전 의원 천안시청에서 '노동자 콧대 높이기' 특강

등록 2016.06.08 11:54수정 2016.06.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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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천안시청에서  ‘노동콧대 높이기’란 주제로 강연한 은수미 전 의원

천안시청에서 ‘노동콧대 높이기’란 주제로 강연한 은수미 전 의원 ⓒ 지유석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국회의원이 지난 7일 오후 충남 천안시청에서 노동자 및 시민들 앞에서 '노동콧대 높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천안시공무원노동조합은 7일부터 9일까지 노동아카데미 '3인 3색 3가지 이야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은 전 의원의 강연은 첫 번째 순서로 진행됐다.

은 전 의원은 먼저 산업재해로 매년 평균 2000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삼가라고 당부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 해 평균 2000명, 하루 평균 다섯 명의 근로자가 사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산업재해를 은폐하면서 연간 1조 3000억의 이득을 본다.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기업이 삼성이다. 삼성이 벌어들이는 이득은 약 858억이다. 산재를 은폐하는 이유는 자동차 보험처럼 과실이 적으면 보험요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기업은 무재해 업체랑만 하청계약을 한다. 그래서 감추는 게 최고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면 죽을 수 있다."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은 현 박근혜 정부들어 더욱 열악해졌다. 정부가 규제의 빗장을 잇달아 풀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 전 의원의 말이다.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통해 인권, 안전, 환경을 방어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란 규제는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필요한 규제만 살리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희생된 것이 안전, 환경, 인권 관련 규제였다."

은 전 의원은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약자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뤄왔다. 은 전 의원은 '의자놀이'라고 지칭했다.

"아마 시민들도 겪으셨을지 모르겠다. 난 이 상황을 '의자놀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호루라기 불면 의자 두 개를 뺀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는 앉을 자리가 없어진다. 실제로 그렇다. 우리나라는 일자리나 돈이 없지 않다. 국내총생산(GDP)도 꾸준히 성장세다. 문제는 여러분의 돈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계부채 1000조 정도다. 기업들의 사내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즉,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상황인 셈이다. 이렇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의자를 뺀다. 이게 극으로 가니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내 의자 어디 갔냐?'고. 그럼 호루라기를 분 사람은 정규직과 공무원들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청춘들의 고통 앞에 정치와 사회는 뭘 했나?

a  은수미 전 의원은 '게임의 규칙은 투표하는 국민이 만든다'고 역설했다.

은수미 전 의원은 '게임의 규칙은 투표하는 국민이 만든다'고 역설했다. ⓒ 지유석


은 전 의원은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고민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와 사회에 날선 질문을 제기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청년'이란 검색어엔 '실업', '일자리', '고용', '중동', '비정규직', '알바' '자살'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사실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이중 압도적 1위가 '글자수 세기'였다. 즉,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낱말 수가 1위라는 말이다. 나도 청춘이 있었다. 그 시절은 독재정권 시절이었지만, '사랑', '명예', '열정', '도전', '희망' 등이 청춘의 연관어였지 '자살'이나 '알바' 같은 게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절망을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내가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래 세대가 훨씬 더 나아질 거라 믿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뭐가 나아졌나? 정치가 왜 움직이지 않았을까? 이미 청춘을 누렸던 40대, 50대, 60대는 지금 청춘들의 고통 앞에서 무엇을 한 걸까?"

은 전 의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가가 구성원에게 끊임 없이 "너 쓸모 있니?"란 질문을 계속 던졌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행태는 심각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나 일부 단체가 당신에게 쓸모 있느냐고 묻고 차등을 둘 수는 있다. 그러나 헌법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쓸모 있느냐?', '가치 있느냐?'고 묻지 않는 게 헌법이다. (중략) 난 지금 대통령, 정부, 새누리당, 그리고 상당수 정치가가 위헌을 하고 있다고 본다. 재벌기업이 인간에게 감히, 국민에게 감히, 시민에게 감히 '쓸모 있느냐?'는 질문을 하도록 무작정 방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력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나 같은 정치인이 강력히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이 왜 끊임없이 기업으로부터 쓸모 있느냐는 질문을 듣고 하청에 재하청을 당해야 하나? 이런 상황에 분노한다."

은 전 의원은 낙선 후에도 정치를 계속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관해선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정국에서 50%가 넘는 국민들이 인권, 혹은 존엄 같은 가치를 고민하고 있음을 인식했고", 그래서 "현실의 벽을 넘고자 고민하고 도전해야 겠다는 결심이 들어서"라고 했다.

은 전 의원은 특강을 마무리하면서 투표하는 국민의 힘을 강조했다.

"게임의 규칙은 우리가 만든다. 그게 헌법의 정신이다. 기업이 만드는 게 아니다. 투표하는 우리가 만든다."
#은수미 #천안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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