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이어 금호강에도 큰빗이끼벌레 출현

[제언] 쓸모없는 수중보 철거해 자연하천으로 되돌리자

등록 2016.06.21 11:49수정 2016.06.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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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에 이상한 생물체가 있어요.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큰빗... 뭐라는 생물체 아닌가요?"

인근 지역 주민의 다급한 제보를 받고 나가본 금호강에서 문제의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강바닥과 교각 주변으로 이끼벌레가 수없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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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 콘크리트 지지대 주변으로 쫙 깔린 큰빗이끼벌레들 ⓒ 정수근


2014년부터 4대강사업으로 거의 호수가 된 낙동강에서 보고되던 큰빗이끼벌레가 드디어 낙동강의 지천인 금호강에도 출몰한 것이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금호강 아양교 주변 바윗돌과 다리 기둥, 수초 곳곳에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다.

그렇다면 이 큰빗이끼벌레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한 가지 가능성은, 이끼벌레 작은 포자가 물고기 등 같은 곳에 달라붙어 금호강 쪽으로 올라온 것일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은 낙동강에서 옮겨오지 않고 금호강에서 자생한 것일 수 있다. 수온과 조류와 이끼 등의 증식으로 이끼벌레가 창궐할 만한 조건이 되자, 예전부터 남아있던 이끼벌레가 폭발적으로 증식을 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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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 주변으로 자라고 있는 큰빗이끼벌레 ⓒ 정수근


둘 중의 어느 경우일지라도 보로 인한 강물의 정체가 이들의 폭발적인 증식을 불러온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큰빗이끼벌레는 정체수역의 지표종

그렇다. 큰빗이끼벌레는 흔히 정체수역의 지표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들이 자라는 곳이 물고기의 산란 및 서식처와 겹치기 때문에 물고기의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 한꺼번에 죽으면서 물속 용존산소를 소진하고, 암모니아성 질소를 증가시켜 물고기 폐사 등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큰빗이끼벌레가 금호강에 증식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금호강 또한 물이 흐르지 않는 정체수역의 강이 되었다는 뜻이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 금호강의 물빛이 탁하고, 부유물이 뜨고 역한 냄새까지 올라온다. 심한 날은 거의 시궁창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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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 콘크리트 지지대 주변으로 쫙 깔린 큰빗이끼벌레들 ⓒ 정수근


바로 아양교 1킬로미터 아래 물길을 가로막는 수중보 때문이다. 수중보 때문에 강물이 정체돼서 수질이 악화되고, 이끼벌레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된 것이다. 금호강에 수중보가 놓이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물을 가두어 인근지역에서 농사도 지어야 했고, 그 이후엔 동촌유원지가 생기면서 유원지 기능도 해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금호강의 수중보는 이미 그 기능이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인근에 농사를 짓는 농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의 똥물 수준으로 전락한 아양교 부근의 금호강에서 오리배를 타고 놀 사람들 또한 없기 때문이다.

용도가 다한 보는 폐기해 강물 흐름 회복해야

따라서 금호강의 수중보를 터줄 필요가 있다. 금호강 구간 중에서 유독 아양교 부근에만 수중보가 설치돼 인공하천의 모습을 보여줄 뿐 보가 없는 금호강 다른 구간은 이미 자연하천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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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의 수중보. 수질과 수생태 교란의 원인이다 ⓒ 정수근


대표적으로 버드나무숲이 잘 발달되어 있는 동구 율하동 인근의 금호강은 자연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반야월습지'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맑은 물이 흘러가고, 수초가 자라고, 오리류를 비롯한 각종 새들이 돌아오면서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따라서 금호강의 수중보의 필요성을 확인해 용도가 사라진 보라면 과감히 터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아양교 일대의 금호강도 강물이 흘러 자연하천으로 되살아날 것이고, 큰빗이끼벌레 같은 이상한 생명도 더 이상 출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금호강의 모습에 동촌유원지를 찾는 시민도 더 늘어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 물관리과 담당자에게 이미 용도가 사라진 보를 터서 금호강을 다시 흐르게 하면 어떨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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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보로 막힌 금호강. 주변에 나무 한 구루 자라지 않는, 오직 오리배만을 위한 금호강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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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수중보 아래쪽은 버드나무가 자라는 등 자연하천의 모습을 회복했다. ⓒ 정수근


"하천관리는 물관리뿐 아니라 치수와 이수에 필요한 하천시설물 관리하는 부서와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과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하천시설무 관리하는 부서와 상의를 해봐야 한다. 제의도 받았으니 상의를 해보도록 하겠다."

대구시 물관리과 담당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농어촌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해 오마이뉴스에 보도(관련기사 : 생태계 단절�수질 악화 불러온, 파손된 보)한 바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용도가 사라진 보들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3만3842개의 보가 산재해 있고 그 중에서 5857개의 보가 용도가 사라져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 대구도 총 288개의 보가 설치돼 있고 이 중에서 42개가 용도가 사라진 채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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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용도가 폐기되거나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는 보가 많다. 이들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 정수근


따라서 용도가 사라진 보들은 하루빨리 철거해서 자연하천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용도를 상실한 보들만 철거하더라도 우리 하천은 더욱 쾌적하고 자연스런 하천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금호강에서 대거 출몰한 큰빗이끼벌레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런 지점이 아닌가 한다. 대구시 자체의 논의를 거쳐 보가 필요하지 않다면 하루빨리 철거하는 것이 금호강을 위해, 시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4대강 보 또한 2012년 준공 이후 5년이 흘렀다. 강물이 막히자 매면 심각해지는 녹조현상에서부터 큰빗이끼벌레의 창궐과 물고기 떼죽음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따라서 4대강 보 또한 강물의 흐름을 시급히 회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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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에서 목격된 대형 큰빗이끼벌레가 바윗돌에 붙어 자라고 있다 ⓒ 정수근


금호강에서 출몰한 큰빗이끼벌레는 이처럼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이들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포착해서 행정에 반영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구시와 정부 당국의 지혜로운 판단을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7년 동안 낙동강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금호강 #큰빗이끼벌레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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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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